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기억
고즈넉한 시골 마을, 맑은 냇물이 흐르고 산자락 아래 작은 학교가 자리한 곳에서 고정조와 최명순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났다. 정조는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소년이었고, 명순은 조용하고 사려 깊은 소녀였다.
정조는 항상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며 뛰어다녔지만, 명순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명순에게 정조는 자꾸 장난을 걸었다. 가끔은 그녀의 책을 빼앗아 달아나기도 했고, 때론 엉뚱한 질문을 던지며 그녀를 귀찮게 했다. 하지만 명순은 그런 정조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풍을 가던 길에 명순이 작은 돌에 걸려 넘어졌다. 무릎이 까지고 눈물이 맺힌 그녀를 보고 정조는 얼른 달려와 손수건을 내밀었다. "울지 마. 내가 도와줄게." 평소에 장난꾸러기였던 정조의 진지한 모습에 명순은 깜짝 놀랐고, 그 순간부터 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며 그들의 우정은 깊어졌고, 어느새 마음속에 서로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이 끝나고, 정조는 도시로 떠나 대학에 진학했고, 명순은 고향에 남아 부모님을 도왔다.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명순은 마을에 내려온 정조와 우연히 마주쳤다. "오랜만이야, 명순아."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짓는 정조의 모습에 명순은 그때의 설렘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첫사랑은 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서로의 곁을 오래 지키지 못했더라도, 마음 한구석에 남은 그리운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정조와 명순의 첫사랑도 그렇게, 서로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