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하루 담배 세 갑씩 피우는 남자
- 은유시인 -
하루 담배 세 갑씩 피워오길 어언 30년.
난 오로지 국산담배만을 줄기차게 피워왔다. 질 좋은 양담배가 시판된 이래 마찬가지로 국산담배만을 피워왔다. 엄청난 간접세를 군소리 없이 부담해가면서 국산담배만을 피워왔으니 나름 애국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주 잠깐 외도한 적은 있다. 내가 즐겨 피우던 ‘솔’이란 담뱃값이 대한민국 전매청 역사상 처음으로 500원에서 200원으로 가격을 대폭 내렸을 때, 난 오히려 양담배 ‘던힐’을 잠시 피운 적이 있긴 있었다.
마치 애연가들 상대로 큰 인심 쓰듯 솔담배 가격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엄청 내렸다지만, 도시에서는 그 담배를 구하기가 어려웠을 뿐더러 막상 구해서 피워 보면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애연가들의 눈치 따위는 아랑곳 않는 노골적인 기만이요 엄연한 사기행각인 것이다.
난 몹시 분개했다. 따라서 언짢은 기분에 몇 달간 던힐만을 피웠다. 그런데 그 뒤 마음이 바뀌었다. 마음이 바뀌었다기보다 국산담배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국산담배를 찾게 된 것이다.
지금은 솔이란 담배가 포장만 달리하여 1천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디스’를 피운다. 과거의 솔담배에 비해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맛은 똑같은 것이다. 솔담배에 길들여진 입맛이 디스를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2월1일부터 애연가들에게 단 한마디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담뱃값을 200원씩 또 올렸다. 담뱃값을 자꾸 올리는 이유가 의료보험공단의 재정적자 때문이라 했다.
의료보험공단의 재정적자와 애연가 간에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나 보다. 어쨌든 애연가 주머니 털어 의료보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이 누구의 대가리에서 나왔는지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연가들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들어 점점 기피인물로 매도당하고 있다. 그래서 애연가를 일종의 범죄자로 취급하여 공공이익을 위한 벌금을 더 물라는 것인가 보다.
의료보험공단의 재정적자는 애연가들로 인한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들의 허위, 부당청구가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의료기관들 거의 예외 없이 의료보험공단의 공적자금이 마치 눈먼 돈으로 착각하고 도적질을 일삼고 있으니 바닥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 이유로는 의료보험공단의 방만한 자금운용 탓이다.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도무지 돈을 아끼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누부 좋고 매부 좋은 케세라세라’인 것이다. 그러니까 도적들을 잡아내지 않는 것이고 잡더라도 봐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파탄지경에 이르렀으면 자중을 해야 하는데도 의료보험공단 직원들의 대우는 파격적이요 비싼 빌딩에 입주해 있는 데가 많다.
고로 난 억울하다. 매달 담배 100갑 피운다 치면 2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달 2만원씩 생색도 못 내고 더 부담해야 되는 까닭을 납득할 수 없으니 마냥 억울할 뿐이다.
높은 분들아!
왜 내가 매달 2만원을 무슨 이유로 더 부담해야 되는지 그 이유를 말해 다오. 담배 피우지 않으면 될게 아니냐고? 안타깝게도 난 담배를 끊을 수가 없구나. 당신들이 만들어낸 담배에 중독이 되어서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난 의료보험공단 재정적자 때문에 돈을 더 써야 되는 게 마냥 억울할 뿐이다. 그런 식으로는 애국할 맘 전혀 없다. 그런 돈 있으면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갖다 줄 꺼다. 그러면 고맙다는 소리나 들을 수 있을 것 아니냐?
그리고 담배에서 남긴 수익을 왜 엉뚱한데 쓰려하는가. 담배 질을 개선한다거나 담배 피워 몸 버린 사람들 병 고쳐주는데 쓴다면 덜 억울하겠다.
담배를 아무리 피워대도 몸에 전혀 해가 되지 않게 담배 질을 개선할 수는 없는가. 요즘 오양맛살이란 식품을 보라. 진짜 게맛살 가지고 만드는 게 아님에도 진짜 게맛살 맛이 나질 않던가. 그 외 엉터리 가짜 식품들을 보라. 진짜와 전혀 분별할 수 없으리만큼 진짜 맛을 내는 식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매년 수천억 원씩 수익을 남기면서도 왜 애연가들의 건강은 눈곱만큼도 걱정하질 않는가.
그리고 애연가로 하여금 벌어들인 수익은 당연히 애연가들 건강관리를 위해 써야 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분배원칙이 아닌가 묻고 싶다.
그리고 애연가들은 마약쟁이가 아니다. 마약쟁이 취급을 하려거든 담배광고부터 없애고 담배 판매부터 금해라. 담배를 팔지 않는다면 나 또한 기 쓰고 담배를 구해 피우느니 차라리 담배 정도는 얼마든지 끊겠다.
이참에 양담배로 바꿔야겠다. 양담배에도 물론 그놈의 재정적자 해소 벌금이란 게 붙긴 붙겠지만 질 좋은 양담배를 피워야 몸도 덜 상할 테고 나중에 몸 상하면 양담배 회사를 상대로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아니겠니?
- 끝 -
(200자 원고지 14매 분량)
200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