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의 화신’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이 10일 오후 8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 준결승 상대인 이란 ‘진공청소’에 나선다. 8일 입국한 지 하루 만에 바레인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던 정신력을 살려 반드시 이란을 물리치고 결승으로 직행하겠다는 집념이다.
이란 간판 알리 다에이의 결장이 확실한 상황에서 이란은 골결정력보다는 미드필드에서 승부를 걸어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인 모하람 나비드키아는 8강 쿠웨이트전에서도 골문 앞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종종 선보이는 등 패스타이밍이 빠르고 패스감각이 뛰어난 볼 공급책이라 경계 대상이다.
이에 끈질기고 악착같은 수비를 하는 박지성이 필요한 것. 미드필드에서부터 ‘박지성식 진공청소’로 나비드키아의 볼 공급을 차단한다면 한국은 이란 공격의 맥을 끊고 비교적 쉬운 경기를 펼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공격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바레인전에서도 전반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 후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한국의 플레이에 활기를 더했다. 이란의 스리백을 상대로 월드컵 예선 포르투갈전에서 선보였던 환상적인 1대1 돌파에 이은 통렬한 골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가장 믿음직한 것은 악바리 근성. 바레인전이 끝난 뒤 박지성이 아버지 박종성씨와 나눈 이야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반 때 너무 못해 가버리려고 했다”고 농담을 한 데 대해 박지성은 “제가 철인인 줄 아십니까”라고 답했다. 안그래도 최근 피곤함을 호소해왔는데 J리그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전을 치르고 난 뒤 이틀 만에 풀타임으로 뛰었으니 바레인전에서의 활약이 의아할 정도다. 박지성이 또 한번 그라운드를 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