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유독 바쁘지만, 산행후기를 쓰고 싶어 늦게나마 글을 올리는 바이다.
첫 산행에 참석했던 카페친구들의 후기가 거의 없네요.
산행 의미가 없었어용? 빨리 올리세용.
0...07시00분에 정확하게 벨이 울렸다.
휴대폰에서 늘 얄밉게 울리는 모닝콜 소리가 오늘도 어렵게 나를 깨운 것이다.
집을 나선 체감온도는 쌀쌀함으로 다가와 나의 어깨를 쪼그라 들게 했다.
따스했던 아침햇살도 어느새 겨울옷을 여미며 얼굴만 삐쭉 내밀고 있었다.
대로변에 놓여진 해빛산악회 버스는 산행의 쓸쓸함을 예고라도 하듯 간간히 나뒹구는 낙엽을 발등(바퀴)에다 모으고 있었다.
버스안 회원들도 저마다 차분한 자세로, 창밖을 향해 기온이 변하는 아픔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오늘따라 검정 썬그라스에다 로마병정들이 쓰던 모자를 눌러 써,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여성 개띠님만은 없는 폼을 내며 우쭐한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0...예전과는 달리 버스안은 그리 수다스럽지 않아 다소 정막감이 감돌기는 했지만 휴계소등에서의 보여준 회원들간의 온화한 우정은 변함이 없었다.
이번 산행에는 카페손님들이 많이 참석, 33명의 전체인원중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아마도 얼마쯤이면 카페회원들로 가득차 좌석예약을 해야만 하는 촌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를 잡을때마다 카페를 사랑스럽게 자랑하는 회장님의 의지도 단단해 보였다.
0...목적지인 백운산 조금 못미쳐 휴계소에 다시 들렸다.
점심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회원들을 위해 김밥등 음식물을 사기 위해서 였다.
순간, 우리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일이 벌어졌다.
의정부에서 만나 산행에 합류키로 했으나 약속장소가 엇갈려 참석을 포기한줄 알았던 이요안님이 머나먼 이곳 휴계소에 나타난 것이다.
거금 4만원을 들여 택시를 타고 쫓아왔다. 요안님의 대단한 산행오기(?)에 회원들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음먹은 산행 발걸음을 뒤돌리자니 후회스러울 것 같아 악착같이 찾아왔다고 요안님은 말했다.
아마도 솔로라는 동질감, 그리고 그동안 느꼈던 회원들간의 배려와 우정이 어우러진 산행이었기에, 그맛을 다시 공유하고 싶어 숨차게 달려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0...백운산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산행은 곧 삶이 보람"이라는 마음에 찾아든 나그네들로 붐볐다.
산등을 밟고 몇발짝 옮겼을까,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손은 호주머니속으로 파고들었고 아랫도리도 좀 썰렁했다.
앙상한 나무가지들은 우리네 마음을 더욱 쓸쓸케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우리네 마음을 자지러지게 했던 붉고 노란 단풍들은 온데간데 없고, 고독한 마음을 부채질 하는 색깔없는 낙엽들만 '사락사락' 나뒹굴며 먼지를 뿜어낼 뿐이었다.
기백을 뽐내던 산세도 겨울나기에 두려운듯 잔득 움추린 느낌이었다.
시간 그리고 계절의 흐름이 이토록 빠른가를 실감케한 산행길이었다. 가을추수를 끝내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자신의 논밭을 바라보는 농부의 허무한 심정으로 산행을 이어갔다.
0...가파르지도 않은 코스임에도 처음나온 몇몇 회원들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잠시 쉬기를 거듭했다.
이에 놓칠세라 58년 남성개띠님은 후미에 처져있는 한 여성님을 줄기차게 챙겨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출발지에서 부터 눈독들였던 여성인것 같았다. 그녀의 베낭을 짊어진 개띠님은 얼빠지 모습으로 마냥 헤헤거리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혼자 행복해 보였다.
이요안님은 가벼운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 하늘색님을 내팽겨치고 쏜살같이 선두로 몸을 날렸다. 의리가 없어 보였다.
그래두 하늘색님은 예전과는 달리 뒤처지지 않고 가볍게 산행을 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힘든 산행을 했던터라 이제는 익숙해진것 같았다.
0...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산세는 어느새 정겨웠던 가을님을 흘러 보내고 겨울님을 맞이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는 듯 차가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음산행 때에는 아마도 겨울님이 자리잡아 우리들로 하여금 차가운 입김을 자아내게 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심을 먹으며 기울인 술잔도 겨울냄새를 풍겼다.
다가오는 겨울공기에 옆구리가 시려서인지 하산을 재촉했다.
미끄러운 하산길도 부서지는 낙엽들로 우리네 마음을 우울케 했다. 햇님은 중천에 떠잇는데 어둠이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0...처음나온 wooya님은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완연한 할머니걸음이었다. wooya님은 설악산 종횡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연습삼아 산행을 다닌다고 했다.
엉성한 산행자세로 볼때 꿈도 야무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쯤 내려 왔을까, 롱다리의 37세여성과 건장한 40중반의 남성이 거의 몸을 포갠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만났는데도 너무 자연스러 보였다. 너무 빠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하튼 다정도 병인양했다.
특히 마지막 발악으로, 아직도 고디고움을 간직하고 있는 단풍나무앞에서의 '사진박기'포즈는 서로가 원했던 만큼 이들 남녀의 '이심전심'이 뵈어나왔다.
0...하산 막바지에서, 앙상한 나무가지에 그림자를 드리운 백운계곡도 가느다란 외줄기의 물줄기만 흐르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가 아름다운 모습까지 일그러지게 만드는 기온의 위력을 다시한번 느끼게 했다.
시간의 흐름이 이토록 빠름을 일깨웠던 산행, 잠시 진홍단풍에 젖어 들떴던 우리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만든 백운산....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한번 가다듬게 한 뜻있는 산행이었다고 생각을 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0...긴장된 자기소개시간이 다가왔다. 마이크를 잡는 모습들이 저마다 각양각색의 홍당무가 되었지만 또박또박 조리있게 소개를 하는 회원들은 국가적 손실을 입히지 않기위해 각자가 사회에서 한몫을 하는 일꾼들이었다.
이날도 58년 개띠들이 유독많아, 나이를 소개 할때마다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으며 특히 70년 새끼 개띠도 있어 웃음을 더욱 멍들게 했다.
0...20여명이 참석, 화기애애한 저녁식사는 노래방으로 이어졌으며 밤11시30분께 우정의 아쉬움을 뒤로한채 각자 홀로의 발걸음을 옮겼다.
대치동 밤하늘은 나의 베낭을 짓누르며 월동준비를 서두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