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토론을 얘기할 때 토의(discussion)와 토론(debate)을 구분하지 않고 쓴다. 영어표기인 디스커션도 토론의 의미가 담겨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토의과 토론을 잘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케빈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토론이라 하지 않고 디베이트라고 주장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일찌기 인식한 박보영 선생님은 디베이트를 ‘찬반대립토론’이라고 명명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정문성 교수는 “토의 토론 수업방법 46(최근에는 56가지로 늘려 발간했다)”에서 토의토론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므로 토의토론을 함께 쓰는 게 좋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나는 정문성 교수의 입장에 동의한다. 그래서 우리 흥사단에서는 직업능력개발원에 민간자격증을 신청할 때 ‘토의토론지도사’로 명명하였다. 그 학습과정도 참여식 토의수업 20가지와 디베이트를 병렬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나는 대학생 아카데미 시절 수많은 토론과정을 거쳤으며 1990년대 말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에서 시민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독일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을 배웠으며 2000년에는 재단의 초청으로 독일 민주시민교육방법론 연수를 통해 독일의 정치교육의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시민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흥사단과 시민사회에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을 확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과정에서 토의와 토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참여식 학습 방법에서 일반적으로는 진행자(코치, 강사, 또는 모더레이터라고 한다)와 퍼실리테이터(사회자, 촉진자)가 필요하지만 대립토론 즉 디베이트에서는 진행방식을 어느 정도 익히면 진행자나 사회자가 없어도 심판(이 또한 동료들이 맡을 수 있다) 또는 시간을 측정하는 사람(타임 키퍼라 한다)만 있으면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즉 일반적 참여식 학습 방법은 강사(코치, 교사)가 있어야 하지만 디베이트는 동아리 내에서 강사가 없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토론을 활성화하고 민주시민 양성을 양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다양한 토의톨노 활동을 제안하면서도 특별히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활동을 겸한 토론 동아리 즉 디베이트 동아리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장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흥사단은 학생들의 토론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다. 이를 위해 중고등학교 1,2학년에게 토론 방법을 익히게 하고 그들이 선배가 되었을 때 후배들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동아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직화 전략이 매우 유효하다고 믿는다. 흥사단의 토의토론지도 강사들은 강사는 이런 조직의 재생산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육과 지도를 이어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