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소재 - 작천소령 (2003년4월 월간 '산' 기사에서 발췌)
20여개의 암봉 돌고 넘는 5km의 거친 암릉, 주작산은 강진의 명산이다. 남도의 명산 두륜산의 이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산인데, 이제는 안내산악회의 봄맞이 산행 단골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인기 있다.
주작산은 톱날 같은 암릉이 길게 이어져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가 뛰어나지만, 봄 산 분위기도 뛰어나다. 능선 주변에 피어난 진달래와 철쭉 등 많은 봄꽃은 날카로운 바위와 어우러져 멋진 정취를 자아낸다. 산행은 오소재에서 작전소령의 양란농원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까지 답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에는 산이 거칠고 길도 없어 주파하는데 10시간 이상 걸렸으나 이후 길이 점점 좋아지면서 요즘은 4시간 정도 잡고 산행을 한다. 위험한 구간에는 어김없이 로프를 매어 놓았지만, 아직도 아찔한 구간이 많으니 초심자가 낀 팀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남군 삼산면과 북일면을 잇는 고갯마루인 오소재에 이르면 표지리본과 주작산 산행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 철제 안내판 덕분에 등산로 입구는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다.
산길은 짙은 완만한 경사의 숲을 가로질러 첫번째 바위봉우리 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넓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 뚜렷하고 확실하다.
가끔씩 허벅지를 찌르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15분쯤 가면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정면에 보이는 갈라진 틈을 따라 오르면 멋진 조망이 터지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봉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오르지는 않는 듯 봉우리 북쪽 사면을 따라 뚜렷한 우회로가 나 있다.
(덕룡선쪽에서 바라본 덕룡산-주작산 능선, 그너머 높은산은 두륜산 능선)
이 바위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오소재를 출발해 30분 정도 가면 362m봉에 올라선다. 다음 봉우리인 401.5m봉을 지나 억새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안부를 통과해 다음 암봉에 이르기까지 크게 어려운 곳은 없다.
길이 뚜렷하고 바위 곳곳에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놓아 더욱 진행이 수월하다. 화살표는 오소재를 출발 기점으로 그려져 있었다. 어지럽게 바위가 널려 길이 헷갈릴 만한 보이면 화살표가 나타나 방향을 잡아준다.
진달래와 억새가 군락진 안부에서 보이는 암봉에서 412m봉까지 600여m 구간은 까다로운 암릉 구간이다. 7개 가량의 삐죽삐죽 솟은 톱날같은 바위봉우리 사이로 우회로와 직진로가 엇갈리며 나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위험한 하강 구간에는 비교적 든든해 보이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암릉지대를 통과해 삼각점이 박혀 있는 427.7m봉에 오르면 자그마한 초원이 펼쳐진다. 이 봉우리 정상에서 작천소령까지 10개가 넘는 봉우리를 지나야 한다. 고갯마루가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위험한 곳에는 우회로가 나 있지만 등날을 따르면 짜릿함을 느끼는 재미도 각별하다.
427.7m봉 이루 암봉 4개를 지나면 동쪽 사면으로 희미한 족적이 나타난다.
관악사라는 암자로 이어진 탈출로다. 주능선에서 암자까지는 200여m 거리로 위급상황 발생시 탈출로로 이용할 수 있다.
갈림길을 지나 다시 바위봉우리 5개 가량을 돌고 넘으며 통과하면 작천소령 고갯마루의 비닐하우스가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커다란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며 봉우리를 넘어서면 억새가 우거진 넓은 안부가 나타난다. 산길은 이곳에서 서쪽의 임도로 내려선 뒤 끝난다.
하산코스는 작천소령에서 수양리조트를 경유해 수양리로 이어진 소로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