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8. 2. 29. 19:17
▣ 이재정 통일부 장관 이임사 전문.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통일부 장관 직을 떠나게 됩니다.
막상 이 자리에 서니 여러분과 동고동락하며 보냈던 많은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웃었고, 또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같이 고민하면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여러 고비 고비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일념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통일가족인 것입니다.
지난 1년 3개월이 짧다면 짧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이루어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여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이제는 남과 북이 주도가 되어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졌던 이 땅에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소중한 합의도 이끌어 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그토록 소망해 왔던 많은 의미있는 진전들을 이루었습니다.
한 해 16만 명이 남북을 오가고, 교역액은 18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매일 서른 세척의 배가 평화와 상생의 물자를 싣고 남북을 왕래하고 있습니다.
56년만에 열차가 남북을 오가고, 오는 8월이면 경의선을 타고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이 함께 응원을 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10년 전, 5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입니다.
모두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짧게는 참여정부 5년, 길게는 화해협력정책 10년 동안 우리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의 공동번영이라는 목표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화와 화해협력을 통해 이 땅에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7천만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잘 사는 그런 미래를 앞당기고자 노력했습니다.
3년여의 참혹한 전쟁, 그리고 50년이 넘는 적대와 반목을 겪은 사이에서 평화적 방법에 의해 통합을 이룩하려는 시도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전인미답의 길이기에 그 과정이 순탄할 리 없었습니다.
10년 내내 희망과 좌절, 신뢰와 불신, 열정과 회의가 교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과 신념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의 남북관계를 일구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보다 안정되었고, 이 땅에 긴장이 많이 완화되었으며, 남북의 주민들이 좀더 가까워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껏 이룬 남북관계의 진전들이 보기에 따라서는 기대에 못 미치거나,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의 성과가 추가적인 진전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반세기 넘는 냉전을 거치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실천을 통한 신뢰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뢰는 말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단시간에 높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보다 많이 만나고, 계속해서 대화하며, 협력의 범위를 점차 넓혀 가면서 조금씩 신뢰의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해협력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것이 아니라 역대 정부 대북정책의 진화의 산물인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이제 막 줄기를 뻗고 잎이 돋고 있는데,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해서 방치하거나 혹은 나무를 잘라버리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남북관계의 성패에 좌우될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대한민국이 선진강국으로 발돋움하고, 한민족이 세계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 위한 미래 핵심동력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국가의 부흥, 그리고 민족의 융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통일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최근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통일부가 어려움을 겪은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하고있는 일을, 밖에서 알아 주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맙시다.
우리 모두 돈 벌겠다고 통일부에 온 것도 아니고, 출세하자고 온 것도 아닐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통일을 위한 사명감과 역사적 소명의식이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지키고자 하는 분명한 가치와 지향하고자 하는 명확한 방향이 있고, 그것이 매우 소중한 것이기에 그간의 우여곡절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새로운 역사의 길을 열어가는 묵묵하지만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여러분들의 노력 하나 하나가 모여, 민족의 역사에 희망을 만들고, 국가의 내일에 평화를 깃들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는 든든합니다.
이제 저는 떠나지만 통일부와 통일가족은 항상 제 가슴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습니다.
15개월 동안 부족한 저를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간부들과 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더욱 건강하시고 항상 행운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2.29
통일부 장관 이 재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