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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스크랩 아침 샴페인, 활력일까 독일까
봉생맨 추천 0 조회 34 12.06.27 13:2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007 영화의 주제가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위기일발'(1963)부터였을 것이다. 매트 먼로가 특유의 느끼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른 '연인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다'(From Russia With Love)는 해당 연도의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007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그 영화의 주제가를 누가 불렀는가는 세계 대중음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치 매년 새로운 빈티지의 샤토 무통 로실드가 출시될 때마다 그 라벨을 누가 그렸는가에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다.

007 시리즈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가수로는 아무래도 셜리 배시를 꼽아야 될 듯하다. 어딘가 되바라지고 쾌락에 탐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허스키 보이스의 여가수는 '골드핑거'(1964)로 빅히트를 기록한 다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67)와 '문레이커'(1979)도 멋들어지게 불러 젖혀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가수'가 되었다.

이후 낸시 시내트라 폴 매카트니 앤 윙스 루루 칼리 사이먼 등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줄줄이 '007 주제가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 위대한 가수들 중에서도 007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 가수는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007 선더볼'(Thunderball.1965)의 주제가를 부른 톰 존스였다.

주 무대가 일본과 홍콩인 탓에 일본의 문화가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 영화
주 무대가 일본과 홍콩인 탓에 일본의 문화가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 영화'두번 산다'. 와인 신은 007이 도쿄에서 스펙터의 일본 지사장을 만날 때 등장한다.
역대 007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 바로 '선더볼'이다. 9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부어 만든 이 작품은 무려 1억249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어 들였다.

이는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나 화폐 가치의 변동 등을 고려해볼 때 '카지노로열'(2006) 등 최신작들을 모두 제치고 부동의 1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선더볼'은 현대 액션 블록버스터의 교과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교과서는 약이 되는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한다. 엄청난 스케일과 빈약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조롱을 받기 일쑤인 '허접스러운 블록버스터'들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는 뜻이다.

'선더볼'의 주요 로케이션은 파리와 마이애미 그리고 바하마 제도에서 이루어졌다. 이 영화의 수중 액션 장면들은 반 세기가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미스 프랑스 출신의 본드걸 클로딘 오제의 비키니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선더볼'은 다소 밋밋하다. 물론 카지노가 나오고 본드걸이 나오고 동 페리뇽 1955년과 캐비아가 나오기는 한다. '살인번호'(1962)의 악당 닥터노가 좋아했던 빈티지의 동 페리뇽을 이제 007이 즐기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다섯 번째 작품인 '007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1967)는 독특한 오프닝으로 유명하다. 스펙터 일당이 소련과 미국의 우주선을 하이재킹해 일본의 한 섬에 숨겨놓고 제3차 세계대전을 획책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덕분에 이 작품의 로케이션은 홍콩과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홍콩 시퀀스가 시작되자마자 007이 비참하게 죽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물론 알고 보니 007이 너무 유명해져 적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짜낸 영국 정보부의 눈속임 작전이었다.

언제나 하얀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만 보여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던 스펙터 두목 블로펠트가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두 번 산다'에서 처음으로 대면한 007과 블로펠트의 대사들이 재미있다. 블로펠트가 007에게 말한다.

"죽은 줄 알았는데?" 007은 예의 그 느끼한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이게 나의 두 번째 삶이야." 블로펠트가 서늘한 저주로 마감한다. "너는 두 번밖에 못 살아(You Only Live Twice)". 결국 '두 번 산다'는 영화 제목은 블로펠트의 대사였던 셈이다.

'두번 산다'의 와인 신은 007이 도쿄에서 스펙터의 일본 지사장을 만날 때 등장한다. 이른 아침이다. 일본인 두목은 007에게 샴페인을 권하며 말한다. "저는 아침마다 항상 샴페인을 한 잔씩 하지요." 007이 주저한다. "간에 나쁠 텐데요." 두목이 피식 웃는다.

"난센스예요 아침의 샴페인은 하루 내내 활력을 주지요." 이쯤에서 두목의 여비서가 슬며시 끼어들며 고혹적인 미소를 날린다. "동 페리뇽 1959년인데도요?" 그 여자 때문인지 빈티지 때문인지는 모른다. 어찌되었건 007은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아무리 아침이라지만 동 페리뇽 1959년이라면 한 잔쯤 마셔도 좋을 것 같군요."

심 산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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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29 13:48

    첫댓글 그니깐...답이 없네요~ ㅎㅎ
    다만 동..페리뇽 1959.. 이게..좋은거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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