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통 미 편 : 洞 微 編
통(洞)은 심원(深遠)한 것을 말하고, 미(薇)는 깊숙하고 은밀한 것을 말한다.
대저 바둑에는 심원한 것과 깊숙하고 은밀한 부분이 있어 헤아리고 식별하기 힘들다.
여기에서는 이런 것들을 모아 이야기하기에 통미편이라고 이름했다.
무릇 바둑에는 이롭게 해주면서 손해를 보게 하는 경우와 해를 끼친다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되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롭게 해주면서 손해를 보게 한다는 것은, 나는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으며 상대는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는 것을 말한다.
해를 끼친다는 것이 이익이 되게 해주었다는 것은 상대의 세력이 이미 약해졌는데도 내가 싸움을 탐하여 상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롭게 해주면서 손해를 보게 한다.”는 것은 마치 진평(陳平)이 황금을 쏟아 부어 초나라 내부를 이간시킨 것과 같고, “해를 끼친다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게 해주었다.”는 것은 이정(李靖)이 말한 “진평의 이간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초나라가 이간책에 말려들어 패하는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과 같다.
침입해서 이로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침입해서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자기편의 형세가 충실하고, 상대편의 형세가 허약할 때에는 침입하여도 이익이 된다.
반대로 상대편의 형세가 충실하고 자기편의 형세가 허약한데 이때에 침입하면 해가 된다.
또한 왼쪽에 놓아야 할 경우가 있고 오른쪽에 놓아야 할 경우가 있다.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두고 하는 것은 모두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야 한다. 왼쪽에 두어야 유리한데 오른쪽에 두고, 오른쪽에 두어야 유리할 때 왼쪽에 두면 반드시 패한다. 마치 서경<書經>에서 말하는 “왼쪽을 공격하라 했는데 오른쪽을 공격하고, 오른쪽을 공격하라 했는데 왼쪽을 공격하니 공은 명령을 공손히 받는 자가 아니다.”라고 한 것과 같다. 먼저 두어야 할 것이 있고, 나중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두는 것과 나중에 두는 것 역시 상황에 따라 두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큰 곳을 먼저 두어야 하고 작은 곳은 뒤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또 말하기를 “이득이 있는 곳에 먼저 두어야 하고, 미성(未成)한 곳에는 후에 두어야 한다.” 고 했다.
바짝 눌러 붙어야 할 곳이 있고 느리게 나가야 할 곳이 있다. 배는 높은 산의 형상을 말한다.
높은 곳에서 바짝 눌러 붙여 상대로 하여금 힘을 못 쓰게 만드는 수인데 요로(要路)를 만났을 때 많이 쓰인다. 배는 배의 유력함을 뜻하고, 행은 앞에서 두었던 돌을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만행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마땅히 긴 배해야 할 때에는 바짝 눌러 붙여야 하고, 긴 배하지 말아야 할 때에는 만행(慢行)해야 하는데 이렇게만 한다면 통하게 되어 있다. 돌을 잇는 데는 앞으로 나아가지 말며, 돌을 버리는 데는 뒷일을 생각해야 한다.
물전(勿全)이 무슨 뜻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물(勿)자가 잘못 씌어졌다는 의혹이 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돌을 이을 때에는 앞에서 생각했던 것을 잊지 말고, 버릴 때에는 반드시 뒷일을 생각했던 이유를 맞지 말아야 한다.” 고 했는데 이 설명이 맞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가까이 두다가 나중에 멀리 두어야 하는데, 대저 바둑은 멀리 두고 싶으면 가까운 곳부터 착수하여 이루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마치 천층보각(千層報閣)을 짓는 것과 같다. 또한 처음에는 작아보여도 나중에 크게 되는 것이 있다. 선경지명 없이 작은 것을 보고도 버리지 못하면 대개 크게 패한다. ‘이사입도원’(二士入挑源)세가 바로 그렇다.
외세를 강하게 하려면 먼저 내세를 정돈하고, 동쪽을 충실하게 하려면 먼저 서쪽을 쳐야 한다. 길이 허하고 집이 없으면 먼저 들여다보라. 만일 바둑이 곤경에 처하여 집이 없을 때에는 반드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을 먼저 두어야지 상대편이 그곳을 발견하여 선수를 두면 나는 살길이 없어진다.(연결이 불가능한 대마의 안형이 없으면 급소에 반드시 선착해야지 상대로부터 선치중을 당하면 활로가 없어진다.)
다른 곳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패를 할 수도 있다.
패란 쌍방의 호구가 서로 맞대어 있어서 번갈아가며 딸 수 있는 모양을 말한다.
만일 패에 제한이 없다면 교대로 따내기만 계속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쪽이 패를 따면 다른 한쪽은 중간에 다른 곳에 한 수를 두어야만 다시 따낼 권리가 생기게 된다.
고로 패감이 많은 사람이 이긴다.
또한 패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패로 인하여 자기편에 해가 없는가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뻗어나가는 길에서는 성기게 놓아야 한다.(포석 단계에서는 간격을 벌려 두어야 한다.)
소(疏)는 멀리 놓으면 성기게 된다. 요기(饒棋)는 상대편의 격식과 같지 않아 성기게 포치(佈置)하면 상대가 헤아릴 수 없다.
받는 입장에서는 싸우지 말라. 지혜와 계략이 같지 않으므로 지키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낫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지 못한다. 마치 주례(周禮)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병상하무전’(兵上下無戰, 병법의 높고 낮음은 싸우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과 같은 뜻이다.
적당한 곳을 택하여 침입하고 장애물이 없으면 나아간다.
침입할 수 있는 곳은 침입하고 나아갈 만한 곳은 나아간다.
이것은 모두 기가(棋家)의 유원(幽遠)하고 오묘한 이치이니 몰라서는 안 된다. <주역>에 말하기를 ‘천하의 지극히 정밀한 것이 아니면 누가 여기에 참여할 것인가?’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