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을 찾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물소리로 귀를 적시고, 풀벌레 소리로 산사의 하루를 느껴본 사람은 드물다.
사찰에는 천년을 이어온 전통문화의 향기가 있다. 그래서 산사는 모든 사람의 고향이다. 자연과의 조화와 교감이 있다. 그래서 산사는 편안하고 여유롭다. 자신의 내면을 보려는 치열한 수행이 있다. 군더더기 한 점 찾을 수 없는 절제와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여유와 휴식이 있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설레는 발걸음으로 산사를 찾아보자.
천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있으면서 늘 그래왔듯이 사찰은 산문을 활짝 열고 찾는 이들을 가리지 않는다. 템플스테이(Temple Stay)는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외국인만을 연상하는 단어는 더더욱 아니다. 지친 몸을 뉘이고, 마음을 열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소유가 됐다. 차 한 잔과 물, 바람, 숲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항상 열려있다.
산사의 어스름과 함께 범종 소리가 들려오고 법고, 목어, 운판의 소리가 찾는 이를 반긴다. 산 그림자가 사물(범종, 법고, 목어, 운판) 소리의 여운처럼 길게 내리면 산사의 밤은 시작된다. 달빛과 풍경 소리, 나무 잎 부딪치는 바람소리가 귓전을 맴돌면 지친 일상은 어느덧 도망가 버리고 만다. 산사의 첫 만남은 시원함으로 시작된다. 마음은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만큼 커지고 다툼은 끼어들 자리조차 없다.
새벽 3시 적막한 산중에 도량석 도는 소리가 들린다. 산중의 대중들은 소리 없이 일어나 법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하루를 여는 예불 의식을 올린다. 경건함과 장엄함 속에서도 속박은 없다. 한 배 한 배 절하는 모습 속에서 간절함보다는 의연함이 묻어 있다. 그래서 그들 모두는 참 자유인이다.
새벽 숲 길,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치고 밤사이에 숨겨 논 산사의 풍광이 서서히 아침 햇살과 함께 서서히 눈으로 들어온다. 마음은 어느덧 세상 모든 것을 품듯 열려 있다.
공양과 울력이 끝나면 어느덧 천년 산사는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산사를 찾은 이들에게 천년을 간직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전해준다. 탁본, 염주 만들기, 사경, 연등 만들기 체험에 바쁜 산사의 하루가 지나가지만 그곳에는 분주함이 없다. 경쟁도 없다. 좇기는 마음도 없다. 여유와 쉼만이 있다.
산의 모양이 같지 않듯이 산사의 하루도 모두 다르다. 전국 43개 사찰에서 운영중인 템플스테이도 같음과 다름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아침예불과 발우공양, 울력과 다도, 새벽 산사의 시원함은 대부분의 산사가 제공하는 첫 번째 선물이다. 그러나 사찰마다 각기 특성을 갖고 찾는 이들에게 새로움을 주고 있다.
번뇌는 내려놓고 행복만을 간직한 채 산사를 떠나는 발걸음에 산사는 환한 웃음을 던져준다.
이제 산사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 보자, 혼자도 좋고, 친구와 동료와 함께 가도 좋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새벽 예불 고요한 산사의 새벽, 모든 대중이 모여 한 줄기 빛처럼 하루를 여는 장엄한 예불은 마음 속 번뇌를 깨끗이 씻어 내리게 한다. 예불은 만생명에 대한 존중의식과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선 마음의 고요함을 통하여 나를 들여다보며 참 ‘나’를 찾는 수행과정은 일상의 소중하고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도 바로 앉아 차분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 역시 좌선수행법과 흡사해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했다. 다도는 차를 마시는 멋을 알고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다.
#발우공양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는 공동체 정신과 평등심, 조금의 낭비도 없는 절제의 정신 등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건축, 조각, 공예, 회화 등 한국전통의 문화재를 둘러볼 수 있는 사찰순례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선무도, 사찰주변의 경관을 둘러보고 자연과의 교감을 만끽할 수 있는 사찰 숲 속 산책과 연등 만들기, 탁본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사찰마다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 얼마나 참여하고 있나 ]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 1,000명 정도가 참가했고,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기간에는 16개 사찰에서 3,755명이 참가했다.
2004년부터 조계종에 템플스테이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출범, 36개 사찰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했다. 2005년 현재 43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5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문답으로 풀어보는 템플스테이 ]
1인당 1박2일에 참가비 3만~5만원
Q.언제든지 참가가 가능한가.
그렇다. 전국 43개 사찰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상시 운영사찰과 주말 또는 정기적인 날짜를 정해 운영하는 사찰이 있다. 참가 전에 인터넷이나 전화로 확인하면 된다.
Q.참가비는 얼마인가.
사찰별로 프로그램별로 차이가 있지만 1박2일 1인 기준으로 3만원에서 5만원 정도다. 숙박, 식사, 프로그램 운영비 등 제반 경비로 사용된다.
Q.복장이나 준비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
편안한 복장이면 된다. 대부분 사찰에서 수련복을 지급하고 있다. 개량한복이다. 수건과 개인 세면도구는 가져가야 한다.
Q.숙소는 개인별로 배정하나.
남녀로 나누어 큰 방, 작은 방을 사용한다. 그러나 가족단위와 소규모 참가자일 경우, 별도의 개인방을 배정하기도 한다.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Q.예불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나요.
대부분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는 부처님 전에 절을 하고, 예불시간에 참여하는 것이 있다. 다만, 이념과 종교가 달라 부처님 전에 절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의식에 참여는 하지 않고 참관할 수도 있다.
Q.단체는 자체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나.
단체의 경우 사찰과 협의해 자체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 기업체 연수, 단체 연수 등이 활발히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