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바위 홍두깨 칼국수'

홍두깨 칼국수
일본에 ‘우동’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칼국수’가 있다.
종류도 참 다양하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진고개에 있는
‘명동교자’처럼, 전통적인 칼국수가 있는 반면에, 설탕과 소금만으로
입맛에 맞추는 남도의 토속음식, 팥 칼국수도 있다.
시원한 국물 맛이 으뜸인 바지락 칼국수도 많이 찾는 편이다. 이밖에도 버섯칼국수,해물칼국수,닭칼국수 등이 있고, 최근에는 국물 없는 칼국수까지 세월 따라 입맛 따라 진화하고 있다.
칼국수는 쉬운 요리 같지만, 수제비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면발과 국물 맛이 좋다고 입소문나기 힘든 게 칼국수집이다. 그래서 소문나기 어렵지만, 반대로 한번 알려지고 나면 어지간해서 문 닫는 일이 없다. 장수 맛집이 된다. 생선이나 육 고기를 파는 식당처럼 큰 파동도 겪지 않고 있다. 참 행복한 음식이다.

칼국수 맛을 보기위해 식당안을 가득메운 손님들
부천 작동에 있는 ‘썬바위 홍두깨칼국수’도 부천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도심에서 떨어진 원미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도 평일 낮에는 기본적으로 30여분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 휴일에는 1시간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덕분에 옆에 있는 식당들이 덕을 본다.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 사람들 때문이다.
언제나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홍두깨칼국수,그 맛의 비법은 무엇일까?
심리적인 맛
첫째는 심리적 영향에 있다. “시장이 반찬이다”라고 하듯이 배고프면 없던 맛도 생기게 마련이다. 남들 맛있게 먹는걸 보면서 20여분 기다리다 보면 배가 고파진다. 배고픔을 참으며 기다리다 먹는 음식, 맛있다.
다음 이유로는 ‘집중’에 있다. 처음 온 손님들은, 많은 사람들이 칼국수를 찾고, 그 맛을 보기 위해 줄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무슨 맛일까?” 하는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자신도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먹으면서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다른 칼국수를 먹을 때 보다 맛있다고 생각 될 것이다.
홍두깨의 맛
국물 맛이 아무리 좋아도 면발이 맛없으면 기억에 남는 맛이 될 수 없다. 숙성된 반죽을 즉석에서 홍두깨로 밀어, 칼로 썰어낸 면발은 여느 칼국수 집과 차별화를 준다. 좀 두껍다 싶은 면발을 씹으면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다 먹을 때 까지 퍼지지 않는 면발은 홍두깨의 맛이다.
눈으로 보는 맛
칼국수를 주문하면 냄비위에 해물이 있는 접시가 있고 냄비뚜껑으로 덮어져서 나온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뚜껑을 열고 해물을 보여준 다음 냄비에 쓸어내고 다시 뚜껑을 닫고 한소끔 끓인다. 해물에서 국물이 우러나면 다시 칼국수를 넣고 10여분 끊인 다음 먹는다.
이 같은 방식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손님은 자기 앞에서 해물을 넣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 즐거움은 다시 맛으로 느껴진다. 눈으로 보는 맛은 그 음식에 대한 첫인상이다. 첫인상이 좋으면 맛있다.
작지만 큰 맛

국물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해물,유독 오징어만 냉동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칼국수에 들어가는 해물은 미더덕과 새우. 오징어. 바지락. 모시조개. 다시마이다. 모두 다 국물 맛을 내는데 좋은 재료들이다. 미더덕은 칼로 썰어서 안의 육즙이 최대한 우러날 수 있도록 하였다. 해물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알겠지만 모두 다 ‘생물’이지만 유독 오징어만 얼려져 있다.
충분히 생물을 쓸 수 있는 집이고,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집치고는 옥의 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냉동보다 생물이 좋다는 관념 때문이다. 물론 냉동식품보단 생물이 좋다. 하지만 그 집 오징어가 맛있다고 가는 손님은 없을 것이다. 오징어는 국물을 넣기 위해 들어간 재료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국물을 뺄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 한다.냉동된 오징어가 뜨거운 국물에 들어가면 팽창돼서, 표면이 갈라지고 터지게 된다. 그 사이로 나오는 육즙은 생물오징어보다 훨씬 많이 나오기 때문에 냉동오징어를 사용한다. 이집의 국물 맛이 특히 맛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이처럼 작고 사소하지만 맛은 거기서 큰 맛이 된다.

홍두깨로 밀어서 썬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이처럼 알고 나면 별것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집이 태반인걸 보면 음식장사도 능력과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능력도 의욕도 없으면서 억지로 하는 집은 표가 나기 마련이다. 음식점 위생교육 현장에 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장사가 잘 될 수 있을까? 좋은 내용을 강의하고 있는 시간에 조는 사람, 밖에 나가 담배피우고 커피마시고, 한 시간만 참으면 된다고 지겨워하는 사람 등 교육은 뒷전이다. 물론, 교육받기 좋아하는 사람 없겠지만 의욕과 열정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더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될수록 경기 탓으로 돌리고, 메뉴를 늘리기보다, 전문식당을 찾아가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열정과 의욕을 불살라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식당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면 손님은 알아서 소문내고 다닐 것이다.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