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phomore
이제 투어 2년 차에 접어 든 멜라니 우딘. 윌리엄스 자매가 10년 전에 일으켰던 돌풍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미국 테니스에 새 바람을 몰고 온 아가씨. 그러나 진짜 힘든 시기는 지금부터이다.
2009 윔블던 기자회견장. 전년도 챔피언인 비너스 윌리엄스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 WTA 투어 신인 선수 한 명이 열심히 비너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런 언론 적응 훈련은 프로 데뷔 선수들에게는 일종의 통과 의례나 같은 것이었다. 이 날, 언론을 상대로 한 인터뷰 기술을 열심히 배운 초보 선수는 애틀랜타 주 메리에타 출신으로 커다란 눈과 금발 머리를 지닌 17살의 멜라니 우딘이었다. 당시 그녀의 랭킹은 12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작년 11월에 열린 페드컵 결승전에서 첫 번째 단식 게임을 치르는 우딘
2009 US오픈 8강 돌풍 우딘은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나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배우는 선수였다. 난생 처음으로 윔블던 본선에 진출하기까지 3번의 예선 경기를 승리로 이끈 우딘은 3라운드에서는 전 세계 1위였던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를 꺾고 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러자 그녀에게도 비너스가 앉았던 바로 그 의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우딘은 다음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에서 더 이상 다른 신인 선수들처럼 언론 적응 훈련을 할 필요가 없었다. “몇몇 주니어 선수들이 나를 모델로 삼아 프로 데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내가 US오픈에서 했던 기자회견 장면을 보면서 말이죠. 내가 윔블던에서 비너스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훈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우딘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사실 더 말도 안 되는 일은 우딘이 애초에 어떻게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녀는 1999년 세레나 윌리엄스 이후 처음으로 17살의 나이로 US오픈 8강에 올랐다. 168cm 단신의 무명 선수였던 우딘이 이런 돌풍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동료 10대 선수인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러시아)를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우딘은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를 차례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모두 첫 번째 세트를 내주고 역전승한 경기들이었다.
미국여자테니스 새로운 스타 탄생 지난 10년 동안, 미국 신예 여자 선수 중 그 누구도 확고한 실력의 테니스 스타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의 은퇴 이후, 이미 20대 후반에 접어든 윌리엄스 자매만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딘이 등장했고, 기꺼이 윌리엄스 자매의 뒤를 좇을 준비가 된 것 같았다. US오픈이 끝나자 우딘의 랭킹은 4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윌리엄스 자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랭킹의 여자 테니스 선수가 되었다. 새로운 스타에 굶주려 있던 뉴욕의 테니스 팬들은 우딘에게 열광적인 성원을 보냈다. 미국 남부 교외 출신으로 카드 놀이를 좋아하고 아메리칸 이글(미국 캐주얼 의류 브랜드) 옷을 즐겨 입던 우딘이 US오픈 2주차에 접어들자 ‘국민 여동생’으로 전 미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엘렌 쇼, 코넌 오브라이언의 투나잇 쇼와 같은 미국 유수의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하고, 미국 증권거래소 개장 벨을 울리는가 하면, 유명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제 우딘이 거리에 나가거나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본다. 우딘의 고향에서는 시장이 직접 나서서 그녀를 위한 퍼레이드를 준비할 정도였다. “샤라포바를 이긴 다음, 나는 하루 밤 사이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 선수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어요.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죠” 소프트웨어 영업 사원인 아버지 존부터 전업 주부인 어머니 레슬리, 18살인 쌍둥이 자매 캐서린과 11살인 여동생 크리스티나는 숨을 졸이며 관중석에서 그녀의 경기를 보았다. 우딘의 어머니는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있겠지만, 멜라니에게는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이 모든 게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갑자기 큰 성공을 거두게 되어 좀 얼떨떨한 기분도 들겠지만, 멜라니에게는 정말 짜릿한 순간일 것”이라고 가슴 벅차했다.
연습 벌레 우딘은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차근차근 테니스 실력을 쌓아왔다. 우딘이 할머니를 따라 동네 테니스 코트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 7살 때의 일이었다. 이란성 쌍둥이인 캐서린도 함께였다. 이 두 자매는 9살 때부터 ‘라켓 클럽 오브 더 사우스’에서 개인 레슨을 시작했는데, 바로 이 테니스 클럽에서 지금의 코치인 브라이언 드 비어스를 만나게 되었다. 두 자매가 모두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우딘이 캐서린보다 더 테니스 게임에 열정을 가지고 있음이 확연해졌다. “멜라니는 테니스 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비 때문에 연습에 못 가게 되면 울곤 했다. 가끔 멜라니랑 캐서린이 밤새 열리는 파티에 초대되면 멜라니는 꼭 ‘엄마, 이따가 나 좀 데리러 와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왜냐하면 멜라니에게는 대회 준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캐서린은 밤새 놀았다” 어머니 레슬리는 이렇게 회상한다.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날이 갈수록 깊어져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자, 6학년인 우딘은 부모님에게 홈스쿨링을 하면서 테니스에 전념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부모님은 일언지하에 반대했지만, 우딘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해까지 부모님을 설득해 결국 승낙을 얻어냈다. 쌍둥이 자매 캐서린이 계속 공립 학교에 다니는 동안, 우딘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매일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 “두 아이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멜라니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레슬리의 말이다. 주니어 선수 시절, 우딘은 어머니와 함께 다니며 대회에 출전했다. 때로는 밤에도 몇 시간씩 운전을 해야 도착할 수 있는 원거리 대회에 나갈 때도 있었다. 우딘은 한 때 ITF 세계 주니어 랭킹 2위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2008년 US오픈 주니어 대회 준결승에 올라간 것을 제외하고는 주니어 그랜드슬램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로 전향한 뒤, 우딘은 그랜드슬램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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