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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눈길을 헤치고, 장백폭포를 지나 천지를 만나다.
글/사진: 이종원
국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천지까지 가는 도보 등정에 나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온천이 반긴다. 온천수 때문에 바위가 황,록, 파랑색을 띄고 있으며, 거기다 하얀 눈까지 더하니 야외온천 분위기를 물씬 느낀다. 확실히 온천은 겨울에 찾아야 제 맛이 난다. 기존 등산로를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에 온천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나무테크가 놓여 훨씬 깨끗하고, 가까이서 온천을 접할 수 있어 좋다.
수증기가 아른거려 백두산이 숨쉬는 것 같다.
작년만 하더라도 백두산 겨울 등반시 아이젠과 스패치가 기본인데, 금년엔 눈이 많은 등산로에 유리 터널 만들어 놓아 눈을 밟지 않아도 천지까지 갈수 있도록 배려 했다. 조립식으로 만들어져 여름에는 철거한다고 하는데 백두산을 4계절 여행지로 만든 발상이 무섭다.
달문에서 내려온 천지의 물은 뱀이 또아리트듯 굽이쳐 북으로 뻗어 일도, 이도, 삼도 백하가 되고, 더 많은 지류를 받아들여 송하강이 되면서 만주땅 골고루 적신다. 그렇게 유랑객처럼 흘러 우리 민족의 뿌리인 바이칼 호수까지 닿게 된다.
천지물이 남쪽으로 틀면 백두대간따라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지리산까지 이어지면서 반도를 적신다.
입장권을 끊으면서 한 숨 쉬고 다시 천지를 향한다. 저 폭포가 끝까지 급경사와 수많은 계단과 싸워야 한다.
여름에 왔을 때 이 터널 때문에 백두산 분위기 다 망친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만약 터널이 없다면 겨울 백두산은 꿈 꾸지 못했을 것이다. 터널이 없을때 낙석으로 매년 2~3명씩 돌에 맞아 죽은 사람이 나온다고 한다.
어두운 계단에서 벗어나니 광명이 세상을 비춘다. 달문에서 천지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좌우로 사천왕상처럼 보이는 거대한 협곡이 두팔을 벌리고 환영한다.
영하 20도~30도가 되는데도 물이 얼지 않은 것이 특이하다. 동토 속에서 백두의 맥박이 떨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천지를 향해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저 너머에 천지가 있습니다.
"천지다." 그 소리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꽝꽝 언 천지 한가운데로 달려간다. 얼음판 위에 국경선이 그어질리 만무하다. 겨울 천지야말로 통일의 땅이며 배달 자손의 원초적 고향임을 알게 된다.
눈보라를 이겨내며 천지를 지켜온 석비이 대견스럽다. 예전엔 한글로 쓰여진 것이 있었는데 중국인들이 없애 버린 모양이다. 아예 한국말 하면 잡아가지. ^^
천진난만한 아이가 되어 어머니의 품안에서 마음껏 뒹굴러 본다.
태아의 아기가 자궁의 양수속을 헤메는 느낌이랄까. 참 편하다.
백두의 16봉우리가 나를 감싸 안아준다. 이렇게 앵글을 잡으니...영화속 주인공 같다.
바로 저 너머가 북한 땅이다. 왜 이리 먼 중국땅을 돌아서 천지를 만나야 하는가?
한라산은 백록담을 안고 눈물짓고 있고 백두산은 천지를 안고 흐느끼고 있다. 천지는 왜 이땅의 비극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가?
천지물은 얼어 붙었어도 그 물결은 살아 있었다.
세찬 바람이 만들어낸 그림이다.
저기가 바로 북한에서 백두산 오르는 동파코스다. 언덕에서 곤돌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천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동서남북 4가지 코스가 있는데, 동파만 빼고 나면 모두 중국에서 올라가야 한다.
하긴 북한땅으로는 50년을 넘게 기다려도 못갔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어리석고 불쌍한 동물이 인간이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온 까마귀가 부럽다.
대장이 멋있게 찍으려고 했건만... 중공군 패잔병 같다.
천지가 주는 온기 때문일까? 칼바람이 몰아쳐도 그리 춥지 않았다.
저 너머에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북한땅이다. 10분이면 닿을 만한 곳인데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가장 가기 힘든 곳이 되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때문에 등산화가 얼어붙었다. 그 핑계 대고 가지 않았다고 변명해본다. 이념의 바람이 야속하기만 하다.
다음에는 반드시 내나라 내 땅을 통해 백두산을 보고 말테야. 아마 장군봉꼭대기에 올라 이 쪽을 바라보며 펑펑 울 것 같다.
천지에는 간이매점이 하나 있는데 천지 얼음을 깨서 그 물로 커피를 끊여주는데 1잔에 1천원씩 받고 있다.
차가운 날씨덕에 김이 얼어 붙었다.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갈 때 그걸 받아들이는 내 창자도 꿈틀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먹지 않았나 싶다.
가이드와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점심도 라면으로 때웠으니 우선 시간을 절약했고 온천이야 않하면 그만이니까...나는 여기에 더 있을란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세사람은 이곳에 남아 천지가 주는 기를 마음껏 가슴 속에 담았다.
눈썹도 얼고, 안경도 얼어 붙었지만 백두산에 대한 열정 하나만은 식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머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똑같은 장면 참 많이 찍었는데 괜히 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감동이 영원히 기억속에서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천지를 뛰어 넘어 통일을 위해 출발...
천지에서 장백폭포 가는 길에 만난 눈...거북이 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얀 새가 하늘을 나는 모습같기도 하다.
이 먼곳까지 까마귀 한 마리 날아왔다. 눈을 부라리며 쳐다 보았다. 혹시 고구려 전설의 새인 삼족오가 아닐까해서...
빙하에 의해 깎여나간 U자형 협곡은 고구려 장수처럼 힘이 느껴진다. 그 뒤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만주 대 평원이 펼쳐진다.
오후들어 장백폭포에 햇살이 비친다. 거대한 얼음기둥이 뚝 떨어져 나간다. 그 웅장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든다.
야외 온천
"천원어치 더 주세요."
살을 에는 추위도 천지물을 얼게 할 수 없다. 이 물이 흘러 만주 벌을 적실 것이다.
방랑자가 되어 북파를 벗어난다. 이도백하에서 하루밤을 보냈다. 따끈한 양꼬치구이에 고량주 한잔으로 백두산 북파의 아쉬움을 달랜다.
이도백하에 백두산자연사 박물관이 있는데, 백두산 생태에 대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 자체가 사실적이지만 잔인한 것이 특징이다. 입에 피를 잔뜩 묻힌 백두산 호랑이는 귀신처럼 보였다. 둘리 모양을 하고 있는 백두산 괴물도 볼 수 있다.
이도백하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동해에서 떠오른 해는 북한땅 험난한 고개를 넘어 이도백하. 삼도백하, 사도백하, 오도백하에 골고루 빛줄기를 뿌려준다.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 아이들 이름을 지은 것처럼 하천도 자식 이름 부르듯 편하게 지었다. 백두산은 이도백하에 자리하고 있다.
오늘 오를 곳은 백두산 서파다. 중국에서 백두산에 오르는 코스는 북파와 서파, 남파로 나뉘어져 있다. 북파는 거친 화산재로 이루어진 암봉이 볼거리라면, 서파는 어머니의 품안처럼 포근한 고원이 일품이다. 최근에 개방된 남파는 원시림 그대로의 자연미를 갖추고 있다고 하니 7번째 백두산행을 꿈꾼다. 똑같은 백두산이건만 방향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
북파에서 서파가는 2시간은 원시림을 헤쳐가는 길이다. 버스도 다닐 수 없고 오로지 찦차만 가능한데 백두산의 속살을 더듬는데 더 없이 좋은 코스다.
인원이 많지 않으면 찦차를 타야 하고 인원이 많으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백두산 북파를 찾는 이가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앞으로 서파가 백두산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문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에 국제 공항을 만들고 있는데 금년 8월이면 오픈한다고 한다.
지금 도로 공사 한창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1시간 이내에 백두산 천지에 닿을 수 있다. 더구나 압록강을 통해 천지에 올라갈 수 있는 남파코스까지 개발했으니 백두산을 향한 중국인의 집념에 전율마져 느껴진다.
장백산 공항 진입 도로 공사
서파의 금강대협곡이다.
오리 모양을 하고 있는 화산재
커튼처럼 보인다.
홍콩, 태국등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대관령 스키장을 많이 찾는데 그 관광객을 빼앗기 위해 백두산 서파에 스키장을 만들어 놓았다.
백두의 협곡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코스가 무려 2km다. 알프스 융프라우에서 보았던 천연스키장보다 설질도 좋고 풍경 또한 끝내준다.
리프트 대신 셔틀 버스가 정상까지 올라 간다. 거의 10월부터 5월까지 탈 수 있으니 스키장으로 최고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 마음같은 서파의 구릉. 7월이면 온갖 야생화가 이 땅을 뒤덮는다.
허리 굽은 자작나무가 눈속에 파묻혀 있다. 개인적으로 북파보다는 서파의 백두산 풍경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마지막 사진....천지를 뛰어 넘어.
야듀~ 2008년-겨울 백두산 ^^
* 그동안 백두산 이야기 들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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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백두산 천지의 짙푸른 하늘이 눈물겹도록 알~~~싸한 까닭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천지물을 끓여 드셨다던 신라면은 대장님 태어나 제일 비싼 라면을 드신거지요.^^
알싸한 아픔이 봄눈 녹듯 녹아날 그날이 가까워지는 희망도 함께 보았지요? 눈처럼 하얀 희망!
바람이 만들어 놓은 천지물결위에 누운 대장님이 왠지 행복해 보입니다. 한번만 보기에 아까운 귀한 장면들을 시간나는데로 들어와서 두고두고 아껴 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서파에서 북파까지 종주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다시금 또 가고픈 곳 겨울의 정취를 잘 보고 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 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대장님의 눈과 마음을 따라 나도 거기 있는 듯 합니다.
언제나 가고싶은곳 ...새삼 아름다운 백두산 천지에 취해봅니다...감사합니다...^^
지난 9월 서파로 오르며 보았던 금강대협곡이 새롭네요. 참으로 부럽습니다...하하하
안방에서 대장님의 덕분에 백두산 구경을 정말 잘했어요 꼭 갖다온 기분이 드네요 감사 감사........
가슴이 가슴이너무 멋져서 숨이 막혀요그림이 어떤 그림이 이렇케 아름 다울수가 있어요잘 보았슴다
정말 잘 봤읍니다 고생 많이 하셨네요 대장 담에 또 보여줘-어-엉
겨울 백두산....정말로 웅장 하네요....
우리땅인 백두산이 중국령이되어 유린되는모습...누구를 원망해야하나...힘없음을 한탄해야할까...중국령이라 가볼수 있음에 감사해야하나...덕분에 영봉 백두산을 볼수있어 감사합니다~대장님!
새해복마니 받으시고 잘보았습니다 삼강하세요
대장님 덕분에 백두산의 귀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앗습니다. 항상 잊지않고 보네주시는 이멜에 감사를 아울러 드리고, 모놀 가족분들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백두산천지에서의 점프 아무나 못하는것이지요 항상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오우!!!! 오는 3월 2일이 나 태어난지 한갑자 되는 기념일 인데, 이곳에 가고싶다. 거기는 그 때도 사진과 같이 하얄 것인데....! 그 이름이 " 白頭 " 니까..!
덕분에 앉아서 백두산 구경을 공짜로 하니 자주 들어와야겠네요.사진으로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다녀오신 분은 두고두고 앚지 못하시겠네요.날씨도 추워 사진 찍기도 힘들텐데..정말 너무 멋지군요..감사드립니다.
가슴속 까지 시리네요 정말 가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참 잘보았습니다. 감사할따름입니다
눈울이 나네요 난 언제나 갈 수 있을까?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 그리고 가슴가득 싸~~한 우리 백두산 모습 넘 좋았어요..대장님! 눈 위에 드러 누우신 사진 보고 마치 제가 누운 듯 느껴 집니다.
겨울백두산도 이렇게 멋지군요. 이제 겨울에도 눈을 밟지 않고 천지까지 갈 수 있다는 대목에서 중국 사람들의 관광 자원에 대한 철저함을 또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