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상동을 '상리' 라고 하였지요. 정읍이 시로 승격하기 전까지 부른던 명칭이었습니다. 상리 사람들이 오거리시장 즉 지금의 샘골시장까지 가는 오래된 길은 지금의 자동차 도로에 비하면 그야말로 골목길에 가까운 좁고 볼품없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런 골목길을 걷다보면 그때 그시절의 추억들이 레코드판이 재생되듯 새록새록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상동에서 구시장까지 이어지는 정읍판 올레길을 자전거를 타고 한번 달려봅니다. 물론 두발로 걷는다면 더많은 추억들이 생각날 것 같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대로보다는 낡은 건물이 줄지어서 만든 좁은 골목길(실은 이것도 예전엔 신작로라고 불렀음)은 자동차의 속도감과는 거리가 먼 불편한 길이지만, 나같은 사람에겐 훨씬 더 정감넘치고 자동차가 없으니 역으로 말해 더 안전한 거리라 하겠습니다. 덤으로 어린 시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상리의 상사동, 중사동, 그리고 시기리 평화동, 광교동 등의 거리 풍경이 흑백영화처럼 떠오릅니다.
상동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분들은 제가 소개하는 오래된 길을 따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 생각하시고 한번쯤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많이 낡고 볼품없고 원형이 훼손된 부분도 많지만 곳곳에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족한 건축물들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상동 주민들께선 장보러 갈 때 자동차를 이용하여 대형마트로 갈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나 도보로 샘골시장을 가고자 할 때는 상동중앙로, 동부길, 태평길이라 씌어있는 상동 올레길을 따라 가보시는 것이 어떨찌.... 직선에 가까운 지름길이라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고, 수십년전의 풍경이 오롯이 남아 도보자의 시선을 끌기에 지루함을 덜어내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출발점은 상동 오대양사우나 건너편 햇살치킨 부근이다. 사진에서 자전거 방향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된다.
과거에는 흙길이었겠지요. 지금은 골목길까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모조리 포장이 되었습니다.
새마을운동 할 때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 세월이 흘러 콘크리트 블록담이 낡아보인다.
중간중간 밭농사가 이루어지는 공터가 보인다.
예전 가게의 모습. 함석문이 줄지어 붙어있는데, 녹슨 함석이 세월을 말해준다.
세자매 미용실... 예전엔 이발관, 미용실이 남녀를 확실히 구분하여 받아들였었는데....
조금 부유한 집의 상징으로 붉은 벽돌담과 벽돌집이 있었지요.
속칭 홀애비 전빵집이 있는 삼거리에서 동국민학교(지금의 동초등학교)가는 길을 바로보고 촬영하였습니다.
이길을 따라 6년을 꼬박 걸어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땐 이런 길이 왜그리 넓어 보였던지....이길을 가다보면 연탄공장과 땀때기방죽 그리고 각시다리가 있었습니다.
정읍 상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홀애비 전빵. 다행이 아직까지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큰길가였다면 벌써 없어졌겠지요. 홀애비 전빵엔 지금도 함석문에 복흥상회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당시 주인이 홀애비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아저씨는 곧바로 재혼하여 자녀를 두고 나름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끝까지 홀애비라는 호칭을 포기하지 않었었지요. 이런 걸 낙인이라 하나요?
당시 상사동에서 중사동으로 이어지는 길. 중간쯤에서 관통도로를 만난다. 여기서는 시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어렸을 때 내가 뛰어놀았던 놀이터. 나와바리?
쎄븐을 쎄분이라 표시해놓은 꽤 오래된 미용실의 간판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과거 평화양조장이라 불리운 곳. 당시 조곡동 양조장, 상동 양조장과 더불어 내가 아는 우리 동네의 술 양조장으로 탁주와 약주를 만드는 곳으로 알고 있다.
드디어 샘골시장 제11문에 도착한다.
첫댓글 상리, 중사동, 대흥동... 에 살아봤는데..
기억이 새롭네요. 변치않고 있는 것들이 반갑지만 쓸쓸하고 좀 슬프네요.
사진에 담은 박샘의 시선도 그런 것 처럼 보이구요.
다른 길도 부탁드립니다...
미용실이 세 곳. 이발소는 안뵈네요. 그냥 딴지 ^^
자활에서 양곡배달차 중사길, 대흥길, 광교길, 씨교길 등을 헤매고 다녔는데요,. 참 좁은 골목에 오밀조밀 모여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쪽방 같은 곳도 많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도 많고요..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작은 골목 문간방들은 외로이 홀로 사는 가구가 많이 늘어나는 듯 하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