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닌봉 원정기_#4 제1차 상승[Day 6 ~ Day 11]
[회차별 목차]
#1 : 원정준비 및 개요
#2 : 출국 - 카라반[ Day 1 ~ Day 3]
#3 : 베이스캠프 - 고소 훈련 - 휴식[ [ Day 4 ~ Day 5]
#4 : 제1차 상승[Day 6 ~ Day 11]
#5 : 하강 - 휴식 [ Day 12 ~ Day 15]
#6 : 제2차 상승 - 정상공격 [ Day 16 ~ Day 20]
#7 : 캠프3,2,1 철수 - 베이스캠프 철수 - 귀국 [ Day 21 ~ Day 26]
# 원정 일정 | ||||
일자 | 기간 | 내용 | 기타1 | 기타2 |
7/22~7/26 | 5Day | 출국[인천-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BC] | 비슈케크 1박, 오시 1박, BC 3박 | 출국 및 상행 카라반 |
7/27~8/3 | 8Day | 상승[BC-C1-C2-C3-C2-C1-BC] | C1 5박, C2 2박, BC 1박 | 상승과 하강 훈련 및 캠프 구축 |
8/4~8/5 | 2Day | 휴식[BC] | BC 2박 | 장비 점검과 패킹 |
8/6~8/9 | 4Day | 상승[BC-C1-C2-C3] | C1 2박, C2 1박, C3 1박 | 정상공격을 위한 상승 |
8/10 | 1Day | 정상[C3-정상-C3] | C3 1박 | 정상공격 |
8/11 | 1Day | 철수[C3-C2-C1-BC] | BC 1박 | 캠프 철수 |
8/12~8/13 | 2Day | 휴식[BC] | BC 2박 | 장비 점검과 패킹 |
8/14~8/16 | 3Day | 귀국[BC-오시-비슈케크-알마티-인천] | BC 1박, 비슈케크 1박, 알마티 1박 | BC 철수 및 귀국 |
원정기간 | 26Day |
* 위 표는 원정 일정 26일간 상·하행 카라반과 위치별 숙영기간을 파악하기 위해 제작한 표이다.
7/27. D6
BC-C1 : 상승
거리 12.79Km, 시간 5시간 46분, 상승고도 1,052m, 하강고도 245m
최저해발 3,610m, 최고해발 4,422m
06:00 기상
오늘은 C1으로 진출하는 날이다. 아침 6시 기상에서 카고백을 패킹했다. 8개의 카고백(대원별 7개+가이드 1개)과 공동장비 카고백 4개,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30분 만에 패킹을 마치고 짐을 말에 싣기 위한 장소로 옮겼다. BC 관계자는 중량 체크를 하고 약 300kg 정도의 카고를 옮기기 위한 운송료를 지급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두통이 심했다(자고 일어나면 더 심해진다). 누워있는 것이 신체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산병 증세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른 증상은 물갈이 때문인지 묽은 변이 지속되었다. 두통 완화를 위해 07:00경 어제와 같은 코스로 산책을 다녀온다. 어제 고도를 내려 3,500m 지점까지 내려갔다 오니 두통 등 컨디션이 괜찮아서 오늘도 다시 내려왔다. 어제는 상국형이 도와줘서 같이 나왔지만, 오늘은 차마 같이 가자는 말은 못 하고 혼자 천천히 초원을 걸었다. 7시 45분 고도 적응을 마치고 BC에 도착했다, 역시 컨디션이 좋아지고, 아침 밥맛도 좋았다.
08:30 C1으로 출발
카고백은 말(Horse)이 운송했고, 대원들은 고도 3,800m 지점까지 대행사 차량으로 이동했다(09:00 3,800m 도착, 약 3.7km), 이후 C1까지 약 10km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다(소요 시간 : 약 5H 16M 소요, 각자 백팩을 메고), 초반에는 녹색의 잡초와 야생화들이 보이더니 이내 검붉은 돌과 흙뿐이었다.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져서 1명이 오갈 수 있는 폭으로 좁아졌다. 오르는 중간에는 말들의 행렬을 피해줘야 했고, 그 말의 똥을 피해 걸어야 했다. 나중에는 흙인지 똥인지 몰라 그냥 밟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그거려니 하게 되고 걷다 보면 또 그렇게 된다.
처음 고산등반에 도전하는 나는 모든 게 처음이고, 신기했고, 오르는 곳은 모두 New Record이다. 또한 이동하는 동안에는 두통도 많이 잦아들었다. C1까지 이동하는 길은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후반부에는 조금 지쳐있었다. 흙산을 넘고, 빙하 계곡을 건너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어느덧 노랑 텐트가 보였다. IMC C1에는 14:30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C1 도착
C1의 풍경은 BC와 매우 달랐다. C1에 오르니 내가 설산에 오르기 위해 원정을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눈앞에는 흐르는지 멈췄는지 알수없는 빙하가 이어져 있고, 그 너머에는 설산의 톈산산맥의 능선과 레닌봉 정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다들 한참을 바라보며 앞으로 오를 C2의 루트를 살펴보았다. 예상한 대로 C1부터는 노란색 텐트에서 숙영한다. 2인 1동의 텐트에서 함께 지내야 한다. 호텔에서 정한 것처럼 룸메이트는 그렇게 알아서 또 정해진다.
그리고, 대행사에서 우리 팀 전용 작은 키친 텐트를 제공해주었다. C1 키친 옆 작은 텐트 1동인데 2구짜리 가스레인지도 제공해주어 식량 보관 및 조리가 BC보다 편해졌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노성 형님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다. 3,800m 워킹을 시작하면서 약 1km 지난 지점부터 뒤로 처지시더니 결국 우리가 도착하고 약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C1에 도착하셨다. 다행히 가이드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잘 챙겨주어 무사히 올라오긴 했지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텐트로 들어가 쉬셨다.
C1 관리자는 BC 관리자의 아들이었고, 그 아들의 배우자도 주방에서 함께 운영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IMC BC의 토지의 주인은 따로 있었고, 이들이 IMC 전체를 임대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7/28. D7
C1 : 대기[개인 및 팀 장비 정비]
07:30 식당 집결
08:00 조식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저녁부터 내린 눈이 하얗게 깔려 있었다. C1 풍경은 텐트 문을 열면 레닌봉 정상 부근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감상하고 싶지만, 나에겐 고소가 있다. 머리가 뽀…. 아니 쪼개지는 느낌이다.
C1의 날씨는 BC보다 더 변화무쌍하다, 공기는 차가워서 고산용 우모복을 착용하고 다니지만, 햇살은 뜨거워서 텐트 안은 건식 찜질방 수준이다. 게다 아침엔 대부분 맑지만, 오후가 되면서부터는 싸라기눈이나 진눈깨비가 쏟아진다. 기상 후 아침 기온은 보통 영하 5도 정도를 기록하다가 낮에는 영상으로 올라간다.
오전 식사를 마친 후 간단한 회의를 준비한다.
등정 계획은 C2 및 C3 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SUMMIT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김대장님은 아래와 같은 안을 제시한다.
1안 : D8 C2 식량 등 장비 데포(DEPOT)
2안 : D8 C2 상승 후 C1 하강 후 휴식 후 바로 C3로 진출
그리고, 노성 형님은 오늘 BC로 하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다(다행히 말을 타고 내려갈 수 있어 조금이나마 안심된다).
오전 식량 등 장비 점검을 마쳤다.
12:00 C1에 설치된 케른에서 의열 형, 제를 지내고, 원정대 무사 등정을 기원했다. 슬프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그렇다. 의열 형 혼이 여기까지 와서 우리와 함께해주길 바래본다. 그가 여기까지 함께 왔다면 많은 의지가 되고 든든했을 터이다.
13:00 한국식 식단으로 처음 점심을 먹었다. 연수형이 준비한 한국식 식자재와 현지에서 공수한 마늘 등으로 겉절이를 담가 주셨는데 김장철 가족들과 함께 정성스레 만든 김장처럼 상쾌한 맛이었고, 고산병 증세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묵은지로 김치찌개까지 끓여 주셔서 더할 나위 없었다. 맛있는 한국식으로 중식을 해결하니 잠이 솔솔 왔다. 낮잠을 1시간이나 자버렸다(더 움직였어야했는데….).
14:00 장비 점검을 진행하고, 저녁도 한국식으로 해결했다. 저녁은 라면, 한국식은 다 맛있다. 이제 더 이상 현지식을 먹지 못할 지경이다. C1 키친에서는 기름에 볶아 양고기를 얹어 쌀밥을 해주기는 하는데 쌀이 설익었고, 대부분 요리에는 고수와 고수보다 더 강한 소나무 잎 같게 들어가는데 도저히 더는 못 먹을 지경이었다.
7/29. D8
C1 : 고도 적응훈련(5,100m)
거리 6.12km, 시간 3시간 48분, 상승고도 702m, 하강고도 706m
최저해발 4,415m, 최고해발 5,094m
08:00 조식
08:50 아침 회의 시작
일정: 09:30 유힌봉(Yuhin Peak, 5,100m, C1 우측에 있는 봉우리) 고도적응 훈련 후 컨디션 좋으면 다음 날 C2 다녀오는 일정으로 회의하고, C2로의 출발은 7/30일 새벽 04시로 한다.
유힌봉은 흙산이었다, 낮엔 햇살이 좋아서 내린 눈이 녹아 약간 퍽퍽한 상태다. 역시 움직이면 고산병 증세가 완화되었다. 늘 처음이지만, 오늘도 인생 최고 고도 5,100m를 찍고 내려왔다. 단순히 C1에서부터 계산하면 700m 정도의 고도를 올린 것이지만 산소가 부족한 곳이다 보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힘들고 다리가 무거웠다. 배낭에는 고작 5kg 정도의 물 및 식량을 패킹했지만 느껴지는 하중은 15kg 이상의 배낭을 메고 오르는 느낌이다. 대원 중 고산병 증세는 내가 제일 심하다. 두통은 기본이고, 약간의 매스꺼움, 근무력증세, 졸음, 묽은 변, 코피 등 올 수 있는 건 다 온 듯하다. 맡은 직무가 기록과 스틸 촬영인데 촬영은 상국형이 맡아서 하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대장님 이하 대원들 대부분이 3천미터 이상의 클라임 경험이 있다 보니 호흡이 달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상인 듯하다.
그나마 어제 점심부터 연수형이 한국식 음식으로 준비해 주어서 힘이 난다. 한국식을 먹다 보니 이젠 현지식은 못 먹을 정도다. 김대장님도 말씀하셨지만, 대원 중 음식 때문에 애를 먹는게 나일 줄은 몰랐다. 내일은 오늘보다 컨디션이 좋길 바란다.
7/30. D9
C1 : 대기
07:30 한국식 조식 후 회의
30일 휴식. 31일 C2 진출 1박 후 C3 터치, C1 하강, 장비 및 식량 리스트 만들 것(상승을 위한 준비)
노성 형님께서 BC로 하산하면서 7명이던 대원이 6명으로 줄었다. 장비 및 식량을 준비하다 보니 노성 형님 생각이 많이 났다. 빠르게 회복하고 올라오시길 바란다. 점심 전 장비 및 식량을 준비를 마치고 조선이공대 팀에서 귀한 돼지 삼겹살 3~4kg을 갖다주셨다. 그걸로 맛있는 한국식을 준비해 주겠다고 연수형이 말씀하신다. 돼지고기의 대가는 갖은양념으로 만든 겉절이, 다들 나의 컨디션에 신경을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연수형이 삼겹살로 김치찜을 추천하고, 연수형 지시하에 성은형이 조리를 맡았다. C1에 퍼지는 묵은지 김치찜 끓는 냄새가 기가 막혔다. 컨디션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내일 올라갈 배낭을 꾸리고 나니 갑자기 컨디션이 확 살아났다. 두통은 있었지만, 몸 움직임이 좋아졌다. 한국식의 힘인가, 놀랍다.
내일 새벽 4시 기상해야 하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김대장님 특명 : 대원들 컨디션 체크할 것,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사실 내가 제일 위험했다.
7/31. D10
C1-C2 :상승
거리 8.29km, 시간 9시간 16분, 상승고도 1,089m, 하강고도 107m
최저해발 4,381m, 최고해발 5,406m
04:00 기상
04:20 부엌 집결 후 조식
05:00 C2로 출발
C1 스탭들의 배려로 간단하게라도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각자 향후 등반을 위해 C2에 데포할 장비 등을 챙기고 설사면 아래까지 약 2km를 삼중화를 신고 걷는다. 상태가 좋지 않은 날 배려해 공동 식량은 빼주었다.
[날씨 맑고 화창, 고산병 증세로 걷기 힘듦. 졸음과 시야흐림 동반, 총 걸린시간 약 10시간 소요, 고소 식으로 식사, 텐트 2인 1동, 화장실은 보이는 곳 어디든 가능]
고산병 증세로 인해 C2까지 약 9시간 20분이 걸려서야 도착했다(거리 8km, 총상승 1,090m). 처음으로 안자일렌으로 운행했고, 선두는 가이드가 맡았다. 초반에는 김대장님을 제외한 모든 대원이 줄지어 안자일렌으로 오르다가, 오전 9시를 넘기면서 내가 너무 처지자 조를 나눴다.
1조는 김대장님이 맡아 출발했고, 가이드가 2조 선두를 맡고 내가 그 뒤를 따라 운행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가파른 설사면을 오르면서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난 퍼져있었다. 제일 후미에서 따라 오르다 주저앉아 버렸다. 김대장님은 일어나라고 하지만, 일어날 힘이 없었다. 이것에 대한 조치로 조를 나눠 운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0보를 걸으면 멈춰야 했다. 참고 20보만 더 걸어보자 했지만, 10보를 넘기지는 못했다. 졸려서 눈이 감기고 시야도 흐려지면서 앞도 잘 안 보였다. 숨을 크게 쉬어 보지만, 들어오는 산소의 양은 평지의 3분의 1도 안되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하도 크게 숨을 쉬며 걸어서 그런지 양쪽 횡격막 쪽 통증도 동반됐다. 내가 너무 처지니까 가이드가 배낭도 들어주었지만, 속도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급기야 C2가 멀리 보이는 지점(약 1km 전?)에서 가이드가 내 배낭을 달라고 하더니 눈 위에 내려놓고 김대장님께 무전을 친다. '미곤, 내려와서 엄 배낭 좀 가져가 줘'라고…. 하…. 형들 볼 면이 안 서지만 배낭을 내려놓자 몸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널브러진 배낭을 외면하고 C2로 향했다.
더 치명적인 것은 눈(snow)에 반사된 자외선에 얼굴이 익어버렸다는 것이다. C2 올라와 텐트에 누워있는데 코와 양 볼에선 진물이 흘렀다. 처음엔 콧물인 줄 알았는데 콧등에서 진물이 흘러 떨어지는 것이었다. 완전히 익어버렸다.
C2는 빙하 위에 파쇄석이 깔려 그 위에 4인용 텐트를 펼쳐 놓은 곳이다.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이라고 쓰지만, 실제 높이는 6,500m~7,100m 부근이다. 능선에는 정상으로 연결된 암부와 암석들이 보였고, 눈이 바람에 날려 날아가고 있었다. 설사면은 반짝반짝 빛났고, C1과 마찬가지로 햇살이 뜨거웠다(이날 정오 즈음 가민이 기록한 최고 온도는 영상 42도였다).
8/1. D11
C2-C3-C2 : 상승 및 다운
거리 7.27km, 시간 6시간 36분, 상승고도 537m, 하강고도 563m
최저해발 5,409m, 최고해발 5,974m
기록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은 힘들었고, 정신도 내 것이 아니었다. D10, D11의 2일간의 기록은 D12 일에 기록하는 것이다.
아침에 무거운 머릴 들기도 어려웠다. 김대장님의 ’재원 씨 괜찮아요?’라는 물음에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대답한다. ‘두통이 졸라게 심합니다, C1 초기 증상과 비슷합니다;;’.
그렇다 오시(Osh)에서 BC에 첫 입성했을 때, BC에서 C1에 처음 입성했을 때, C1에서 C2에 처음 입성했을 때 모두 같은 고산병 증상이 반복됐다. 고도를 약 1,000m 올릴 때마다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오늘은 C3를 터치하고 내려오기로 한 날이다.
전일과 같이 내가 제일 후미에서 형들을 따른다. D10, D11 날씨는 최상이었다. 하지만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게다 고소식 누룽지는 맛이 너무 없었고, 동결건조식도 짜기만 했지, 나에겐 별로였다. 오로지 내가 믿을 수 있는 식량은 에너지젤과 에너지바뿐이었다. 시작 초반에는 그럭저럭 따라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형들과 거리가 멀어지고, 어제와 똑같이 나에겐 졸음과 후부두 두통이 몰려왔다. 졸음이 몰려올 때는 어김없이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 동반됐다. C2~C3 거리가 불과 3km밖에 되지 않지만 나는 10보를 걸으면 30초는 쉬어야 했다.
결국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다 지친 형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난 C3(6,100m) 약 126m 못 미친 지점에서 C2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고, 나만 C3를 밟아보지 못한 것이다. 나중에 형들에게 물어보니 2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고 한다.
C2에 도착했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누워서 귀만 열고 있었다. 조식과 석식은 연수형과 상국형이 맡아 준비해 주었고, 난 그저 누웠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빨리 C1으로 내려가고 싶은 맘뿐이었다.
# 5에 계속...
첫댓글 그때의 상태가 그대로 느껴지네..ㅠㅠㅠㅠ 이와중에 텐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