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호주오픈 최대의 빅매치로 꼽힌 26일 나달- 머레이 남자 단식 8강 경기에서 머레이가 6-3 7-6<2> 3-0으로 리드한 가운데 나달이 무릎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1세트 팽팽한 랠리전 끝에 3-6으로 내준 나달은 2세트 반격 끝에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으나 머레이의 좌우 완벽한 커버링과 강한 서비스로 나달을 이겨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갔다. 이어 기력을 잃은 나달은 3세트 초반 메디컬 타임을 부른 뒤 무릎 치료를 받고 코트에 복귀했으나 머레이가 1브레이크를 해 3-0으로 달아난 상태에서 더 이상 뛸 수가 없었다.
이로써 호주오픈 2연패를 노리고 페더러와의 결승전을 기대했던 나달은 머레이에게 막혀 8강에서 탈락했다.
이날 나달은 평소 연습한 빠른 승부를 하지 못해 부상을 자초했다. 랠리가 23번이상 가는 등 좌우 크로스와 다운더라인 공격으로 서로 공갖고 줄긋기 연습하듯 랠리를 했다.
나달은 빠른 발을 과시했고 머레이는 잘 뻗어지는 긴 다리를 적극 활용했다. 긴 다리를 가진 머레이가 그냥 공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때려대면서 나달을 지치게 했다. 첫세트 6-3 머레이의 승리가 그 결과다.
2세트에서도 황새다리 머레이의 좌우 이동은 완전히 리듬을 탔다. 반면 나달은 예전 처럼 다리로 테니스를 했다. 그리고 운도 따라 주지 않았다. 나달이 친공이 네트를 맞으면 아웃이 되기 일쑤였고 반면 머레이의 공은 신기하게 라인을 맞췄다.
운도 체력도 따라주지 않은 탓에 나달을 부상을 이유로 기권하게 됐다.
이날 나달의 패인은 한창 물이 올라 반격할 즈음에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기념 불꽃놀이로 잠시 경기가 10분간 중단된 점도 들 수 있다. 지고 있는 선수에게 10분간의 경기 중단이 몸을 완전히 식게 만들었다.
이래저래 운도 따르지 않고 뜻하지 않은 불꽃놀이 행사로 그토록 고대하며 지난해 결승 명승부를 재현하려던 나달은 매우 아쉬워 하면서 총총히 코트를 빠져나갔다.
한편 머레이는 앤디 로딕을 이긴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와 28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스텝이 페더러와 같이 경쾌하면서 지면을 박차는 좋은 탄력을 바탕으로 로딕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기고 4강행을 확정했다.
멜버른=테니스 코리아 박원식 기자
에넹-정제, 시드 없이 4강
(서울=연합뉴스) =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서 시드도 받지 못한 선수들이 준결승까지 오르는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돌아온 챔피언' 쥐스틴 에넹(벨기에)은 26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대회 9일째 여자단식 8강에서 나디아 페트로바(19위.러시아)를 2-0(7-6<3> 7-5)으로 꺾고 4강까지 올랐다.
세계 1위였던 2008년 5월에 갑자기 현역 은퇴를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던 에넹은 올해 1월부터 다시 코트로 돌아와 복귀 첫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호주오픈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복귀 첫 대회에서 준우승해 랭킹 포인트 200점을 얻었지만 순위권에 들려면 최소한 3개 대회에서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한 처지지만 세계 5위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 등 강호들을 줄줄이 꺾고 4강까지 올랐다.
특히 3회전에서 킴 클리스터스(15위.벨기에)를 2-0(6-0 6-1)으로 완파한 페트로바를 상대로 이날 2세트에 게임스코어 0-3까지 뒤졌지만 이후 9게임에서 7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은퇴 후 복귀전 상대이기도 했던 페트로바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둬 실력의 우위를 입증했다.
에넹은 "정신력으로 해냈다. 2세트에서도 타이브레이크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정제는 마리아 키릴렌코(58위.러시아)를 2-0(6-1 6-3)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2008년 윔블던에 이어 메이저대회 두 번째 단식 4강에 진출했다.
중국 선수로는 메이저대회 단식 4강에 처음 올랐던 정제는 2006년 윔블던에서는 역시 중국 선수로는 최초로 복식 우승을 차지하는 등 중국 테니스의 선구자 역할을 해내고 있는 선수다.
역시 중국 선수로는 맨 처음 호주오픈 4강에 발자취를 남긴 정제는 "놀라운 결과다. 에넹은 내가 슈테피 그라프, 로저 페더러 다음으로 좋아하는 선수"라며 준결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제는 "에넹은 특히 정신력이 뛰어난 선수라 경기를 보는 것이 즐겁다. 어려운 경기고 도전하는 입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에넹과 정제가 준결승에 오르면서 대진표 하반부에서는 시드를 받은 선수들이 모조리 탈락하는 신세가 됐다. 하반부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시드 선수가 페트로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