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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한 줌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모든 일을 원망과 시비가 없이 하라.”
- 빌2:12~14 -
사랑하는 쌍샘 식구들, 그간 평안히 잘 지내셨는지요?
깊고 어두운 밤, 뭇 어부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북극성처럼, 한숨과 혼돈의 시대에 주님의 가슴이 되어 머무는 쌍샘자연교회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존경하는 백목사님과 전도사님 그리고 한 분 한 분의 가족들,
언제나 따스한 기억으로 제 안에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저희 가족의 안부를 전합니다.
나라 안팎에서 들려오는 흉흉하고 어수선한 소식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분 자신만의 꿈을 간직하며, 그 꿈을 이루어가고 계시는지요?
본래 ‘꿈’이란 말은 ‘꾸어오다’에서 왔다고 하는군요. 영어로 하면‘borrow’가 되겠죠.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게 바로 ‘꿈’이라는 겁니다. 임자가 따로 있는데 그 쓰임에 따라 잠시 빌려 준 것이지요.
분명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에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드려야 하는 거지요.
하나님께선 당신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저와 여러분에게 당신의 소원(꿈)을 맡겨 주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제 각각 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의 기준과 잣대로는 감히 잴 수 없는 신비와 은총의 여정이 그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원망과 시비가 없이 그 꿈을 이루어 가야할 것 같습니다.
또 다시 한 해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결코 녹록치 않았을 하루하루를 달려오신 여러분 모두를 마음 다해 응원하며, 축복합니다.
그런 가운데 보내 주신 귀한 사랑과 기도에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는 것이 믿음이듯이, 믿음 굳게 붙잡고 하나님께서 맡기시고 빌려 주신 그 하늘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저희 가족 소식
저희 가족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큰 딸 봄이와 둘째 가람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텃밭 농사도 하고, 양계장도 작게나마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농사와 양계, 수확과 판매 전 과정에 참여시키는 비즈니스 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아이들이 농촌에서 자란 덕분에 씩씩하게 또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텃밭에서 재배한 토마토랑 바질과 같은 채소를 정성껏 수확하고 포장해서 근처 레스토랑에다 팔기도
하고, 다 자란 닭은 직접 잡고 손질을 해서 학부모들께 팝니다. 필리핀에도 이런 교육이 가능하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정서적으로 안정된 좋은 학교를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막내 샘이도 학교생활을 즐거워하며 잘 하고 있습니다. 샘이 학교는 선교사 자녀를 위해 세워진 학교이다 보니
모든 선생님이 자비량으로 오신 교육 선교사들이십니다. 하루는 학부모 면담이 있어서 샘이네 교실에 갔습니다.
샘이 선생님은 키가 크고 덩치도 좋은 전형적인 젊은 미국 여성인데, 이야기 끝에 “힘들고 외롭지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순간 젊은 선생님 눈에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는 아프리카 오지의 학교에서 지금처럼 교사 사역을 하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계속해서 더운 곳에서 쉬지 못하고 있다 보니 많이 지친다고 하네요.
이 선생님의 아버지 역시 선교사여서 자기는 어려서부터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랐다고 하더군요.
남달라 보였습니다.
샘이 반에는 또 한명의 보조 선생님이 있는데,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여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임산부이고 남편 역시 같은 학교 과학 선생님이더군요. 그 보조 선생님이 자기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데 김밥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에, “야, 이 귀한 분들을 한 번 위로해 드려야겠다.”싶어서 날짜를 정해 저녁 식사 초대를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함께 나누며 마음이 풍성한 식탁 공동체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 선생님은 아이들 체육지도도 겸해서 하는데, 학생들과 농구시합을 하다가 무릎을 다쳤길래
그날 저녁, 난생 처음 침을 맞고 뜸을 뜨는 경험도 하게 했지요.
손희종 선교사는 페이스아카데미에서 유치부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 섬기고 있고,
지난 9월 15일에 시작 해서 매주 화요일에 있는 “Healing Tree” 치유사역을 함께 섬기며,
음식을 준비하고 여러 환자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침을 들고 있어서 무서운 지(?) 저 보다는 아내 에게 부탁을 하고 편안하게 사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또한 여러 형편상 가족이 함께 오지 못한 딱한 처지의 분들과 음식과 마음을 나누며 좋은 교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시고 마음모아 응원해 주셔서 Healing Tree(치유나무) 센터를 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꼭 필요한 분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셔서 함께 치유의 은혜를 나누고 회복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묘목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하여,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이들을 언제나 불러주시고 품어주시는 주님의 품처럼,
그와 같이 너른 품이 되어 지치고 곤한 뭇 생명들이 깃들어 쉼을 얻고 새 힘을 얻는 소중한 센터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2. 지나온 생활과 앞으로의 사역
지난 9월 9일(수)에는 다바오에서 차로 2시간이 좀 더 걸리는 말랄라꼬곤 교회를 SMDC 노회장인 로프랑코 목사님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정장로님 내외분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방문 목적은 정장로님의 안사돈 되시는 권사님이 자신의 환갑잔치 비용을 뜻있는 곳에 쓰고 싶다고 헌금을 약속하셨답니다. 그래서 정장로님이 직접 노회사무실을 방문하여 리모델링이 필요한 교회를 추천받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취지에 꼭 맞는 교회를 찾아 같이 다녀오게 되었지요.
이곳에서 오래 사신 정장로님 생각에는 덩그마니 건물만 지어주고 차후 관리가 안 되는 것보다는 기존의 낡은 예배당을 리모델링하여 성도들이 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말랄라꼬곤 교회는 전형적인 필리핀의 시골 교회로 거의 모든 교우들이 교회 근처 바나나농장에서 일을 하여 살아갑니다. 벌이가 빠듯한 그들에게 새 예배당은 언감생심이었을 텐데 곧 놀라운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9월 15일(화), “Healing Tree(치유나무)”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 거실 한 면에 이 사역에 대한 취지와 향후 방향을 안내한 플랜카드(지난번 아내의 방문때, 허규영 허진옥 내외분이 만들어주신 것)를 걸고, 마음을 모으고자하는 취지로 작은 황토 항아리를 봉헌함으로 준비해두고, 진료카드를 작성하며 환자를 보았습니다.
독립된 장소에서 좀 더 평안하게 환자들을 치료하면 좋겠지만, 그 부분은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에 맡기고,
중요한 것은 정성과 마음이기에 우선 작게 시작을 하였습니다. 옆집 농아인사역 하시는 김영훈 목사님도 오셔서
함께 배우며 섬겨주시고, 또 한분 한인교회 전도사님 사모님도 만성 소화불량으로 왔다가 치료를 받고 역시 함께 돕게 되었습니다.
10월4일(주일) 오후에 이곳에서 20년 이상 사역하신 한 침례교 사모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 선교사님이 며칠 전부터 음식을 거의 못 들고 있는데 마침 오늘 오후 3시에 결혼식 주례를 해야 한답니다. 필리핀인 제자가 캐나다에 가서 자리를 잡고 살다가 결혼식 때문에 왔고 특별히 주례를 부탁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주례를 하다가 꼭 쓰러질 것만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그 선교사님은 무척이나 점잖으시고 예의가 바른 분이시기에 얼마나 다급했으면 전화를 했겠나 싶으면서 한편 그대로 주례를 보게 되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다른 분께 주례를 부탁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얼른 침통을 챙겨 달려갔습니다. 가서 보니, 얼굴이창백한 게 한 눈에도 많이 위중해 보였습니다.
꼼꼼하게 치료를 해드렸더니 바로 혈색이 돌아왔고 잠시 후 가벼운 음식을 들면서 많이 호전이 된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요청하셔서 치료를 해 드렸고, 그 후로는 부부가 서로에게 뜸을 떠주면서 몸을 돌보고 계십니다.
10월 12일(월)~14일(수)까지 다바오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의 잠보앙가라는 민다나오 서남쪽에 있는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잠보앙가는 민다나오에서도 그 중 위험한 지역에 속해있는데, 우리교단 모 선교사님이 그곳에서 사역을 잘하고 계서서 선배선교사님들과 격려 겸 위로 차 방문을 했습니다.
잠보앙가는 17년 전, 여러 목사님들과 함께 제가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때 머물렀던 곳인데요 그때 바닷가 무슬림마을에서 속으로 이곳에서 이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감회가 새롭더군요.
10월 15일(목), 드디어 저희 자동차 번호판이 1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기다린 끝에 나왔습니다. 2년을 넘기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전에 드렸던 편지에서 이곳에서 광물사업을 하다가 중풍으로 쓰러져 한국에 가서 수술하고 휠체어를 타고 온 박사장님이란 분에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그 분 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10월 15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남편 코와 입에서 걸쭉한 피가 멎지 않고 계속해서 나와서 너무 놀랐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좀 더 쉬면서 치료를 받았으면 했는데, 여러 사정상 다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몸이 또 다시 나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몹시 염려가 되어 연락을 해왔기에 바로 그 분 댁으로 갔지요.
염려하고 있는 부인에게 그래도 피가 코와 입으로 나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게 만약 뇌혈관을 쳤으면 정말 큰 일 나는 상황이 될 뻔했다는 설명을 드리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는 박사장님을 치료해 드렸더니, 금방 숨 쉬기가 편해졌다고 하시네요. 미안해서 차마 말씀은 못하시지만, 계속해서 치료를 받았으면 하시는 것 같아 돌아오는 화요일부터 저희 집에 와서 치료를 다시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하반신이 마비가 되었고 저희 집은 3층이기에 많은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힘을 주셔서 제가 거뜬하게 업어 나르며 치료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2일(목)에는 다바오에서 한국 맛집으로 유명한 고모네식당 박집사님이 한국에다 주문해서 보내주신
침뜸 전용 침상이 도착하여 잘 설치를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수월하게 환자를 보게 되겠지요.
박집사님은 저에게 몇 번 치료를 받으신 분인데, 힐링트리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무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 침상 얘기를 드렸더니 선뜻 선물을 해 주셨습니다.
10월 31일(토)엔 UCCP SMDC(남부 민다나오노회) 소속 남선교회와 여전도회 주최 메디컬 미션에 초대 받아
다바오에서 차로 2시간이 조금 넘는 비나톤지역에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환자가 많을 것을 예상하고 옆집 목사님과 사모님께 도와주십사고 부탁을 드렸지요.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하여 노회사무실에 들려 노회장 로프랑코목사님과 부노회장 아똔목사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신 노회장 사모님을 더 태우고 비좁은 듯 하게 동 터오르는 새벽을 달려 아포산 자락의 산 중턱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같은 푸근한 교회가 반갑게 저희 일행을 맞이해 줍니다.
바랑가이홀(동사무소)옆 농구장에서 개회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한 후 그 중 제일 번듯한 건물을 제 치료실로 주어서 감사하게도 그 곳에서 환자들을 보았습니다. 그 날 총 25명의 환자를 각 증상별로 치료를 했는데요, 그 중 아주 인상에 남는 분이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45세의 자그마하지만 체구지만, 몸이 아주 다부진 남자분입니다.
하루 종일 바나나농장에서 그 뙤약볕 아래서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하는 겁니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홍체 삼분의 일에 하얀 막이 끼어있고, 홍체 자체도 색이 변해있더군요.
강렬한 자외선에 오랜 나날 일을 하다 보니 눈이 많이 상한 것 같았습니다.
그 흔한 썬글라스 하나 낄만한 변변한 신세도 못되었는지 여러 생각이 잠깐 스치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의 그 여린 눈이 그렇게도 선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정성껏 주님 의지하며 치료를 했습니다.
치료 후, 잘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잠깐 밖에 나갔다 오더니 코코넛을 네 통이나 사가지고 옵니다.
새카맣게 힘줄 돋은 손으로 수줍게 그것을 건네줍니다.
한참 후,
어렵사리 말을 꺼내는데, 집에 있는 아내를 데리고 와도 되겠느냐는 거예요. 아내는 루프스라는 난치병에
걸려서 거의 왼종일 집에만 누워있다고 하네요.
데리고 올수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하고 집이 어디냐고 했더니 오토바이로 산길을 두 시간 가야 한답니다.
본인이 눈이 어두우니 사촌 동생이 운전을 해서 두 시간을 달려 온 거였더군요.
아마도 오늘 침 맞을 기대를 하고 여러 날을 기다렸던 것 같았습니다.
한 2, 3년 메디컬 미션에 참여하여 봉사를 하다 보니 효과를 보신 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산길을 향해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요? 정말 4시간이 지나서 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아내 되는 분은 관절로 병이 왔는지 거동과 움직이는 모든 게 힘들어 보였습니다.
역시 절박하고 딱한 사람 앞에 다시금 주님만 의지하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 크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 가여운 형편 앞에 눈물만 나더군요. 그래도 아직 젊기에 희망을 걸고 사촌 동생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뜸뜨는 법을 가르쳐주고 가지고 간 뜸쑥과 향을 거반 덜어서 주고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네 손에 네 형과 형수의 건강이 달려있다. 매일 오늘 치료한 자리에 뜸을 떠 주거라.” 그렇게 하루 종일 치료를 하고 지친 몸, 흐믓한 마음으로 밤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지요.
11월 15일(주일)엔 다바오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비젼교회 설립 9주년 감사예배에 참여하여 격려사를 했는데요. 마침 그 자리에 우리 교단에서 남미 최초 선교사로 헌신하셨고 세계선교부 총무로도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82세의 임순삼목사님과 사모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비젼교회를 섬기시는 김은숙목사님을 20여 년 전 케냐로 파송할 때, 선교부 총무로서 물심양면 도와주신 인연으로 오늘 감사예배의 설교자로 초청을 하셨더군요. 예배를 마치고 마침 두 분을 섬길 기회를 주셔서 침을 놓고 뜸을 떠드리며 치료를 해드렸습니다. 임목사님께서 간만에 소변을 시원하게 보셨다며 한 번더 치료를 받고 싶어 하셔서 한국에 돌아가시기 전, 조만간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11월 19일(목), 브로큰샤이 병원의 병원장인 루벤 목사님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그 전에 몇 차례 만나면서 의견을 교환해왔는데요, 이 날엔 좀 더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 상의를 했습니다.
우선 12월 9일(수)에 “Porridge for health(건강을 위한 야채죽)” 라고 하는 병원의 자선봉사 프로그램에 제가 참여하여 각각 증상별 환자 25명 정도를 진료하는 시간을 갖기로 함께 날짜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기 전, 미리 혈압이나 당뇨 수치, 혈액 검사 등 모든 몸 상태를 체크해두고 침과 뜸의 치료를 통해 얼마만큼 몸이 호전되는지도 살펴보고 이 데이터와 환자들의 요청을 토대로 향후 클리닉의 방향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위해 모든 준비과정을 살펴볼 겸 해서 11월 30일(월)에 준비모임을 갖기로 했지요.
저에게 있어서 12월 9일의 치료여정은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필리핀 현지인들 대다수는 침, 즉 바늘에 대한 상당한 공포심이 있습니다.
두려워하면 치료가 되지 않는데 얼마만큼 편안하게 그들을 만날 수 있을지가 우선은 큰 관건이고,
또 하나는 실제로 좋은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아져서 병원내의 침구 클리닉센터가 잘 자리 잡아 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감에 있어서 위로부터의 선교와 아래로부터의 선교 모두를 아울러야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개발 국가들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갭이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제가 대학병원을 선교의 중요한 기점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하나님께서 그곳을 통해 다바오 혹은 민다나오 주민 가운데 실제로 선한 영향력이 있고 믿음이 있는 환자들을 만나게 하시리라는 소망을 갖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필리핀에 조금 살다보니 이곳의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소위 좀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무료 클리닉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그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의 한 방편으로 대학병원을 활용하고 싶은 것이지요.
그 분들로 하여금 자국민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고민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세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일을 풀어 나감에 있어서 현지인과의 협력과 유대가 참 중요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순수함과 믿음을 겸비한 신실한 사람들을 잘 만날 수 있도록 마음 모아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차 안에서 큰 딸 봄이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는 2년 반 전, 처음 여기에 왔을 때랑 똑같이 지금도 중학교 3학년인 것 같다고 하네요.
저희 아이들은 종종 우스개 소리로 여기 필리핀에는 두 계절이 있는데,
무지 뜨거운 여름과 그냥 뜨거운 여름이 있다고 합니다.
그 만큼 계절의 변화가 없기에 세월의 흐름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어느새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소소한 미련들일랑 훌훌 털고
씩씩하게 새 길을 떠나야겠지요.
저와 여러분 모두 위로부터 임하시는 그분의 능력으로 언제나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항상 기도해 주시고 귀한 마음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나님의 꿈을 잘 이루어드리므로 베풀어 주신 크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언제나 강건하시고, 평안하소서!
2015년 11월 25일
선교지 다바오에서
이영일, 손희종, 이봄, 이가람, 이샘 올림.
* 기도제목 *
1. 12월 9일(수)에 있을 Broken Shire(브로큰샤이) 병원 치유사역을 위해
2. Healing Tree(힐링트리) 치유센터가 다바오에 잘 세워지도록
3. 건강한 인격과 신실한 믿음의 사람과의 교제가 넘쳐나도록
4. 저희 가족 모두 영육 간에 강건하고 성령 충만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