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ECA 시행…선사부담 가중 우려

[신상성]

기사승인 [496호] 2014.12.30  10:20:34

선박연료 황함유량 1.0%→0.1% 규제 강화
유럽계 선사, 규제순응 촉구 및 서차지 도입

2015년 1월 1일부터 유럽 및 북미에서 한층 강화된 환경규제인 ECA(Emission Control Areas, 배출제한지역)가 본격 시행되면서 해운업계의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부터 ECA 지역을 항행하는 선박들은 황함유량 0.1%이내의 저황연료를 사용해야만 한다. 저황연료는 기존 중유보다 고가여서 선사들의 비용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연료 교체작업 중 선박이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계 선사들을 중심으로 ECA 규제 순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저황연료 비용부담에 따른 서차지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추진력 상실 우려…선사·선원 대비해야
2015년 1월 1일부로 유럽과 북미 ECA지역 항행 선박들의 0.1% 저황연료가 의무화되면서 관련업계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ECA 지역을 항행하는 선박들은 선박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1.0%에서 0.1%까지 줄여야 한다. 황함유량이 높은 중유(HFO, Heavy Fuel Oil)에서 저황연료(Low-sulphur fuel oil)나 선박용 경유(Marine gas oil)를 사용해야 하며, 탈황장치를 선박에 장착하여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선박과 선원들은 새로운 규제를 잘 인지하고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르웨이의 선박보험회사 스컬드Skuld는 기존의 엔진룸과 탱크는 중유에 적합하게 디자인돼 있으므로 앞으로 다양한 타입의 초저황연료(ULSF, Ultra-low sulphur fuel)를 사용하려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컬드에 따르면, 2가지 연료의 점성과 온도가 각기 달라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이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시스템을 체크할 뿐 아니라 선원과 선박들이 1월부터 준비되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스컬드는 저황연료 규제에 대비하지 못한 탱크들은 연료교체로 인한 갑작스런 추진력 상실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북미 ECA지역을 항행하는 선박들 가운데 중유에서 증류연료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추진력 상실(LOP, loss of propulsion)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벙커월드에 따르면, 북미환경당국이 캘리포니아 연안 24해리에서 선박들의 증류연료 사용을 요구하면서부터 LOP 건수가 급증했다. USCG가 집계한 캘리포니아 해역의 LOP 건수는 2008년 26건에서 2009년 67건, 2013년 93건 등으로 나타났다. 북해와 영국해협 등 ECA 지역에 연간 6만여척의 선박이 항행하는 것을 고려할 때 당장 새해부터 ECA 지역에서 중유에서 증류연료로 교체작업이 진행될 경우 LOP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유럽계 선사, 규제 강력 순응 촉구 및 서차지 부과
유럽계 선사들은 ECA 규제에 대한 강력한 순응을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ECA 선박 규제와 관련하여 IMO와 3자 검증기관이 운항선박의 연료 황함유량을 모니터링하고 비순응 선박에 대한 벌금 등 패널티를 부과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유럽계 선사들은 ECA 비순응 선사들에 대한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정연료 사용에 따른 고비용 부담은 선사들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순응 선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최근 유가하락에 따라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저황연료 사용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저황연료 규제 순응을 촉구하는 해운업계 이니셔티브인 ‘트라이던트 얼라이언스(Trident Alliance)’는 총 31개사로 머스크, 하팍로이드, WWL, DFDS, Ionic Shipping, Euro Marine Logistics, Seatrade, Ultrabulk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칠레, 그리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벨기에 등의 선사 14곳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저황규제의 순응과 투명한 법집행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북미항로 선사들은 ECA에 따른 서차지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머스크, MSC, CMA CGM, OOCL, 함부르크수드, NYK 등 TSA 선사들은 북미항로에서 2015년 1월 1일부로 ‘ECA Regulation Surcharge’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저황연료 사용에 따른 서차지 운임은 북미서안행 화물은 feu(Forty-Feet Equivalent Unit, 컨테이너(40ft) 환산적재량)당 53달러, 북미동안행 화물은 feu당 67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부과될 예정이다.

한편 ECA 지역은 유럽과 북미 뿐 아니라 앞으로 아시아 등지에서 선박 입출항이 많은 국가의 항만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국 선사들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강미주 newtj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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