그런 결혼... 어려울 거다...
김수현작가가 어떻게 그릴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마지막엔 시어머니와 영미가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을까?
결혼은 한다고 하니, 그런 문제에 대해 대신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겠고,
그 후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달콤하게 그려지진 않을 것이다.
아마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겨울새'의 고부갈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김수현이었는지,
시어머니가 조금 럭셔리해지긴 했지만, 딱 '겨울새'의 고부갈등과 비슷한 전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겨울새'처럼 파국을 맞이하진 않겠지만.
영미(이유리)의 입장이라면, 절대,, 정현(기태영)과 결혼해서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설마 그녀가 무슨 마술을 부릴 줄 알고 있어서 시어머니(장미희)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설마, 정현과 그의 아버지가 그 오랜시간 옆에서 그토록 고치지 못했던, 이기고만 살아갈 수 있는 시어머니를,
영미의 슬기로운 지혜(?)로 고치는... 뭐, 그런 얼토당토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겠지?
태생부터 삐딱하게 고고하신 시어머니를 바꾼다는 것은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치매라도 걸리신다면 모를까. 아, 죽음으로 퇴장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_-;;
장인과의 소중한 약속(?)을 저버리지 못하는 소심한 시아버지도,
언젠가 쌓아둔 화를 터트리기는 하겠지만, 시어머니를 움직일 무엇이 되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현이다.
정현은 자신의 결혼이 반대에 부딧치고 난 후 그가 한 것이라고는 오로지 반항뿐이었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의 정현을 기대했지만,
먹히지 않는 엄마를 설득하려고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에 신뢰감이 급하락하였다.
더구나 힘없는 아버지에게 도움이나 청하며 때를 쓰는, 역시나 어린 아이 같은 모습에 결혼 반대에 한 표를 던지게 하였다.
생각해보면, 정현은 아주 비겁한 남자다.
영미를 만나오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래,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렇게 잘 사는 집 아들이다... 광고하고 다닐 필요는 없었을테고,
영미와 연애를 하면서는 그런 말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라는 생각까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는 영미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남자였다.
그렇게 가까워진 사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는 영미를 자신의 집에 선뵈러 갔던 날,
그의 가족들이, '자랑스런 우리 아들의 선택을 믿는다'라며 영미를, 호호호, 반겨줄 집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는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영미를 속였던 것은
자신의 그러한 신분(?)이 당연히, 영미에게 나쁠것이 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또한, 선뵈러 가는 당일에, 폭탄선언을 몽땅(!!) 터트리는 생각없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안그래도 영미는 정현의 부모님을 만나 뵙는다는 부담감에 긴장이 잔뜩 든 상태이다.
생전 타고 다니는 것을 보여주지도 않던 고급 승용차를 보여주더니,
정현을 벌어먹이고 살겠다는 생각을 만들게한 영미에게,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집에 데리고 가지를 않나,
잔뜩 움추린 상태의 영미에게, 영미의 회사 사장님이 자신의 아버지다, 마지막 지뢰밭을 선물하는 정현.
설마, 정말, 그렇게, 한번에, 설명해주는 것이 영미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김정현이라는 남자의 어디를 보고 어떻게 신뢰를 가져야만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영미와 정현의 연애시절도 별로 나오지 않아서, 더더욱 둘의 결혼은 행복과는 먼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될 영미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누구 하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요즘 드라마들은 왜, 다들, 행복한 결혼은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사뭇, 임성한 작가의 '비정상적인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라도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