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적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정신 기능은, 그 자체는 거의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거둔 효과에서 그 정체를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해서 특히 확실한 것의 하나는,그러한 자질을 충분히 타고난 자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항상 더없이 발랄한 기쁨의 원천이 된다는 점이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좋은 사람이 육체적 능력을 자랑하며 근육을 움직여서 하는 일에서 기쁨을 맛보듯, 분석가는 '해명한다'는 정신 활동에 종사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분석사는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거기에서 기쁨을 찾아낸다. 그는 수수께끼, 까다로운 문제, 암호를 좋아하고, 그것을 해명하는 데 있어서 타고난 재질을 발휘함으로써 보통 사람에게는 그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그가 내리는 결론은 방법적으로 가장 올바른 정도(正道)를 밟아서 얻어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얼핏 보기에는 단지 직관(直觀)에 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은 수학연구,특히 그 최고 분야인 해석학(解析學)에 의해거 크게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역행 조작(逆行璪作)을 활용한다는 것만으로 마치'지극히 당연한'듯이 해석이란 명칭을 멋대로 단다는 것은 부당하다. 계산하는 것이 바로 곧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체스를 두는 사람은 계산은한다. 그러나 분석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체스를 두는 것이지능 육성에 유용하다는 이야기는 매우 의심스럽다. 여기서 한편의 논문을 쓰려는 건 아니다. 단지 다소 기괴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생각나는 대로 보잘것없는 의견 한 토막을 피력하려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그 이야기호 들어가기에 앞서 이 자리를 빌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최고의 분석력 지력(智力)을 유효하고 유익하게 이용하는 것이 요청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쓸데없이 공이 드는 체스보다는 일견 단순하지만 체커가 훨씬 윗길이라는 것이다. 체스에서는 말이 각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말의 끗수도 다 다르고 또 변한다.그러나 그것은 단지 복잡한 것뿐인데도 불구하고(흔히 있는 잘못이나) 심원(深遠)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긴 체스에서는 주의력이 중요하다. 한순간이라도 주의력이 산만해지면 놓쳐버려 막대한 손해를 보거나 낭패를 당한다. 말이 움직이는 방법이 복잡하다하다 보니 못 보고 놓칠 가능성이 배(倍)로 커진다. 그러기에 이기는 것은 대개 주의력이 깊은 쪽이지 명석한 쪽은 아니다. 그런데 체커에서는 말의 움직임이 단순하고 변칙적인 윰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놓칠 가능성이 휘박하고 따라서 단순한 주의력은 비교적 문제가 안된다. 그러므로 어느쪽이 유리하냐 하면 그것은 명석한 쪽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체커 게임에서 말이 킹 네개만 남았다고 하자. 물롱 이렇게 되면 우선 못 보고 놓티는 경우는 없게 되며,승패는 (둘이 비금비금하다고 치고)무언가 뜻밖의 허점을 찌를 수 있는가의 여부,다시 말해 지력을 강력히 구사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음은 분명하다. 흔해빠진 수법은 효과가 없으므로 분석가는 강대의 의중(意中)에 뛰어들어 그것과 일치됨으로써, 때때로 순간적이면서 유일무이한 묘수(妙手)(그것이 또한 때로어처구니없이 단순한 수인데도)를 발견하여 상대를 실수나 오산에 빠뜨려버린다.
휘스트는 원래부터 소위 계산 능력에 열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최고 지성의 소유자까지도 체스는 시시하다고 경멸하면서도 휘스트에는 납득이 안 갈 정도로 정신없이 몰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사실 이런 유의 것으로 휘스트만큼 과도히 분석 능력이 요청되는 것도 없다. 세계 재일의 체스 명인(名人)은 결국 세계 제일의 체스 명인일 뿐이다. 그러나 휘스트에 능숙하다는 것은 지력과 지력이 서로 맹렬히 우열을 겨루는, 보다 중요한 다른 인간 활동의 여러 분야에 있어서도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능숙하다는 건 게임에 있어서의 완벽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은 적당한 이점(利點)을 얻는 급소를 모조히 알고 있다는 자질도 포함된다. 이러한 급소는 숫자도 많지만 그 형태도 가지가지고, 더욱이 평범한 사고력으로써는 좀처럼 도달할 수 없는 사고의 깊은 내면에 숨겨져 있다. 빈틈없이 살핀다느 것은 명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점까지만은 주의력이 있는 체스의 명인이러면 휘스트도 제법 잘해낼 것이며, 예의 호일[호일이란 사람이 저술한 책]의 정석(定石)도 (그것 자체가 게임의 단순한 방법에 기초를둔 정석이라도 볼 때) 누구에게니 능히 이해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력이 좋다는 것과 또 정석대로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게임이 능숙한 사람의 요체(要諦)가 된다. 그런데 분석가의 수완이 발휘되는 것은 단순한 법칙의 한계를 초월한 차원에 있어서다. 그는 묵묵히 일련의 관찰과 추리를 해낸다. 그런데 그런 것을 상대방도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획득한 정보의 폭에 상이점이 생긴는 것은 추리의 옳고 그름에 의한다기보다는 관찰의 질에 의한다는 이치가 된다. 필요한 것은 무엇을 관찰할 것이냐를 아는게 있다. 분석적인 도박꾼은 자기를 한정하는 짓은 절대로 않는다/ 게임이 목적이라고 해서 게임 ㅇ;외의 어떤 것에서 연역(演繹)하는 것을 거부한다든지 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편 얼굴을 음미하며 그것을 상대편 두 사람의 얼굴 표정과 면밀히 비교 검토한다, 그는 각자가 카드를 받아들고 가려서 나눠 쥐는 것을 유의해서 보고, 또 각자가 자기 손에 든 카드에 던지는 시선에서 저 ㅠㅐ는 던질 패,이패는 잡고 있을 패라는 것을 알아낸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은 표정의 소상한 변화에도 주의하여 자신 있는 표정, 놀라는 표정,득의에 찬 표정, 낭패한 표정 따위의 차이에서 사색의 재료를 수집한다. 카드를 집어드는 태도에서 그것을 잡은 자가 짝을 맞추어 다시한번 걸어 올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카드를 테이블 위에 던지는 가락으로 거기에 무슨 속셈이 있는지 간파한다. 문득 무심히 지껄인 한마디, 우연히 카드 하나가 떨어지거나 뒤집혔을때 당황하여 그것을 숨기려 하는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지, 카드를 세고 배열하는 순서, 당황, 망설임, 서두름, 허둥댐, 그러한 모든 것이 직관적인 그의 지각력(知覺力)에 사태의 진상을 알아채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게임이 두세 차례 돌고 나면 그느 각자가 쥐고 있는 패를 훤히 알고 있어, 그다음부터는 모두가 마치 카드를 밖으로 들고 하는 형국이라, 질 수가 없는 자신 있는 패로 하나하나 끊어 나간다. 부석적 능력을 단순한 기지(奇智)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분석가는 반드시 기지가 있지만, 기지가 있는 자가 분석이 전혀 안되는 수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기지는 보통 구성하거나 결합하는 능력에 의해서 발휘되며, 이것을 골상학자(骨相學者)들은 (나의 생각으로는 틀린 거지만) 원시적 능력이라고 간주하고 두뇌 이외의 다른 기관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러한 능력이 그 밖의점에서는 백치에 가까운 지능의 소유자에게도 자주 나타나곤 하여 종신 연구가들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것도 사실이다. 기지와 분석 능력의 차이는 공상력과 상상력의 차이보다도 훨씬 크지만, 그차이의 성질은 아주 비슷하다. 알다시피 기지 있는 인간은 보통 공상적이며, 참으로 상상적인 인간은 틀림없이 분석적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느 독자들에게 있어서 이상에서 서술한 명제(命題)에 대한 일조의 주석(註釋)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나는 18**년 봄부터 초여름에 결쳐 파리에 체루하면서 그곳에서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이 젊은 산사는 양가의, 아니 명문 출신이지만, 연속적인 불운에 의해 전락한 나머지 존래의 의지를 잃고 사회에서 활약해보려거나 가운(家運)을 다시 일으켜보려는 기새를 상실해버렸다. 채권자들의 호의로 유사의 일부가 아직 그의 명의로 남아 있어서 거기서 나도는 수입으로 되도록 검약한 생활을 하고 분수에 넘는 사치는 단염함으로써 가까스로 일상의 호구(糊口)는 확보하고 있었다. 책만이 그에게 있어 유일한사치지만 파리에서는 책은 쉅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것은 몽마르트르의 이름 없는 도서관에서였다. 때마침 둘이 다 같은 희귀본(稀貴本)을 찾고 있어서 그것이 인연이 돼 가깝게 되었다. 우리들은 자주 만났다. 프랑스 사람이란 자신의 일을 화제로 삼았들 때는 참으로 솔직한 것이어서, 그런 솔직성으로 그가 이야기해준 그의 일가(一家)의 소사(小事)라고 할 만한 집안 내력에 나는 깊은 흥미를 느꼈다. 또한 그의 광범한 독서 범위에도 감탄했지만, 그 뤼에 그이 상상력의 분방한 열기며 발라한 신선미내는 나의 내부에고 물이 옮겨 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무렵 나는 어떤 물건을 찾기 위해 파리에 있었는데, 이와 같은 인물을 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일이라고 생가되어 그 사실을 솔직하게 그에게 털어놓았다. 얼마후엔, 내가 파리에 잇는 동안 둘이같이 살자는 게 합의했다. 주머니 사정은 내 쪽이 좀 나은 편이어서 집세와 가구 준비의 비용은 내가 부담하기로 하고, 생제르맹 교외(郊外)의 쓸쓸하고 황량한 한구석에 붕괴 직전의 몰골로 서 있는 고색 창연하고 음산라기 짝이 없는 저택을 빌렸다. 우리 쪽에서는 불문에 부쳤지만 무슨 연고(緣故)가 있어서 오랫동안 아무도 거처하지 않았던 집으로, 두 사람에게 공통적인 다분히 몽상적이고 음울한 분위기에 맞게 꾸몄다.
이 집 안【?? 두 사람의 일상 생활이 세상에 알려졌다면 우리들은 틀림없이 미친 사람들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하기야 남에게 폐를 안 끼치는 미치광이가 되었겠지만, 사실 우리는 세상과는 완전히 인연을 끊고 살고 있었다. 외부 사람도 일체 들이지 않았다. 물론 이 은거지(隱居地)의 소재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충분히 유위했고, 뒤팽 쪽은 파리에서 소식이 끊어진 지 벌써 오래였다. 우리들은 둘만의 세게에서 살고 있었다.
밤이기 때문에 밤에 매혹된다는 것이 나의 친구의 변럭스러운 공상벽(달리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이었으나, 이 변덕은 물론 이려니와 그 밖의 것에도 나는 차츰 물들어가서 마침내 나 자신이 그의 이 분방한 면덕의 완전한 노에가 되어버렸다. 밤의 여신에게 계속 머물러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였지만 그 존재를 위조할 수는 있었다. 새벽이 다가와 밖이 희부연해지면 우리들은 이 낡은 건물의 우중한 덧문을 모조리 내리고 촛불을 두 자루 켠다. 촛불은 강한 방향(方向)과 요기 어린 가냘픈 빛을 낸다느 취향에서였다. 이런 준비를 하고 이제 심혼(心魂)을 꿈속으로 몰아간다. 독서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그러는 중에 시계의 종이 진짜 밤의 도래를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서둘러 거리로 달려나가 서로 팔을 끼고 낮 동안의 이야기를 계속하거나, 밤이 깊도록 멀리 별별 곳을 걸어다니며 이대도회의 휘황한 빛과 그림자에 에워싸여, 오직 느긋이 관찰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무한한 마은의 고양(高楊)을 구하곤 했다.
그럴때면 나는 으레 (당연히 그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미루어 예상하고 있었으나) 뒤팽 특유의 분석능력을 재인식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물론 그느 그러한 능력을 자랑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발휘하는 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으며, 그런 기쁨을 주저없이 토로했다. 그는 킥킥 입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의 눈으로 볼때 대개의 인간은 가슴에 창을 열얺고 있는 꼴이라고 장담하고, 당장 나의 의중 따위는 완전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식으로 구채적이고 놀라운 증거를 들어 그 주장을 둿받침해 보이느 것이었다. 그럴때의 그의 태도는 냉담 바로 그것이며 동시에 신들린 듯했다. 눈에는 표정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그 목소리는 평소에 중후한 테너이던 것이 묘하게 들뜨고 이어 올라가, 만약 말투가 느리지 않고 말의 매듭이 명
료하지 않다면 히스테리라도 일으킨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의 이런상태를 보고있으면 나는 곧잘 고대 철학의 '이중영설(二重靈說)'을 떠올려 창조적 뒤팽과 분석덕 뒤팽이라는 두 사람의 뒤팽을 설정해놓고 혼자 묘한 공상에 잠기곤 했다.
미리 말래두지만, 이렇게 썼다고 해서 괴담(怪談)을 늘어놓으려는 것도, 공상 소설을 쓰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프랑스 인에 대해서 쓰는 것은 무엇에 의해 고양된 지성, 아니 차라리 병든 지성이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가에 대해서 멀하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럴때의 그가 어떤 유의 말을 지껄였는가에 대해서라면 실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가장손쉬운 일일 것이다.
어느 날 밤, 우리는 팔레 루아얄 부근의, 길게 일직선으로 뻗은 지저분한 길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둘 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모양으로 적어도 15분쯤은 피차 한마디도 입을 떼지 않았다. 그런데 뒤팽이 갑자기 불쑥 이런 말을 했다.
[틀림없이 그 작자는 몸집이 작은 사나이야. 그렇다면 오히려 바리에테 극당에나 적합한 쪽일 거야.]
[그건 틀림없어.] 하고 나는 나도 모르레 대답하고 있었으나 (너무 생각에 골똘하고 있었던 나머지) 상대가 나의 생각의 파장(波長)에 안성맞춤으로 어울여든 그 이상란 수법을 당장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오자 나는 몹시 놀랐다.
[뒤팽,] 나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이거 뜻밖인데. 아니, 오히려 놀랐다고 해두지. 좌우간 내 귀가 의심스럽군. 어떻게 그런걸 알 수 있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여기서 나는 말을 끊었다. 내가 누구를 생각라고 있었던가를 그가 정말로 알고 있었는지 어쨌는지를 확인할 셈이었다.
[샹틸리에 대해서야.] 그가 말했다. [왜 말을 중단하지? 아아, 키가 작아서 비극(悲劇)애는 어룰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않았나.]
이거야 말로 틀림없이 나의 사색의 주제였다. 샹틸리는 생드니 가의 신기료장수였는데, 완전히 연극에 빠져 트레비옹의 비극 [트세르크세스]의 주역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죽도록 애를 쓰고도 엉망진창으로 망신만 당했던 것이다.
[부탁이야, 이야기해주게.]하고 나는 조급히 말했다. [그때 내가 무얼 생각했는지 자네는 완전히 알아챘는데, 거기에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사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것을 정직하게 털어놓을 마음이 도무지 없었다.
[그 과일장수야.] 뒤팽이 말했다. [덕분에 자네는 결론에 도달했어. 그 신기료장수는 트세르크세스나 그와 비슷한 종류의 배역에는당치도 않은 키라고 말이야.]
[과일장수라고? 그건 뜻밖인데, 과일장수라는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소린데.]
[이 거리에 들러왔을 때 자네하고 충돌한 사나이 말일세. 그래, 한 15분쯤 전이지.]
듣고 보니, 커다란 사과 광주리를 머리에 인 과일장수와 부딪쳐서 내가 넘어질 뻔했던 것은 사실이도, 그것은 c **가에서 이거리로 들어서려던 때였다. 그러나 이것이 샹틸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나에게는 도무지 짐작이 안 됐다.
뒤팽에겐 사람을 속이고 있는 기색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설명하지,] 그는 말했다. [확실히 이해가 가도록. 맨 먼저 내가 자네에게 말을 걸었던 시점에서 문제의 과일장수와 부딪친 데까지의 일을, 자네의 사고(思考)를 거꾸로 더듬어 보세. 대충 말해서 자네의 생각의 줄거리는 이렇게 되네. 샹틸리, 오리온 성좌(星座), 니톨라 박사, 에피투로스, 스테레오토미, 도로의 포석(布石), 과일장수라고 말이야.
인생에 있어 어떤 시기에 자기의 생각이 어떻게 해서 거기에 도달했는가를 거꾸호 더듬어보는 데 흥미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 프랑스 이의 해명(解明)을 듣고, 더구나 그 정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의 나의 놀라움이 어떠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리라.
[기억에 틀림이 없다면 c**가를 빠제나오기 직전에 우리들은 말 이야기를 하고 있었네. 그것이 우리드의 마지막 이야기였네. 이 거리에 들어섰을 때, 머리에 커다란 광주리를 인 과일장수가 우리 옆을 슬쩍 스치고 갔지. 그 서슬에 자네는 포장용 돌더미에 쓰러졌지. 보도(步道)가 수리중이라 거기에 돌을 쌓아놓았던 걸세.
자네는 그런 돌을 헛딛는 바람에 미끄러져 발을 삐고는 아파서 화난 얼굴을 짓더군. 그리고 투덜거리며 돌더미를 돌아보더니 다시 묵묵히 걸었어. 나는 특별히 자네의 일거일동에 주의를 한 건 아니지만 최근에 와서 관찰하는 버릇이, 뭐라 할까, 고질화(痼疾化)되어버렸거든.
자네는 눈을 내리뜬 채 걸었어. 포도의 구멍, 수레바퀴 자국을 못마땅한 듯이 힐끗힐끗 보곤 했는데(때문에 자네는 아직 돌에 대해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 우리들은 마침내 라마르틴이라는 골목에 이르었지. 그 골목은 시험적으로 돌을 겹쳐 깔아 고정시키는 포장 방식이 쓰여지고 있었지. 거기서부터 자네의 얼굴은 갑자기 밝아졌어. 입술도 움직였어. 그것을 보고 자네는 틀림없이 '스테에오토미'란 말을 중얼거렸다고 확신했네. 그런 포장법을 사람들은 유식하게 그렇게 부르거든. 자네가 스테레오토미라고 중얼거리면 '아토미[原子]라는 말을 연상할 테ㅔ고, 끝내는 에피쿠로스 학설을 연상하지 않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자네와 이야기한 것은 바로 얼마전이네, 그때 내 이야기는 이 위대한 그리스인의 억측이 우연하게 최근의 성운 우주 창조설(星雲宇宙創造設)과 일치한다는 것은 기이한 일인데도 에상 외로 주의를 끌지못햇다는 그런 이야기였지. 그러니까 자네가 오리온 성좌의 그 대성운(大星雲)을 보지 않을 턱이 없다고 생각하고 틀림없이 그럴 것을 기대했지. 아니나다를까 자네는 하늘을 쳐다보더군, 거기서 나는 자네의사고의 발자취를 정확하게 따라왔다고 확신했지. 그런데 어제 [뮈제]에 나온 기사에서 셩틸리를 형편없이 두드려팬 필자는, 비글을 한다고 해서 신기료장수가 이름까지 바꾼 것은 천박한 짓이라고 비꼬면서 ,우리들이 흔히 화제에 올렸던 라틴 어 시구를 인용했더군. 바로 이런 거지.
최초의 글자는 옛 음향을 잃었나니.
자네한테도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옛날의 우리온이 오리온이 된 것을 비유한 문구지. 그설명을 할때 상당히 기발한 말을 했기 때문에 설마 자네가 잊어 버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니 오리온과 샹틸리을 연결시키지 않을 리 없지. 실제로 자네가 그 글을 결부시킨 것은 자네의 입술ㅇ에 잔뜩 떠오른 미소로써 알았다네. 자네는 그 딱하게 된 신기료장수를 생각했지. 그때까지는 자네는 몸을 움츠리고 걷고 있었네. 그런데 갑자기 몸을 쭉 펴더군. 거기서 자네가 샹틸리의 키가 작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확실해졌어. 마로 그때야. 내가 자네의 명상에 끼어들어, 과연 그 자는 키가 작아, 샹틸리는 마리에테 극장에나 어룰려, 하고 말했던 걸세.
이런 일이 잇은 지 얼마 안되어 [가제트 데 트리뷔노] 석간(夕刊)을 읽다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기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기과한 살인 사건---- 오늘 새벽 3시쯤 새로크 구의 주민들은 일련의 무서운 비명 소리에 잠이 깼다. 비명은 모르그 가에 있는 레스파네 부인과 그의 딸 카미유 레스파네 양이 사는 건물의 4층에서 흘러나온 듯햇다. 10여 명의 이웃 사람들이 경관 2명과 함께 달려가 건물 안르로 들어거려 했지만 불가능하여 그 때문에 잠시 지체했으나, 쇠지레로 입구의 문을 뜯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이미 비명은 그쳐 있었다. 그러나 일행이 1층에서 2층 계단을 뛰어올라갈 때 다투는 듯한 거친 목소리가 두세 번 뚜렷이 들렸고, 그것은 건물의3,4층 부근에서 들린 듯했다. 2층의 계단에 와서는 그소리도 없어지고 주위는 완전히 조용해져다. 일행은 나뉘어서 방마다 조사했다. 4층 뒤쪽의 커다란 방에 이르자(그 문은 안쪽으로 잠겨 잇어서 억지로 비틀고 들어가 보니 )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 앞에 모두가 몸서리를 쳤다.
실내는 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가구는 부서져 그 조각이 방 가득히 흩어져 있엇다. 침대는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 침대에 있던 이불일 방 가운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의자위에는 피가 범벅이 된 면도칼이 하나, 난로 위에는 긴 회색 머리털이 두세 뭉텅이 있었는데, 그것도 피범벅으로 머리에서 뿌리째 뽑힌 것 같았다. 나폴레옹 금화 4개, 황옥(黃玉)귀고리 1개, 큰 은숟갈 3개, 작은 양은숟갈 3개, 금하 약 4천 프랑이 든 주머니 2개 등이 방에 흩어져 있었다. 방 한구석의 옷장 서랍이 열려 있고 들쑤셔놓았으나 잡다한 물건이 많이 남아 있었다. 소형 철제 금고가 침구(침대는 아니다) 밑에서 발견되었다. 뚜껑이 열려 있었으나 자물쇠는 뚜껑에 달린 채로 있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몇 통의 낡은 편지와 그 밖에 대수롭지 안은 서류뿐이었다.
레스파네 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난로에 괴장한 양의 검댕이가 보여 굴뚝을 조사해보니, (기사로 쓰기에도 끔찍하지만) 멀리를 밑으로 한 딸의 시체가 끌려 나왔다. 이런 꼴로 좁은 구멍에 꽤 깊이까지 억지로 말어넣어진 듯싶다. 몸은 아직 따뜻했다. 조사해보지 몸엔 긁힌 상처투성이였는데, 그것은 억지로 밀어넣었을 때와 끌어냈을 때 생긴거 같았다. 얼굴은 심하게 긁힌 상처투성이이고 목엔 시꺼먼 타박상과 깊은 손톱 자국이 나 있는 것으로 미루어 피해자는 교살(絞殺)된 것으로 짐작된다. 집 안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그 이상 발견된 것은 없고, 일행이 건물 뒤쪽의, 돌이 깔린 정원에 나가보니 거기에 늙은 부인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목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해서, 몸을 들어올리려 하자 머리가 떨어져버렸다. 머리도 그렇지만 몸뚱이도 볼 수도 없이 난도질을 해서 거의 원형(原形)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이 괴사건의 단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둣하다.
이튿날 신문은 다음과 같은 상세한 기사를 다시 실었다.
[모르그가의 참극]----참으로 괴상한 이 흉악 사건에 관련해서 (프랑스어로 affaire, 영어로는 affair와 같은 경박한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 다수의 참고인이 조사를 받았으나 사건 해결의 단서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 다음은 중요 증언의 전부이다. 세탁부 폴린 뒤부르의 증언. 증인은 두 피해자와 3년 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 동안 세탁물을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부인과 딸의 사이는 좋았던 것 같다. 서로 위하고 있었다. 지불은 깨끗했다. 생활이 어땟는지 그리고 수입원(收入源)에 대해선 모른다. 생계의 보탬으로 레스파네 부인은 점을 쳤다고 생각한다. 돈을 저축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세탁물을 가지러 가든가 돌려주러 갔을 때 집에서 타인을 본 적은 없다. 사람을 부리고 있었던 적은 없었다. 4층 이외에는 아무 데도 가구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담배 가게의 피에르 모로의 증언. 증인은 거의 4년 동안이나 소량의 담배 또는 코담배를 레스파네 부인에게 팔아왔다. 이 근처 태생으로 줄곧 여기에 살았다. 노부인과 딸은 시체가 발견된 집에서 6년 이상 살았다. 그 이전에는 보석상(寶石商)이 살고 잇었는데, 위층의 방들을 각양각색의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고 있었다. 이 건물의 주인인 레스파네 부인은 세든 사람들이 부당하게 다시 방을 빌려주는 것이 못마땅해서 그녀 자신이 살기로 하고 누구에게도 방을 빌려주지 않았다. 노부인은 어린애같이 천진한 데가 있었다. 증인이 이 집 딸과 만나것도 6년 동안에 대여섯 번. 두 사람은 세상과는 거의 담을 쌓고 지냈다. 부자라는 소문이 있었다. 이웃 사람들로부터 레스파네 부인 점을 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노 부인과 딸 이외에는 운송업자가 한 두 번, 의사가 여덟 번 내지 열 번 그 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 밖에 다수의 이웃 사람들이 같은 취지(趣旨)의 증언을 했다. 이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있는 자는 없었다. 레스파네 부인과 딸의 가까운 친척이 있는지의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길 쪽으로 나 있는 창의 덧문이 열려 있는 적은 거의 없었다. 건물 뒤쪽의 창은 사건이 난 4층의 뒤쪽 방의 창을 제외하고는 항상 닫혀 있었다. 건물은 좋은 건물이고 또한 그렇게 낡지 않았다. 경관 이쉬도르 뮈세의 증언. 증인이 새벽 3시쯤 통보를 받고 그집에 달려갔을 때, 2,30명의 사람들이 건물 입구에 몰려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마침내 총검----쇠지레가 아니다-----으로 문을 비틀어 열었다. 문은 두짝 문인가 여닫이문으로, 더구나 위아래 모두 빗장이 걸려 잇지 않아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열 수 있었다. 비명은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되었으니 갑자기 그쳤다. 비명은 지독한 고통으로 부르짖는 한 사람(혹은 그 이상)의 것으로, 짧고 연속적이라기보다는 높고 긴 외침이었다. 증인은 앞장 서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첫 층계참에 이르렀을 때, 큰 소리로 다투는 두 사람의 소리가 났다. 하나는 굵직한 목소리, 또 하나는 몹시 날카롭고 높은 소리로 아무튼 괴상한 소리였다. 굵직한 쪽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는 프랑스 말이었다. 여자의 목소리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죽일놈!" 이니 "아이구 저놈!"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날카로운 소리는 외국인의 소리. 남자의 소린지 여자의 소린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내용도 알 수 없으나 스페인어 같다고 생각된다. 방 및 시체의 상황에 대한 본 증인의 진술은 어제 보도된 바와 같다. 이윳 은세공사(銀細工事)앙리 뒤발의 증언. 증인은 최초로 건물에 들어간 일행 중 한 사람. 뮈세의 증언을 거의 둿받침하고 있다.
몰려 들어가자 즉시 문을 잠가버렸다. 밤중인데도 금방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왔으므로 군중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증인의 의견으로는 날카로운 소리는 이탈리아 어다. 프랑스어는 아니라고 확신. 남자의 소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여자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어는 잘 모른다. 말은 못 알아들었으나 그 억양으로 판단해서, 말한 자는 이탈리아 인이라고 믿는다. 레스파네 부인과 딸하고는 아는 사이로 두 사람과 종종 이야기를 했었다. 날카로운 소리는 어느 쪽의 피해자의 소리도 아닌 것은 확실하다. 요리점 주인 오덴하이머의 증언. 이 증인도 자진해서 응했다. 프랑스 어를 몰라 신문은 통역을 통해서 했다. 출생지는 암스테르담. 비명이 났을 때 집 옆을 지나고 있었다. 비명은 몇 분. 그렇다, 10분쯤 계속되었다. 높고 길게 꼬리를 끌었다. 소름끼치는 괴로운 소리. 건물에 들어간 일행 중 한 사람. 한 가지만 빼고 지금까지의 증언과 일치. 날카로운 소리가 남자의 소리고 더구나 프랑스어 라고 확신하고 잇는 것이 그점.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빠르고 큰 소리로 고자가 확실치 않은 소리----화도 났지만 몹시 겁이 난 것도 같은 소리. 목소리는 거칠었다. 높고 날카롭다기보다는 거친 목소리로, 날카롭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굵은 목소리는 "죽일 놈!" 과 "아이구 저놈!"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한 번은 "맙소사!"라고 했다.
들로렌가의 '미뇨 부자(父子)은행'총재 줠 미뇨의 증언. 부친 미뇨. 레스파네 부인에겐 얼마간의 재산이 있었다. 이 은행괴는 ****년 봄(지금부터 8년전)부터 거래가 있었다. 이따금 적은 액수의 예금을 했다. 예금을 인출한 적은 없는데 죽기 사흘 전에 그 여자 자신이 와서 4천 프랑의 돈을 인출했다. 전액 금화로 지불하고 행원 하나를 시켜 그 돈을 집까지 가져다 주었다.
미뇨 부자 은행의 행원 아돌프 르 봉의 증언. 당일 정오쯤 증인은 4천 프랑이 든 두 개의 주머니를 들고 레스파네 부인을 따라 그녀의 집까지 갔다. 문이 려리고 레스파네 양이 나타나 그에게서 주머니 하나를 받아들고 또 하나는 노부인이 받아들었다. 거기서 증인은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때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후미진 둿거리로 매우 한적한 길이었다.
양복점 주인 월리엄버드의 증언. 집 안에 들어간 일행중 한 사람. 영국인. 파리에 체재한 지 2년. 계단에 올라갈 때 앞장 섰던 무리 중의 한 사람. 문제의 소리는 들었다.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프랑스 인. 몇 마디는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전부는 생각나지 않는다."죽일 놈!"과 맙소사 는 분명히 들었다.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싸우는 것 같은 소리----서로 치고받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날카로운 소리는 굉장히 컸다. 굵은 목소리보다 훨씬 컸다. 영어가 아닌 것은 틀림없다. 독일어 같았다. 여자 목소리였는 모르겠다. 독일어는 모른다.
상술(上述)한 증인 가운데 4명의 증인이 다시 호출되어 증언한 바에 의하면, 레스파네 양의 시체가 발견된 방의 문은 일행이 도착 했을 때 안으로 잠겨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신음 소리도 다은 어떤소리도 없었다. 몰려 들어갔을때는 아무도 없었다. 창은 둿방 앞방 어느 것이나 닫혀 있고 안으로 꼭 잠겨 있었다. 두 방을 통하게 되어 있는 문 하나는 닫혀 있었으나 잠겨 있지는 않았다. 바깥쪽 방에서 복도로 통하는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으나 열쇠는 안쪽에 꽂혀 있었다. 건물 바깥쪽에 있는 4층의 막다른 곳에 있는 작은 방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이 방에는 낡은 침대, 상자 같은 것이 쌓여 있었다. 이런 물건들로 하나하나 들어내어 수사를 했다. 신중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곳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다.
굴뚝은 스위프로 쑤셔 보았다. 이 집은 고미 다락방이 붙어 있는 4층 건물로, 고미다락방의 창은 단단히 못질이 되어 있었고, 몇 년 이래 열린 흔적이 없었다. 다투는 소리를 듣고 나 후부터 방문을 비틀어 열었을 때까지 경과된 시간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자는 3분이라고 하고 어떤 자는 5분이라고 한다.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장의사의 알폰소 가르시오의 증언. 모르그가에 거주. 스페인 태생. 집안에 들어간 사람 중의 하나. 그러나 위층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신경이 지나치게 과민한 편이라 흥분하게 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다. 다투는 소리는 들었다. 굵은 목소리는 프랑스인 이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날카로운 목소리는 이탈리아 인의 소리였다. 여기엔 확신이 간다. 영어는 모르지만 억양으로 그렇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과자 가게 주인 알베르토 몬타니의 증언. 앞장 서 간 무리 중의 하나. 문제의 목소리는 들었다. 굵은 목소리는 프랑스 인의 소리. 하는 말도 몇마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달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날카로운 쪽의 목소리는 말의 의미는 분명치 않고 빠르고 고저가 심했다. 러시아 어라고 생각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른 증인과 같다. 이탈리아 인이나 러시아 인과 얘기해본 적은 없다. 몇 사람의 증인이 재호출되어 증언한 바에 의하면, 4층에 있는 방의 굴뚝은 어느 것이나 좁아서 사람은 도저히 통과할 수 없다는 것. 상술한 스위프는 원통 모양의 굴뚝 소제용 솔로서 굴뚝 소제부가 사용하는 도구인데 이것으로 온 집아늬 굴뚝을 쑤셔보았다. 일행이 계단을 올라가는 사이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둿길은 없다. 레스파네 양의 시체는 굴뚝 속에 꽉 처박혀 있어 일행 중 4,5명이 붙어서 힘껏 끌어내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의사 폴 뒤마의 증언. 새벽녘에 시체 조사를 위해 불려갔다. 시체는 2구가 다 레스파네 양의 시체가 발견된 방의 침대 매트리스 위에안치되어 있었다. 딸의 시체는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이 나 있었다. 굴뚝에 틀어박혔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외견(外見)이 충분히 설명해준다. 목은 몹시 벗겨져 있었다. 턱 바로 밑에 깊이 눌린 상처가 여러 군데 있고 또한 검은 반점도 나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손가락으로 짓눌린 것으로 생각된다. 얼굴색이 현저하게 변했고 눈알은 튀어나와 있었다. 혓바닥의 일부가 물려 끊어져 있었다. 명치에 커다란 타박상이 발견되었는데 무릎의 압박에 의해서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뒤마씨의 견해에 의하면 레스파네 양은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에 의해 교살된 것이다. 어머니의 시체는 무참하게 절단되어 있었다. 오른쪽 다리와 오른쪽 팔뼈는 여러 군데 심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왼쪽의 늑골 전부와 왼쪽 정강이뼈는 바스러져 있었다. 전신타박 상태로 변색되어 있었다. 가해 방법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 무거운 몽둥이, 굵은 쇠뭉치, 의자----이런 종류의 무거운 대형 둔기로 굉징히 힘센 사나이에 의해서 휘둘러졌을 경우에 이러한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어떤 흉기에 의해서도 이와 같은 타격을 주기란 불가능하다. 피해자의 두부(頭部)는 증인이 검시했을 때는 완전히 동체(胴體)에서 절단되어 있었고, 더구나 형편없이 상처가 나 있었다. 목은 분명히 예리한 도구로 끊겨 있었다. 도구는 아마도 면도칼로 추정된다. 외과 의사 알렉상드르 에티엔은 소환되어 뒤마 씨와 함께 검시를 했는데 그 증언은 뒤마씨의 견해를 둿받침하고 있었다. 그 밖에 여러 사람에 대한 신문이 있었으나 새로운 사실은 나오지 않았다. 모든 점에서 이만큼 수수께끼에 싸인 불가해한 살인 사건은 파리에거 일어난 예가 없다. 물론 살인으로 간주하고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으로는 진귀한 일이지만 경찰도 완전히 손을 든 상태. 그런데도 단서가 될 만한 것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동지(同砥)석간이 보도하는 바에 의하면 생로크 구는 아직도 떠들썩하며, 문제의 집에 신중한 재수사를 실시하여 새로운 증인이 불려와 신문을 받았으나 모든 것이 헛수고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덧붙여 아돌프 르 봉이 체포 수감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이미 보도한 사실 이외에는 그를 범인이라고 할 단서는 없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뒤팽은 이 사건의 경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는 사건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의 태도에서 기껏 그렇게 판단하는 것뿐이었지만. 이 살인 사건에 대해서 그가 나에게 의견을 구한 것도 르 봉이 수감된 사실이 발표된 후였다.
이 사건을 불가해한 수수께끼로 여기로 점에서는 나도 모든 파리 시민의 의견과 마찬가지라고 밖에는 달리 어떻게 말할 수 없었다. 나역시 범인을 가려낼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겉핥기식 조사만 가지고] 하고 뒤팽이 말했다. [수단 운운할 수 있을까? 파리 경찰은 명민하다는 평판이지만 그저 잔꾀뿐이네. 그들의 수사라는 것은 진짜 방법이 없고 임기응변이지. 그들은 수사 방법이라는 것을 늘어놓긴 하지만 전혀 소용이 되지 않는 것뿐이지. 예를 들면 주르댕 선생[몰리에르의 주인공]이 실내복을 가죠와라 음악을 더 잘 듣게, 하고 외쳤다는 시의 이야기가 생각날 지경이네. 하기야 그들이 굉장한 성과를 올릴 때도 드물지 않지. 그러나 대개의 경우 바지런하게 설쳐서 얻어낸 성과에 지나지 않아. 그렇게 바지런히 쫓아다녀도 안될 경우에는 그들의 기도(企圖)라는 것 자체가 헛탕이 되는 거지. 이를테면 비도크의 경우인데, 그는 눈치도 빠르고 끈기도 있다네. 그러나 사고(思考)의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면밀할수록 오히려 실패만 하는 거야. 대상을 너무 눈 가까이 대고 보기 때문에 오히려 실패만 하는 거야. 대상을 너무 눈 가까이 대고 보기 때문에 오히려 실패만 하는 거야. 대상을 너무 눈 가까이 대고 보기 때문에 오히려 대상을 못 보고 마는 거지. 그야 한두 가지 점은 보통 이상으로 면밀히 볼 수 있겠지. 그러나 그러고 있는 사이에, 당연한 일이지만 전체의 모습을 잃게 되는 거거든. 지나치게 깊이 들여다본다는 말이 있지. 사실 진리는 항상 우물 밑바닥에 있다고만은 할 수 없어. 실제로 중요한 지식에 대해말하자며, 진리는 항상 의외로 피상적(皮相的)인 데 있다고 생각하네. 심원한 것은 우리들이 거기서 진리를 구하고 있는 골짜기 밑에 있지. 산꼭대기 위에는 없지만, 진리가 발견되는 것은 산꼭대기인거지. 이런유의 오류의 성질 및 원인은 천체 관측을 예로 들면 잘 알 수 있네. 별을 슬쩍 보는 방법이, 즉(중심보다도 약한 빛에 민감한) 망막 외연(外延)을 별에 향하는 식으로 해서 곁눈질로 보는 방법이 별빛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네. 빛이라는 것은 거
기에 눈을 가까이 가져가는 정도에 비례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게 되는 거네. 눈에 들어가는 실제의 빛의 양은 눈을 거기에 바로 댔을 때가 가장 많겠지만, 곁눈질 쪽이 지각의 섬세함과 민감함에 있어서는 우위이지. 관찰의 깊이도 정도 문제야. 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사고를 흩뜨리고 사고력을 약하시키네. 따라서 너무 오랫동안 너무 집중적으로, 또 너무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으면 마침내는 금성(金星)조차도 하늘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리는 경우가 없지 않네. 그런데 이번 살인 사건 말인데, 우리 한번 독자적인 조사를 해보세. 견해를 밝히는 것은 그러고 나서도 늦지 않으니까. 조사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거든(즐겁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은 좀 어떨까 싶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다.) 거기다 르 봉에게 신세진 일도 있고, 은혜를 안 입은 것도 아니잖아. 한번 나가서 그 집을 우리눈으로 확인하고 오세. 경찰국장인 g**는 아는 사이니까 필요한 허가라면 쉅사리 얻을 수 있을거야. 우리는 허가를 얻고 즉시 모르그가로 갔다. 그것은 리슐리외 가와 생로크가의 중간에 있는 보잘것없는 거리의 하나였다. 이 지역 '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므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도 늦어서였다. 집은 곧 찾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길 건너편에서 닫혀진 덧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호기심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파리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집으로, 입구가 있고 그 한쪽에는 유리창이 달린 방이 있고 창에는 미닫이가 있어. 그것이 문지기 방임을 알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길을 쭉 따라가서 골목을 돌고 또 돌아 건물의 뒤쪽에 섰다. 그 동안 뒤팽은 그 집뿐만 아니라 그 부근 일대도 열심히 살피고 있었으나, 나로서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우리는 되돌아나와 다시 건물 앞에 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지키고 있던 경찰관에게 허가증을 내보이고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 레그파네 양의 시체가 발견된 방에 들어가니 거기에 두 사람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방은 당연하지만 흩어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가제트 데 트리뷔노]지가 보도한 것 이외에는 내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뒤팽은 하나하나 면밀히 조사해갔다. 피해자의 시체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방에도 갔고 정원에도 나와 보았다. 그 동안 계속 경찰관 한 사람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우리는 어두워질 때까지 조사에 열중하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뒤팽은 어떤 일간 신문사에 잠시 들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 친구의 변덕이란 너무도 별나 것이어서 그야 말로
je les menageais 였다. 이 프랑스어는 다룰 재간이 없다는 정도의 의미지만 여기에 딱 들어맞는 영어는 없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는 이번에는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기 싫다는 태도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튿날 정오가 되어서야 그는 갑자기 입을 열어 범행 현장에서 특별히 무엇인가 주의를 끄느 것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특별히'라는 말을 강조했을 때의 그의 어조에는 무언가 나를 섬뜩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아니,특별히 이상한 것이라니,] 하고 내가 말했다.[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 적어도 그 심문에 났던 것 이상의 것은 말이야.] [가제트]는 하고 그가 대답했다. 사건에 대한 기괴한 공포의 진상을 놓치고 있어. 그러나 신문의 태평스러운 기사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아. 내가 보기에는 이 사건이 쉅게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건이 해결 불가능하게 보여지는 것이네. 다시 말해 사건의 양상이 아주 이상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지. 경찰이 쩔쩔매고 있는 것도 동기가 없다는 것 때문이지. 즉, 살인 그 자체가 동기가 아니라 그토록 흉포하게 죽이지 않으면 안될 동기 말이지. 그 자들이 당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점은 말다툼하는 것을 들었다는 사실, 게다가 층계를 올라가던 일행이 눈에 띄지 않고 탈출한 방법이 없다는 것,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연결이 안되는 데 있네. 방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는 사실, 시체가 머리를 밑으로 하고 굴뚝에 처벅혀 있었다는 사실, 노부인의 시체가 난도질되다시피 되어 있었다는 사실 등에다, 방금 한 이야기와 새삼스럽게 언급하지 않아도 될 그 밖의 사실을 합하면, 명민함을 자랑하는 국가 경찰의 힘도 마비되고 완전히 손을 드는 수밖에 없겠지. 그 자들은 이상함과 난해함을 혼동하는 커다란 잘못, 그러면서도 흔히 있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거네. 그러나 모름지기 이성(理性) 이 진리를 찾아 더듬어 나간다면 이런 범상한 차원을 벗어남으로써 그걸 얻을 수 있네. 현재 우리가 몰두하고 있는 것 같은 조사에 있어서는 '무엇이 일어났느냐'보다는 '지금까지 일어난 적이 없는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하는 것이야말로 문제지. 나는 곧 이 사건을 해결해 보이겠어. 아니 사실은 이미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것은 간단한 것으로. 그 간단함은 경찰이 이 사건을 해결 불가능이라고 간주하는 그 불가능성의 정도와 같은 거네.
나는 어안이벙벙하여 그저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지금 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고 그는 말을 계속하며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마 이 끔찍한 범행의 당사자는 아닐지 모르나 이 사건에 얼마간 관계가 있는 사나이임에는 틀림없어. 이 범행의 최악의 부분에 대해서는 그는 아마 죄가 없을 것일세. 이 가정(假定)이 맞는다면 정말 행운이지. 이 가정을 토대로 해서 수수깨끼를 푸는 것이 내 계획이니까 말일세. 그 사나이는 지금 곧 이리 올 걸세. 어쩌면 안 올 수도 있지. 그러나 틀림없이 올 거야. 만약 그가 오면 그를 붙들어둘 필요가 있어. 자, 여기 권총이 있네. 써야 될 일이 닥치면 써야지. 사용하는 방법은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터이고.
나는 권총을 받아들긴 했으나 내가 하고 있는 짓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그가 이야기한 것을 믿고 있는 터도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뒤팽은 마치 독백이라도 하듯이 계속 지껄였다. 이럴 때 그가 신들린 사람처럼 된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도 말했다. 그의 사설(辭說)은 나를 향해 늘어놓는 거지만, 그 소리는 결코 크지도 않으면서 마치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억양을 띠고 있었다. 눈은 표정을 잃은 채 벽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계단에서 일행이 들었다는 말다툼 소리가.]하고 그는 말했다. 그 여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그들의 증언으로 완전히 입증되었네. 그렇다면 그 노부인이 먼저 딸을 죽이고 그리고 자살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은 일체 고려할 필요가 없지. 새삼 이런 말을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사고(思考)의 줄거리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네. 어쨋든 레스파네 부인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딸의 시체를 발견된 그런 모습으로 굴뚝?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한 그녀 자신의 몸의 상처로 보아서도 자살의 가능성은 전혀 없거든, 그렇다면 범행은 제삼자에 의해서 자행되었으며, 말다툼을 했다는 그말소리는 제삼자의 것이 되네. 여기서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 보면, 주의할 것은 그 소리에 대한 증언 그 자체가 아니네. 그 증언의 특이한점에 대해서일세. 자넨 그 특이한 점을 느끼지 못했나?
굵은 목소리를 프랑스 인의 목소리라고 했던 점은 모든 증인의 의견이 일치하는데, 날카로운 소리, 또는 한증인이 거친 소리라고 했던 그소리에 대해서는 저마다 의견이 달랐다는 점을 나는 지적했다.
[그것은 다만 증언 자체일 뿐이지,]라고 뒤팽은 말했다. 증언의 특이성은 아닐세. 자네는 아무것도 특이한 점을 알아채지 못한 모양인데, 발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단 말이야. 굵은 목소리에 대해서 증인의 의견이 일치된 것은 자네가 지적한 대로네. 그 점에서는 일치했지. 그러나 문제는 날카로운 소리에 대해선데. 특별한 점은 견해가 다 다르다는 것이 아니고 이탈리아인, 영국인, 스페인인, 네덜란드 인, 프랑스인 등이 저마다 그 소리에 대해 설명하려고하면서 모두가 그것을 외국인의 소리라고 말하는 점이야. 모두가 좌우간 자기 나라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는 사실이네. 누구도 그것을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모국어(母國語)를 지껄이는 인간의 소리로는 듣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 반대로 듣고 있다는것이네. 프랑스인은 그것을 스페인 사람의 말이라고 하며 [스페인어를 알았더라면 몇 마디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라고 했지. 네덜란드 인은 그것이 프랑스 인의 말이라고 주장하였는데, [프랑스어를 몰라서 신문(訊問)도 통역을 통해서 했다]고 되어 있지. 영국인은 그것이 독일인의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독일어는 모른다]는 거야. 스페인은 그것이 영국인의 소리였다고 [확신한다] 면서, 단지 [억양으로 그렇게 판단한다]는 것뿐이고, 그것도 [영어는 전혀 모르기 때문] 이라는 식이야. 이탈리아 인도 그것이 러시아인의 소리라고 믿고 있으나, [러시아 인과 애기를 한 적은 없다.] 는 거야. 또다른 프랑스인은 맨 처음의 프랑스인과는 달리 그것을 이탈리아인의 소리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어는 모르므로 앞의 스페인인과 마찬가지로[억양에서 확신했다.]고 했네. 자, 그러면 이토록 가지각색의 증언을 얻을 수 있는 소리라 한다면 실제로는 얼마나 기묘한 소리였을까 ! 유럽 다섯 나라의 사람이 이마를 맞대고 듣고도 알아들을 수 없는 전혀 낯선 말소리니 말이야. 자네라면 아시아 인이거나 아프리카 인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고 했겠지. 아시아인도 아프리카인도 파리에는 별로 없지. 그러나 그런 추측도 부정은 않겠네만 어쨌든 다음 세 가지 점에 주의해달라고 하겠네. 어떤 증인은 그 소리를 [날카롭기보다는 거칠다]고 했네. 다른 두 사람도 [빠르고 고저가 일정치 않다]고 표현했네. 이상의 어느 증인도 말, 아니 말 비슷한 소리조차 분간할 수 없었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뒤팽은 계속했다. [자네의 이해력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건 나로서는 모르지만,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증언의 이 부분, 굵은 목소리와 날카로운 목소리에 관한 부분만으로도, 정확한 연역법(演繹法)을 적용한다면 어떤 단서를 잡을수 있고, 이 사건에 대해 이제부터 조사 과정에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일세. 지금 내가 '정확한 연역법' 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것만으로는 나의 의도(意圖)를 충분히 전달할 수가 없군.
내가 말하려는 것은 연역법이라고 해도 유일하고 정당한 연역법으로, 그 필연적인 결과로써 단서가 거기서 부터 불가피하게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네. 그러나 그 단서가 무엇인지는 지금은 말하지 않겠네. 단지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은, 그 단서는 내게 있어서는 그방에 대한 나의 조사 방법에 어떤 형식, 어떤 일정한 경향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는 점일세. 자, 이제부터 공상의 날개를 타고 그 방에 가보세. 그런데 여기서 우리느 최초로 무엇을 찾아야 하겠나? 범인이 어떻게 탈출했느냐 하는 것이네. 우리 둘 다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고 해도 좋겠지. 레스파네 모녀는 망령(亡靈)에게 살해된 것은 아니야. 범인의 행위는 물질적인 것으로, 도망친 것도 물질적으로 도망친 거지. 그렇다면 그 수단은 ? 다행리 그점에 대해서는 유일한 추리법밖에 없고, 그 추리법은 필연적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하네. 좌우간 가능한 탈출 방법을 하나하나 검토해보세. 일행이 계단을 오를때 범인은 레스파네 양의 시체가 발견된 방이 아니면 적어도 옆방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네. 그렇다면 우리들이 탈출구를 찾아내야 할 곳은 이 두개의 방밖에는 없다는 애기지. 경찰은 방바닥, 천장, 벽의 돌 등 어디나 모두 뜯어봤어. 비밀 출구가 있었다해도 그것이 경찰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경찰의 눈 같은 건 믿지 않으니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봤지. 그러나 역시 비밀 출구는 없더군. 두 개의 방으로부터 복도로 통하는 문은둘다 자물쇠가 꽉 채워져 있고, 더구나 열쇠는 안쪽에 붙어 있었지. 그러면 다음은 굴뚝이야. 이것은 난로에서 위쪽으로 10피트 정도까지는 보통 넓이지만 그 위 부터는 고양이도 큰 놈은 지나갈 수없게 되어 있어. 이상 열거한 바와 같은 수단으로는 탈출이 절대로 불가능하다면 남는 것은 창문뿐이야. 앞쪽 방의 창문으로 탈출했다. 고 하면 길거리에 있던 군중이 몰랐을 턱이 없어. 이렇게 되면 범인은 뒤쪽 창문으로 해서 나간 것이 틀림없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명석한 방법에 의해 이런 결론에 도달한 이상, 그것이 얼핏 보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이런 결론마저 물리친다는 것은 추리가로서 임하는 우리로서 할 바가 못되네.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일견 불가능한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 그 방에는 창문이 두 개 있지, 하나는 가구로 가려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가 보이네. 또 하나의 창문은 멋대가리없이 큰 침대가 바짝 붙어 있어서 침대머리에 가려져 아래 절반은 보이지 않게 되어 있네. 첫째 창문은 안쪽에서 꽉 잠겨져 있었어. 몇 사람이 힘을 다해서 열려고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지. 창틀 왼쪽에 송곳으로 뚫은 커다란 구멍이 있고, 거기에는 굉장히 단단한 대못이 거의 못대 가리까지 푹 들어가게 꽉 박혀 있었네. 다른 한쪽 창문도 조사해보니까 같은 모양의 대못이 그와 똑같이 박혀 있더군. 이것도 열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역시 끄떡도 안했지. 이것으로 경찰은 이방향으로는 탈출했을 리가 없다고 단정해버린 거네. 나 자신의 조사는 좀더 면밀했는데, 그것은 여태까지 이야기했던 이유에서지. 다시 말해 얼핏 보기에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네.
?
이런 식으로 생각해 나갔지, 귀납적(歸納的)으로 말이야. 범인은 실제로 두 창문 중 어느 한쪽으로 도망쳤다. 그렇다고 해도 범인은 실제로 이런 상태에서 안쪽에서 창틀을 고정시킬수 는 없었을 것이다. 경찰은 이런 생각에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이 부분의 탐색은 그만두기로 했던 거지. 그런데 창틀은 틀림없이 고정되어 있었어. 이렇게 되면 창문은 자동으로 고정되는 힘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오지. 이 귀결에 의문의 여지는 없지. 나는 장애물이 없는 쪽 창으로 가서 애써 못을 뽑고 창틀을 밀어 올리려고 해봤지. 예측대로지만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되는군. 나는 어딘가 틀림없이 용수철이 감춰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네.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이 둿받침된다면, 못에 관해서는 아직도 불가해한 것이 있다고 치더라도 적어도 내 전제(前提)가 옳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지. 잘 찾아보니 곧 숨겨져 있는 용수철이 발견되었지. 나는 그것을 눌러보았지만, 그것을 발견한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에 창틀을 밀어 올려보기까지는 안했네.
나는 못을 원래 있던 대로 꽂고 자세히 들여다보았지. 이 창문으로 나간 인간은 창을 닫을 수가 있고 용수철도 걸릴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못을 다시 꽂아놓을 수는 없지. 결론은 명백하고 나의 조사 범위는 또 좁혀졌지. 범인은 다른 쪽 창문으로 도망쳤음이 틀림없어. 그런데 양쪽 창틀의 용수철이 같다고 한다면, 그리고 아마 틀림] 없이 같겠지만 차이는 못에 있을 테지. 적어도 못이 걸리는 상태에 있을 것이 틀림없네. 침대의 매트리스에 올라가 침대머리 쪽 널빤지 너머 제2의 창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네. 널빤지 뒤로 손을 넣어보니 과연 용수철이 있어서 눌러보았으나 예상한 대로 그것은 옆의 창문과 같았네. 그래서 못을 조사해보았어. 단단한 점에서도 마찬가지고. 꽂혀 있는 모양이 못대가리가 꽉 박혀 있는 것까지 똑같
더군. 자네는 이제 여기서 내가 어쩔수 없이 벽에 부딪쳤다고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귀납법이란 것에 대한 본질을 오해하고 있는 셈이네. 사냥에서 말하는 '냄새를 잃어버렸다' 는 것과 같은 일은 나한테는 한번도 없었네. 한순간이라도 냄새를 잃은 적은 없지. 쇠사슬의 고리는 아무 데도 끊어져 있지 않아. 비밀을 추구하여 궁국의 결과에 도달하는 거지. 그런데 그 결과라는 것이 못이야. 다시 말해두지만, 다시 보아도 이 못은 다른 한쪽 창문의 것과 모든 점에서 똑같은 거야. 그러나 이런 사실도 (결정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마침내 여기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밝혀지려는 경지에 도달한 근거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세. <이 못에 어딘가 이상한 데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고 나는 생각 했네. 그래서 못을 잡아당겨 보았지. 그러자 못대가리에 4분의 1인치 정도의 못다리가 붙은 채 못이 쑥 빠져버렸어. 나머지 못다리는 못구멍 속에 남아 있는 셈으로, 요컨대 못다리는 중간에서 부러져 있었던 거아. 부러진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던 모양으로(왜냐하면 부러진 자리가 몹시 녹슬어 있었으니까) 아마 쇠망치로 때려 박을때 부러진 것 같았어. 못대가리의 한쪽이 창틀의 웟부분에 박혀 았었거든. 나는 이번에는 뽑은 못대가리 쪽을 본래의 구멍에 쏙 집어
넣어 봤지. 그러자 어떤가 ? 완전한 못을 친 것과 똑같지 않은가. 부러진 것은 보이지 않으니까. 용수철을 밀고 창틀을 슬쩍 몇 인치 밀어 올려보았네. 못대가리는 구멍에 박힌 채 창틀과 함께 올라갔네. 창문을 닫았지. 그러자 다시 완전한 한 개의 못으로 보이더군. 여기까지의 수수께끼는 풀린 셈이지. 가해자는 침대가 놓인 창문쪽으로 도망친 거야. 나갈 때 창문이 저절로 떨어졌는지(아니면 닫았는지) 그것은 어쨋든 용수철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경찰은 못으로 고정되어 있는 걸로 간주하고 그 이상 탐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지.
다음 문제는 내려가는 방법이야. 이 점에 대해서는 자네와 함께 집 둘레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알아챘네. 문제의 창문에서 5피트 반정도 떨어진 자리에 피뢰침 한 개가 뻗쳐 있더군. 이 피뢰침에서는 그 누구도 창으로 들어가는 것은 고사하고 창문에 손을 대는 것도 불가능하지. 그러나 잘 보면 4층의 덧문은 파리의 목수들이 '페라드'라고 부르는 특수한 것으로 요즈음은 거의 볼수 없는 것이데, 리옹이나 보르도의 유서 깊은 저택헤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 모양은 보통 문(두짝 문이 아니 외짝문)과 같지만 상반부가 격자(格子)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달라. 그 때문에 손으로 잡기가 썩 편리하지. 그런데 이번 경우 이 덧문의 폭은 좋이 3피트 반은 되더군. 우리가 이 덧문을 집 뒤쪽에서 보았을 때는 둘 다 반쯤 열려 있었네. 다시 말해 벽과 직각으로 열려 있었던 것이지. 그야 경찰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건물의 뒤쪽을 조사했겠지. 그렇지만. 그 덧문의 폭을 정면에서 폭으로 보지 않고 길이로 보았기 때문에(실제로 그랬을 것이 틀림없지) 폭 그자체의 넓이를 못 알아봤거나, 적어도 충분히 고려하지도 않고 지나쳐버렸을 걸세. 사실 여기로 해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해버렸기 때문에 자연히 이 부분의 조사는 소홀하게 되었던 거지. 그런데 침대머리께에 있던 창의 덧문을 벽면까지 완전히 활짝 열면 피뢰침까지의 거리가 2피트 이내가 된다는 것을 나는 확인했어. 게다가 비상한 운동 능력과 용기를 발휘하면 피뢰침에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것도 이런 방식이라면 가능하다고 보았네. 2피트 반만 손을 뻗치면 (덧문이 완전히 열린 것
으로 치고 말야) 도둑은 문의 격자 부분을 꽉 잡을 수가 있었을 것이네. 그러고는 벽에다 발을 딛고 힘차게 탁 차면서 피뢰침 쪽의 손을 놓으면 덧문은 닫히는 꼴이 되면서, 만약 그때 창문이 열려 있으면 몸통을 방 안으르로 날려 뛰어들 수가 있는 거지. 특히 명심해줄 것은, 조금 전에 말했지만 이처럼 위험하고 어려운 짓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상한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네. 내가 말하는 의도는 첫째, 이런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둘째로 이점이 더 중요한 것이지만, 다시 말해 그런 일을 해낸 민첩성이 거의 초능력적이라는 것을 머리 속에 깊이 새겨둬야 한다는 걸세. 자네는 틀림없이 법률 용어를 빌려서 이렇게 말하겠지. '자기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그런 행위에 필요한 운동 능력을 충분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오히려 과소 평가해야 한다고 말이야. 법률에서는 그렇게 해야 될지 모르지만 추리에 있어서는 그렇게는 안되지. 진실만이 나의 궁국의 목표니까.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의 나의 목적은 방금 말한 비상한 운동 능력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국적(國籍)에 대해서 의견이 가지각색이며, 그 발성법(發聲法)에서 음절의 구분이 전혀 안되는 날카롭고(혹은 거친)고저가 일정하지 않은 진짜 기괴한 목소리, 이 두가지를 결부시켜 생각하도록 하는 걸세.
이렇게 듣고 보니 뒤팽이 생각하고 있는 것의 의미가 미처 형태를 이루지도 못한 채 막연하게 내 머리 속에 들어오는 듯했다. 조금만 하면 생각날 듯하면서도 종내 생각나지 않느 경우가 흔히 있지만, 나는 거의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이해력이 거기까지 아슬아슬하게 미치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친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알겠나, 내가 탈출 방법에서 침입 방법으로 이야기를 옮긴 의도를 ? 그것은 두 가지가 다 같은 방법, 즉 같은 장소를 이용해서 했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지. 이제 집 안으로 눈을 돌려보세. 집 안의 상태는 어땠나. 옷장의 서랍은 엉망으로 들쑤셔놓았으나 옷가지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고 했네. 하지만 이런 단정은 어리석지. 그것은 단순한 추측, 더구나 어리석은 추측으로 바로 추측의영역을 못 벗어난 거지. 서랍에 남아 있는 물건이 원래 거기에 있던 물건의 전부가 아니라는 보증(保證)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 레스파네 모녀는 몹시 은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손님도 없었고. 거의 외출도 하지 않았네. 그렇다면, 옷도 그다지 필요 없었을 걸세. 남아 있는 것은 부인들이 지니는 물건으로서는 상당히 좋은 것들에
속하는 것이었네. 만약 도둑이 일부를 가져갔다면 어째서 가장 좋은 것으로 가져가지 않았을까 ? 무엇보다도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한아름 안고 가면서 어떻게 해서 4천 프랑의 금화를 내벼려두고 갔을까 ? 사실 금화는 그대로 내버려져 있었네. 은행가 미뇨 씨가 말한 금액이 고스란히 그대로 든 주머니가 방바닥에서 발견되었네. 돈을 집 문 앞에서 건네주었다는 증언 때문에 경찰들이 잘못 생가하게 된 그 동기를 좌우간 자네 머리 속에서 추방해주기 바라네. 이러한, 즉 돈을 건네주고 그것을 전해 받은 인간이 사흘도 못 가서 살해되었다는 우연보다 열 배도 더 이상한 우연이 우리 인생에는 누구한테니 한 시간마다 한 번 정도는 일어나고 있지만, 단지 한순간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뿐이지. 일반적으로 우연이라는 것은. 교육을 받았어도 확률론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그러한 사색가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장애물이지. 이 확률론의 덕택에 인간의 가장 빛나는 대상이 더욱 빛나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도 말이야. 이번의 경우 만약 금화가 분실되었다면, 그 사흘 전에 돈을 건넸다는 사실은 우연 이상의 중요한 요건이 되었을 걸세. 즉, 살해의 동기라는 생각을 둿받침해주었을 것일세.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실제 사정이 이렇고, 더구나 범행의 동기가 돈이라고 한다면 이 범인은 돈도 동기도 다같이 내던뎌버릴 정도로 우유부단한 멍청이였나? 가정하지 않으면 안될 걸세. 자네의 주의를 촉구했던 여러 가지 점, 즉 그 기괴한 소리, 그 놀라운 운동 능력, 이처럼 흉악한 살인 사건으로서는 기괴할 정도로 동기가 결여된 점, 그러한 점을 깊이 머리 속에 넣은 후 범행 그 자체에 초점을 모아보도록 하세. 실제로 한 여자가 손으로 교살되어
거꾸로 굴뚝에 처박혀 있네. 보통 살인범은 이런 살해 방법은 쓰지않네. 적어도 시체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는 않지. 자네도 인정하겠지만 시체를 그런 식으로 굴뚝에 처박은 범행 수법에는 상식을 벗어난 무엇이 있어, 인간의 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通念)과는 너무도 다른 그 무엇이 있어. 범인이 무릇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장 흉악무도한 인간이라고 해도 그래. 그리고 생각해보게. 몇 사람이 달라붙어 겨우 끄집어냈을 만큼 억지로 시체를 굴뚝에 쑤셔박은 그 힘이란 대체 얼마나 센 힘이었겠느냐 말일세.
이번에는 그 엄청난 힘이 어떻게 휘둘러졌는가 하는 다른 증거를 찾아보세. 난로 위에는 사람의 잿빛 머리카락 뭉치, 그것도 듬뿍 뽑은 뭉치가 놓여 있었네. 그것은 뿌리째 뽑힌 거야. 2,30 가닥의 머리털이라 해도 머리에서 이런 식으로 뽑자면 얼마만한 힘이 드는지 자네도 상상할 수 있겠지. 그 문제의 머리털 뭉치를 나와 함께 자네도 보았네. 머리털의 뿌리 쪽에는 (소름이 끼치네만 !) 머리의 살가죽이 들러붙어 있었네. 단번에 몇 십 만개의 머리털을 잡아뽑을 만한 그 엄청난 힘의 틀림없는 증거야. 노부인의 목은 그냥 베어져 있는 게 아니야. 머리가 동체에서 완전히 끊어져 버렸어. 더구나 흉기는 단지 면도칼 한 갠데 말이야. 거기다 또 한가지 이 행위의 야수적(野獸的)잔인성에 대해서도 유의해주게. 레스파네 부인의 시체의 타박상에 대해서는 덧붙이지 않겠네. 의사 뒤마씨와 그의 유능한 조력자 에티엔씨는 둔기에 의한 타박상이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거기까지는 두 사람 다 아주 정확하네. 둔기라는 것이 뒤뜰에 깔린 돌이라는 것은 분명하고, 희생자는 침대에서 내려다보는 창문에서 그리로 떨어졌네. 이렇게 추정하는 것도 이제 와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경찰들로서는 불가능했지. 그것은 덧문의 넓이에 주의를 돌리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유지. 즉, 못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창문이 열렸을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그들의 머리는 그쪽에는 전혀 꽉 막혀 있었던 까닭이네. 이상과 같은 사실에 덧붙여 방 안이 이상하게 수라장이 된 것도 염두에 둔다면, 이미 우리는 놀라운 운동능력, 초인적인 힘, 야수적인 잔인성, 동기가 없는 살인 행위, 모골(毛骨)이 송연할 정도로 인간성을 벗어난 괴기성이며, 여러 나라 사람들이 들었으면서 그 억양이 저마다의 귀에 외국어로밖에 들리지 않고 확실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음절의 목소리, 어떤 결론이 나왔나 ? 나는 자네의 상상력에 어떠한 작용을 미쳤나 ?
이렇게 물으니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미치광이군.] 하고 내가 말했다. [그런짓을 한 것은 가까이에 있는 정신 병원에서 도망친 흉악한(凶惡漢)이군.] [어떤 점에서는.] 하고 그가 말했다. [자네의 생가도 전혀 틀린건 아니지. 그러나 미치광이의 소리라는 것은 심한 발작을 일으켰을 때도 그 계단에서 들었던 소리와는 전혀 동떨어진 소리지. 미치광이라도 어느 나라의 사람일 테고, 만약 지껄이는내용이 지리멸렬하다 해도 음절은 의외로 확실한 거지. 게다가 아무리 미치광이라도 머리털까지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은 건 아니겠지.
레스파네 부인이 움켜쥐고 있는 것을 조금 빼내 온 건데. 자네 이것을 무엇으로 보나 ? ]
[뒤팽 ! ]나는 몹시 놀라며 말했다. [이건 묘한 털이군. 사람의털이 아니야.]
[사람의 털이라고는 하지 않았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점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이 종이의 베껴둔 스케치를 좀 봐주겠나.] 증언에, 레스파네 부인의 목에 [검은 타박상과 깊은 손톱자국] 이란 대목이 있었지. 그리고 또 뒤마씨와 에티엔씨의 틀림없이 손가락으로 짓눌린 흔적으로 보이는 일련의 검은 반점] 이란 대목도 있었지. 이것은 그 부분을 실물 그대로 뜬 그림이야.] [이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친구는 우리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펼쳐놓으면서 계속했다. [얼마나 세게 꽉 쥐었나를 알수 있지. 미끄러진 흔적이라곤 없네. 어느 손가락도 확실히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처음 움켜쥔 무서운 힘 그대로 마지막까지 쥐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시험삼아 자네의 손가락을 전부 한꺼번에 이 자국에 갖다대 보게.] 나는 그대로 해보았으나 아무래도 들어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직 옳은 검토라고는 할 수 없지.] 하고 그는 말했다. [종이는 평면 위에 펼쳐져 있거든. 그렇지만 인간의 목은 원통형이지. 여기 통나무가 하나 있네. 굵기도 바로 목만 하군. 종이를 거기에 말아서 다시 한번 해보세.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해보았으나 앞의 경우보다 더욱 무리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이건 말이야,] 라고 내가 말했다. [사람의손자국이 아니야.] [그렇다면 읽어보게] 하고 뒤팽이 말했다. [퀴비에(프 박물,동물학자)가 쓴 책의 이 부분을]
거기에는 동인도 제도산(産)거대한 황갈색 오랑우탄의 해부학적 설명과 생태학적 설명이 기술되어 있었다. 이 포유류의 거대한 체격, 놀라운 힘과 운동 능력, 잔인성, 모방벽(模倣癖)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대뜸 이 살인 사건의 무시무시한 전모를 깨달았다.
[손가락에 대한 설명은] 나는 설명을 다 읽고 나서 말했다. [이스케치돠 정확하게 일치하는군. 알았어. 여기에 적혀 있는 종류에 속하는 오랑우탄 이외의 어떤 동물도 자네가 베껴 온 것과 같은 움푹 팬 자국을 만들 수는 없겠네. 게다가 이 황갈색의 털도 퀴비에의 책에 있는 동물의 그것과 완전히 같은 질의 것이군. 그러나 이 무서운 사건의 상세한 부분에 대해선 나로선 아직 잘 모르겠네. 더구나 말다툼을 한 두개의 목소리가 있었고, 그 한쪽은 틀림없이 프랑스인의 소리였다고 했지 않나.]
[사실이야. 게다가 자네도 기억하겠지만, 그 목소리가 했다는, 대다수의 증인이 일치했던 말 말이네. 그것이 "맙소사 ! "였지. 이것을 야단치는 것 같으면서 달래는 것 같은 말투었다고 증인의 한 사람(과자 가게 주인 몬타니)이 말했는데, 이것은 그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포착한 말일세. 그러기에 ' 맙소사'란 이 한 마디에 나는 오로지 수수께끼를 풀려는 희망을 걸어 왔었네. 프랑스인 하나가 이 살인을 알고 있어. 적어도, 아니 이건 거의 확실한 것인데, 이 사나이는 이 참극의 직접 하수인(下手人)은 아니야. 어쩌면 오랑우탄이 이 사나이로부터 도망쳤을 거고, 사나이는 오랑우탄을 그 방까지 쫓아갔지. 그런데 그와 같은 난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 오랑우탄은 아직 멋대로 돌아다닐 거야. 그러나 추측은 이제 이 정도로 해두지. 사실 이것이 추측 이상릐 것이라고 말할 권리는 나에겐 없는 거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추측의 기초가 되어 있는 고찰 자체에 미묘한 점이 있고, 그것이 아무래도 나의 지력(智力)으로써는 간파할 수가 없는 것이고 보면, 더구나 남에게는 설명할 수 있다고 나설 수도 없는 거지. 그러니까 추측은 분명히 추측이라고 해두고 그 전제 위에서 이야기하기로 하세. 만약 문제의 프랑스 인이 범행 그 자체에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어젯밤 돌아올 때 [르 몽드]지 (해운업계의 신문으로 선원들이 잘 본다.)의 신문사에 가서 의뢰하고 온 광고를 읽고 찾아올 게 틀림없지. 그는 나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런것이 게재되어 있었다.
포획물-----황갈색 보르네오종 오랑우탄. 이달 **일 이른 아침(즉, 사건이 발생한 아침), 불로뉴 숲 속에서 포획. 주인 (몰타 섬 소속 선박 선원으로 추정)에게 반환하겠음. 단, 그것이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포획 및 보관하는 데 소요된 약간의 비용을 지불할 것. 생제르맹 교외 **가 **번지 3층으로 오시기 바람.
어떻게 해서.] 하고 나는 물었다. [그 사나이가 선원이고 더구나 몰타섬의 매의 승무원이라는 것을 알았지 ?]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 뒤팽이 말했다. [틀림없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야.] 그러나 여기에 리본 조각이 있어. 그 모양으로나 기름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나 아무리 보아도 선원들이 즐겨 쓰는, 변발(辯髮)을 묶는 리본 같거든. 게다가 이런 머리형은 선원들 외에는 노처럼 없고, 더구나 몰타섬 사람 특유의 것이지. 리본은 피뢰침 밑에서 주웠어. 피해자의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해. 그런데 설령 이 리본에서 그 프랑스 인이 몰타섬의 배의 선원이라고 추정한 것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광고에 그렇게 써놓아서 안될 것도 없지. 설사 이추정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이쪽이 어떤 사정으로 잘못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 일부러 그런 사정을 캐내려고는 하지 않을 걸세. 만약 내 추정이 맞았다면 수확이 크지. 살인의 하수인이 아니더라도 목격은 했을 터이니 당연히 그 프랑스 인은 광고를 보고 오는 것을, 즉 오랑우탄을 찾으러 오는 것을 주저할 것이네. 아마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나는 죄가 없다. 돈도 없다. 오랑우탄은 상당한 값인데. 나한테는 한재산인데. 위험만 생각하고 미적거리다가 큰돈을 날려버릴 수는 없지. 당장 손에 들어오는 판인데. 놈은 불로뉴 숲에서 붙들렸다. 살인 현장에서는 상당한 거리다. 그런 짐승이 했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할까. 경찰도 손을 들었지. 전혀 단서도 못 잡고 있다. 만일 경찰이 그놈의 짓이라고 냄새를 맡았다면? 해도 내가 그 살인을 알고 있다고 증명할 수는 없고, 알고 있다고 한들 유죄라는 법은 없지. 어쨌든간에 이미 나는 알려져 있다. 광고주 (廣告主)는 나를 그 짐승의 주인이라고 지목했다. 광고주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이쪽이 주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고가(高價)의 재산을 찾으러 가지 않는다면 적어도 그 동물에 혐의를 걸어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나로서도 그 짐승으로서도 의심을 받는 것은 이로운 일이 못돼. 광고에 응해서 오랑우탄을 데리고 와서 사건의 관심이 식어질 때까지 감추어두자. 라고 말일세. 이때 계단에 발소리가 났다.
[권총을 준비하게.] 뒤팽이 말했다. [단, 내가 신호할 때까지는 쏜다든가 내비치든가 해서는 안돼.] 현관문은 열린 채고 있어서 방문객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들어와 계단을 올라갔다. 그런데 문득 망설이는 것 같았다. 이윽고 도로내려가는 발소리가 났다. 뒤팽은 얼른 문 쪽으로 갔으나 다시 올라오는 발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멈추거나 하지 않고 단호한 발걸음으로 올라가 우리 방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시오.] 뒤팽은 친근감이 담긴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한 사나이가 들어왔다. 분명히 선원같이 보였다. 키가 크고 단단해 보이는 근육질(筋肉質)의 사나이인데, 어딘가 무모해 보이는 얼굴이었으나 전혀 애교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완전히 햇볕에 그은 얼굴은 반 이상이나 구레나룻과 콧수염으로 텁수룩하게 덮여 있었다. 커다란 참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었으나 그 이외의 무기를 휴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어색하게 꾸벅 머리를 숙이면서 [안녕하슈! ] 하고 프랑스 말로 인사를 했다. 그 말투엔 다소 뇌샤텔 지방 사투리가 섞여 있었으나 그래도 원래 파리지앵임을 알 수 있었다.
[앉으시오.] 뒤팽이 입을 열었다. [오랑우탄 때문에 오셨겠지요.
정말이지 그렇게 훌륭한 것을 가지고 계시다니 부러울 지경이오. 진짜 썩 좋은 놈이던데 상당히 값이 나가겠지요 ? 그거 몇 살이나 됩니까 ?]
이제 겨우 무거운 짐을 내렸다는 듯이 선원은 길게 한숨을 쉬고 뚜렷한 말투로 대답했다.
[잘 모르긴 해도 아마 네댓 살은 됐습죠. 그놈 여기 있습니까?]
[아,아니오. 여기엔 둘 만한 시설이 없어서, 뒤부르가의 세놓은 우리에 넣어두었소. 뭐 여기서 얼마 안되지요. 내일 아침에 넘겨 드리겠소. 물론 당신이 주인이라는 증명은 할 수 있겠지요 ?]
[좋지요.] 라고 친구는 대답했다. [그거 아주 훌륭한 생각이오. 그렇군요 ! 무엇을 받기로 할까요 ? 응, 그렇지. 이것으로 합시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에 대해 당신이 아는 정보를 전부 받기로 할까요 ?]
뒤팽은 마지막 말을 아주 낮은 어조로 천천히 말하며 동시에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가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권총을 꺼내어 침착하게 그것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선원은 마치 숨이 막히기라도 하는 듯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는 일어서며 막대기를 잡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더니 와들와들 떨어다. 얼굴은 마치 송장같이 되었고, 한마디도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진정 이 사나이에게 동정을 금치 못했다.
[이봐요.] 하고 뒤팽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게 겁을 집어먹을건 없어요. 정말 해를 끼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신사로서 프랑스 인으로서 맹세하지만 그럴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소. 당신이 모르그가의 흉악범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소. 그러나 그 일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말해도 소용없소. 이 정도로 말하면 이제 당신도 알았을 줄 아는데, 이 일에 대해서 나는 정보망을 가지고 있소. 당신은 거의 상상도 못할만큼 말이오. 요컨대 사태는 이쯤 되어 있소. 당신이 좋아서 한 일은 하나도 없소.다시 말해 죄가 될 만한 짓은 하나도 안했소. 도둑질도 하지 않았소. 문책을 받을 염려 없이 훔칠 수도 있었는데 말이오. 숨기 필요는 아무것도 없소.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는 사실을 일체 고백할 의무
가 있소. 그것은 명예의 문제요. 당신은 범죄자를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무고한 사람 하
나가 감금되어 있소.]
뒤팽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 선원은 웬만큼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초의 대담한 태도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제길할, 이게 무슨 꼴이야 !] 그리고 잠시 후 사나이는 말했다. [말씀드립죠, 이 사건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그러나 말씀드리는 것의 절반도 믿어주시지 않을 겝니다요. 믿어주시길 바란다면 제가 어리석은 놈입죠.그렇지만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죽게 되더라도 깨끗이 털어놓겠습니다요.] 사나이가 말한 것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는 최근 인도 제도를 항해하고 돌아왔는데. 어떤 일행과 보르네오에 상륙하여 섬 깊숙이까지 놀이삼아 탐험하러 들어갔었다. 거기서 동료 한 사람과 함께 그 오랑우탄을 잡았다. 그런데 친구가 죽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 동물은 자기 혼자의 소유가 되었다. 항해에서 돌아오는 동안 이 포획물은 종종 감당할 수 없을 지경으로 횡포를 부려 몹시 애를 먹었으나, 가까스로 무사리 파리의 집까지 끌고 올 수가 있었다. 이웃에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 싫어서 그는 고심해가며 오랑우탄을 숨겨두고, 그 녀석이 배 위에서 발에 가시가 찔려 생긴 상처가 낫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팔아치울 심산이었다.
살인이 있었던 밤, 아니 새벽 무렵에 선원은 그의 동료들과 진탕놀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그 짐승이 그의 침실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옆의 작은 방에 단단히 가두어두었는데. 침실에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면도칼을 손에 들고 얼굴 전체에 온통 비누 거품을 뒤집어 쓴 채 거울앞에 앉아 수염을 깎으려는 수작인 모양이었다. 주인이 그렇게 하는 것을 이전에 옆방의 열쇠 구멍으로 엿보았던 게 틀림 없었다. 이런 위험한 도구가 이런 흉폭한 더구나 그것을 능숙하게 쓸 줄 아느 동물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아연해서 잠시 동안으 그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동물이 아무리 사납게 날뛀 때도 평소에 채찍을 들면 애전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다루려고 했다. 그런데 채찍을 보자 오랑우탄은 방에서 뛰쳐나가 계단을 뛰어내려 공교롭게도 열려진 창문 하나로 해서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이 프랑스 인은 다급해서 뒤를 쫓았다. 원숭이는 여전히 면도칼을 손에 줜채 때때로 멈추어 서서 잡으러 오는 사람에게 오라고 손짓 해놓고 잡힐 만하며 다시 도망쳤다. 이런 짓이 자꾸만 되풀이되었다. 시간은 이미 새벽 3시, 거리는 죽은 듯이 정적에 잠겨 있었다. 모르그가의 둿 골목에 들어섰을때 이 쫓기던 원숭이는 레스파네 부인의 4층 방의 열린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주의가 쏠렸다. 건물에 가까이 가 피뢰침을 발견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민첩한 동작으로 기어오르더니 벽에 붙을 정도로 활짝 열린 덧문을 잡고 거기에 덜렁 매달렸다. 그런 다음 반동(反動)을 이용하여 침대멀리 판자가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동작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안되었다. 오랑우탄이 방 안에 들어가면서 덧문은 반동으로 다시 열려다.
한편, 선원은 이제 됐다 싶었지만 동시에 난처하게 됐다고도 생각했다. 됐다 싶었던 것은 이번엔 틀림없이 잡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그것은 녀석이 지금 막 뛰어든 함정에서 달아날 길은 피뢰침밖에는 없고, 그리로 내려오는 것을 잡으면 되겠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이 짐승이 집안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그게 큰 걱정이었다. 그걸 생각하니 안절부절 못할 지경이어서 선원은 다시 원숭이를 쫓았다. 피뢰침을 타고 오르는 것은 선원에게 있어서 는 어렵잖은 일이었다. 그러나 왼쪽으로 떨어져서 창문이 넘겨다보이는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그의 동작은 딱 굳어져 버렸다. 몸을 앞으로 해서 방안을 얼핏 들여다보는 것아 고작이었다. 얼핏 보는것만으로 공포에 질려 손에 힘이 빠져 자칫 떨어질 뻔했다. 모르그가 주미의 잠으 깨게 한 그 무서운 비명이 밤의 정적을 찢은 것은 그때였다. 레스파네 부인과 딸은 나이트 가운을 입고 앞에 말한 철제 (鐵製)금고를 방 한가운데 내다 놓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금고는 열려 있고 속에 들어 있던 물건은 바로 옆 방바닥에 놓여져 있었다. 희생자들은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짐승이 침입하고 비명이 울렸을 때까지의 시간의 경과로 판단해서 그 당장은 침입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선원이 들여다보았을 때, 그 거대한 동물은 레스파네 부인의 머리채(방금 밧어 내린 뒤라 풀어져 있었다)를 잡고 이발사가 하듯이 면도칼을 그녀으 얼굴 앞에 휘두르고 있어다. 딸은 쓰려져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노부인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치는 바람에(그동안에 머리털이 잡아뽑혔다.) 오랑우탕은 처음에는 별로 악의(惡意)가 없었을 텐데 마침내 진짜 화가 났다. 그 힘센 팔을 냅다 한번휘두르자 이미 그녀의 목은 동체에서 거의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
피를 보자 짐승의 분노는 광기(狂氣)에 사로잡혀 타올랐다. 이를 갈고 눈에서는 불을 튀기며 딸의 몸뚜이에 덮쳐 그 무서운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손톱으로 목을 짓눌렀다. 그때 놈의 두리번 거리전 광포한 눈이 침대 머리맡 쪽으로 향했다. 매를 맞을 짓을 했다고 알아채곤 피비린내 나는 행패(行悖)를 숨기려고 생각한 모야, 이 짐승은 미친 듯이 방 안을 뛰어다니고 설치면서 그동안에 가구를 내동댕이치고 두드려 부수고 침대에서는 침구를 잡아 끌어내렸다. 결국에는 딸의 시체를 움켜잡더니 발견되었을 당시의 모양으로 굴뚝 속에 처박아 넣고, 그러고는 노부인의 시체를 집어들어 바로 창문에서 거꾸로 내던졌다.
오랑우탄이 난도질해서 죽인 시체를 들고 창문 가까이로 다가왔을 때, 선원은 혼비백산하여 피뢰침에 몸을 붙이고 내려온다기보다는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리고 한달음에 집으로 도망쳐 왔다. 이참극의 결과가 두려운 나며지 오랑우탄의 운명 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도 없었다. 일행이 계단에서 들었다는 말이라는 것은 이 짐승이 악귀(惡鬼)와 같은 으르렁거림에 섞인 프랑스인의 공포와 경악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이 이상 덧붙일 것은 거의 없다. 오랑우탄은 그 방문이 부서지기 직전 피뢰침을 타고 달아나 것이 틀림없다. 창문을 뛰쳐나갔을 때 창문은 자동적으로 닫혔을 것이다. 이 오랑우탄은 그 뒤에 그의 주인의 손에 붙들려서 자르뎅 데 플랑테-파리의 동물원-에 상당히 비싼값으로 넘겨졌다. 경찰국장실에서 우리가 일체의 사정을(뒤팽의 주석도 붙여서) 이야기하자 르 봉은 즉시 석방되었다. 담당 관리는 내친구에게 호의를 품고는 있으면서도, 사건이 이렇게 결말지어진것이 역시 불쾌한 긋 쾐한 참견은 안하는 게 좋다는 삭의 비꼬는 소리를 몇 마디 덧붙였다.
[내버려둬.] 하고 뒤팽은 말했다. 그런 소리에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멋대로 씨부리라지. 그렇게 해서 직성이 풀린다면 말이야. 그 자신의 성(成)에서 그를 쳐부쉈으니 이쪽은 만족일 수밖에. 그런데 그 작자가 사건 해결에 실패한 것은 , 그 작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 사건이 뜻밖의 일도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작자는 영리한 개 좀 지나쳐서 실마리를 놓치고 만거야. 그의 지혜에는 꽃으로 말하자면, 수술이 없는 거와 마찬가지랄까. 여신 라베르나[이탈 도둑을 지키던 여신]의 그림처럼 머리통뿐이고 몸통은 없는 거지. 아니면 고작해서 대구라는 생선처럼 머리와 어깨뿐일 거야.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그는 좋은 사나이야. 특히 그 작자가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거드름을 피우며 태연히 지껄일 수 있는 것이 좋다는 거야. 그런 수완으로 다시말해 [있는 것을 부정하고 없는 것을 해설하는[루소의 신엘로이즈]수완으로써 더없이 민완하다는 명성을 얻고 있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