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예민해지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가령, 최근 회자되고 있는 개념인 HSP, 즉, 초예민성은
예민한 감각(슈퍼안테나)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을 뜻하죠.
이들은 태생부터 SPS(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감각처리민감도)가 매우 높은데,
이말인즉슨, 신경계 자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Hyperactivity, Supersensitivity)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경계 자체가 민감하니,
각종 환경적 자극들에 그만큼 더 강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부정적 자극들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에요.
HSP들의 예민성은 신경계 자체의 속성, 즉, 신체적 요인에 해당하므로,
모든 환경적 자극들에 똑같이 공평하게 적용됩니다.
부정적 자극 뿐만이 아니라 긍정적 자극들에도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되죠.
(cf. 좋을 땐 천국, 나쁠 땐 지옥)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HSP의 딱 절반만 닮은 성격, 다시 말해,
부정적 자극에만 유독 강렬하게 반응하는 성격 유형이 있다면 어떨까요?
공감능력이 높은 신경과민 유형
본인들은 잘 깨닫지 못할지라도,
HSP들은 평균치보다 더 잘 감동하고, 더 쉽게 영감과 희열을 느끼는 편입니다.
감정 스펙트럼이 긍정, 부정 양 쪽으로 똑같이 동등하게 늘어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HSP들의 삶을 위한 최적의 전략이란,
불(부정적 감정, 스트레스)을 끄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물(긍정적 감정, 취미생활)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다만, 인간에겐 부정성 편향이라는 본능적 기제가 있어서,
나쁜 일과 좋은 일이 똑같이 50씩 있더라도,
나쁜 일로부터 최소 2.5배 더 강렬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HSP들이 미처 물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2.5배 강력한 화력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죠.
HSP들이 불보다 물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심미안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심미안이라 함은,
거창한 예술성, 문화적 감각 같은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쪽으로 넓어진 자신의 감정 스펙트럼을 향유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해요.
가령,
짧은 드라마 쇼츠 한 편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유튜브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며 소름돋는 흥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옛날에 좋아했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며 깊고 아련한 감상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게 바로 심미안적 특성에 해당됩니다.
HSP들은 감정 스펙트럼의 한 쪽 극단에서는 비록 지옥같은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다른 한 쪽 극단에서는 자신들의 심미안을 활용함으로써 세상을 살아갈만한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 평생을 불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
HSP들은 타고난 감각이 예민해서 모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편도체가 예민해서 부정적인 자극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편도체가 예민해지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성격적으로 편도체가 더 쉽게 활성화되는 유형이 있는데 바로 신경과민 성격입니다.
신경 과민 성격이란, BIG 5 성격 검사에서 신경성(Neuroticism)이 유독 높게 나오는 유형으로
저희 센터에서는 70점 이상을 신경과민으로 규정합니다.
Neuroticism(신경성) : 위협 민감성과 관련된 성격
신경성이 높을수록 위협 자극에 대한 역치가 낮아짐.
즉,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위협적이라 느끼는 일이 많아짐.
단점 : 스트레스 받을 일이 훨씬 더 증가함
장점 : 매사 조심성이 많고, 위험한 일에 좀처럼 말려들지 않음.
신경성은 크게 불안정성(Volatility)과 위축성(Withdrawal)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부정적인 환경이 편도체를 자극시킴으로써,
불안정성이 높은 사람들은 투쟁-도피(싸우거나 도망치거나) 패턴을 보이게 되고,
위축성이 높은 사람들은 회피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투쟁, 도피, 회피 이 세가지 행동 패턴은 감정적으로 각각 분노, 불안, 우울이라는 증상으로 표출되게 되죠.
신경과민 유형은 민감한 편도체로 인해 부정적인 자극에 더 잘 반응하게 되고,
그 결과,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우울해 할 일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뭐 이런 거지 같은 성격이 다 있나요? 라고 하신다면,
이게 원래 구석기 때는 매우 유용한 성격이었어요.
인간은 본디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되었지, 각 개체의 정신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구석기 시절에는 위협 인지력이 뛰어날수록 생존 확률이 더 높았을 겁니다.
즉, 더 많이 분노하고 더 많이 불안해하고 더 많이 우울해했던 원시인들이
위협 상황에서 더 잘 싸우고, 더 잘 도망치고, 더 잘 회피해냄으로써 더 잘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죠.
다만, 상황이 변해서 현대 사회는 육체적 생존이 최대한 보장되어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개인의 정신건강을 제물로 바쳐 생존 확률을 증가시키는 신경성이 마치 저주받은 성격처럼 취급받게 된 것.
신경과민 성격의 높은 위협 민감성은 HSP들의 슈퍼안테나와 닮아 있습니다.
남들보다 불편한 일들이 많고 항상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투쟁, 도피, 회피 패턴으로 인해,
분노,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되므로,
아무래도 남들이 봤을 때 예민해 보이는 행동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나 짜증을 낸다거나, 불평, 불만을 쏟아낸다거나.
하지만, 여기에 BIG 5의 다른 한 축인 높은 친화성이 추가되면,
"속내는 예민하지만, 겉으로는 무던해보이는" 마치 HSP와 같은 행동 패턴이 나타나게 돼요.
친화성의 핵심은 이타주의, 공감능력 등의 "타인 지향성"으로,
신경성의 위협 인지력과 친화성의 타인 지향성이 조합되면,
속으로는 각종 스트레스들 때문에 괴로워 죽겠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자 꾸역꾸역 인간관계에 자신을 갈아넣는
"착한 개복치" 같은 성격 유형이 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