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글: 미야니시 타츠야
출판사: 시공주니어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에요. 열두 마리 아기 돼지들은 트리와 화환을 예쁘게 꾸미고 있었지요.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에요.
신나는 신나는 크리스마스.
우리들 마음은 두근두근.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
신기한 일이 생길거-예요.
우리 우리 크리스마스.
그런데 배고픈 늑대 한 마리가 아기 돼지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지 뭐-예요. 늑대는 나무들 사이에서 빼죽 고개를 내밀며, 으르렁거렸어요.
“우끼고들 있네. 뭐,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 쳇, 신나는 크리스마스 좋아하네! 당장에 저것들을 모조리 잡아먹어버릴 테다.”
늑대는 번쩍, 날카로운 이를 내보였어요. 침이 뚝뚝 떨어지는 혀로 주르릅, 입맛도 다셨지요.
“음 .... 고것 참 맛있겠군. 히히히!”
마침내 늑대가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나왔어요. 때마침 빨강과 주황 모자를 쓴 아기 돼지 두 마리가 트리에 반짝이 장식을 달고 있을 때였지요. 두 마리의 아기 돼지들은 별과 종을 떠러트리며 소리쳤어요.
“엄마야, 깜짝이야!”
“와악! 늑대다아!”
“크르렁! 이까짓 게 다 뭐야?”
늑대는 두다다, 아기 돼지들을 쫓아다녔어요. 그바람에 와직근 뚝딱! 열두 개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몽땅 다 쓰러졌지요.
“크르렁~! 맛 좀 봐라! 응? 이건 또 뭐야?”
늑대가 손에 든 것을 본 아기 돼지 두 마리가 소리쳤어요. 노랑과 초록 장갑을 낀 아기 돼지였지요.
“앗, 늑대가 내가 만든 화환을 망가뜨렸어!”
“그러지 말아요!”
“크르릉! 화환? 에잇, 이런 건 이렇게! 우하하하!”
늑대는 열두 개의 화환을 뿌드득 전부 다 망가뜨렸어요. 그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기 돼지 열두 마리를 몽땅 붙잡았지요.
“히히히! 정말 신나는 크리스마스가 되겠군. 오늘 밤엔 배불리 먹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뛰어갈 때였어요.
“으악~!”
늑대는 자기가 불어뜨린 크리스마스트리에 발이 걸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만, 꽈당!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지요. 아기 돼지들은 부드러운 풀 위에 떨어진 덕분에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콜록콜록! 휴, 숨막혀서 큰일 나는줄 알았어.”
파랑색 부츠를 신은 아기 돼지가 기침을 하며 말했어요. 그때 물끄러미 늑대를 보던 아기 돼지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털모자에 달린 보라색 방울이 덜렁거렸지요.
“그런데, 늑대 아저씨, 괜찮을까...?”
늑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여기저기 까지고, 피도 나고, 머리엔 커다란 혹도 났고, 다리도 많이 아파보였어요. 아기 돼지들은 소곤소곤 얘기를 나눈 뒤, 조심조심 움직였어요.
“으....”
정신을 차려보니, 늑대는 침대 위에 있었어요. 온몸이 너무 아파서 손도 발도 까딱할 수가 없었지요.
“아, 깨어났다!”
남색 옷을 입은 아기 돼지가 말했어요. 늑대는 크게 소리쳤지요.
“너희들을 잡아먹겠다아아!”
하지만 늑대의 입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지 뭐-예요. 그래서 아기 돼지들에게는 다른 소리로 들렸어요.
“우우우우 우우웃 우우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지?”
“아, 우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 건가봐. 이제 괜찮아요, 늑대 아저씨. 약을 발랐으니까 금세 나을 거-예요.”
흰 셔츠를 입은 아기 돼지 두 마리가 말했어요. 늑대는 휙휙 고개를 저었지요. 그리고는 다시 바락바락 소리쳤어요.
“그, 그게 아니야! 아픈 데가 다 나으면 너희들을 죄다 잡아먹어 버릴 거라고!”
그렇지만 늑대 입에는 붕대가 감겨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아기 돼지들에게는 다른 소리로 들렸어요.
“우 우우우! 우우우웃 우우우우... 우우우웃!”
“이번에는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가?”
갈색 스카프를 한 아기 돼지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너희들을 잡아먹어 버릴 거라니까아아!”
늑대는 부르르 떨면서 소리쳤어요. 하지만 역시 아기 돼지들에게는 이렇게 들렸지요.
“우, 우우우우우우우우웃! 우우우우웃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늑대는 너무 분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어요.
“앗! 늑대 아저씨가 울고 있어....”
“무지무지 아픈가봐. 늑대 아저씨 조금만 참으세요. 금세 다 나을 거-예요.”
“아, 아니라니까! 나는 너, 너희들을 잡아먹을 거라니까!”
“괜찮아요, 괜찮아. 이제 그만 우세요, 늑대 아저씨. 내일이면 틀림없이 말끔하게 다 나을 거-예요.”
머리에 분홍 리본을 단, 두 마리 아기 돼지들은 늑대의 눈물을 닦아 주었어요.
“흐....”
늑대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스르르 눈을 감았답니다. 그날 밤이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이거, 우리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빨리 나으세요.”
열두 마리 아기 돼지들은 침대 위에 살며시 장갑을 내려놓았어요. 그건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실로 만든 벙어리 장갑이었지요.
다음날 크리스마스 아침이에요. 아기 돼지들이 일어났을 때 늑대가 보이지 않았어요. 깜짝 놀라 밖에 나가보니 화환이 말끔하게 고쳐져서 문에 걸려 있었지요. 마당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열두 그루가 세워져 있었고요.
“우아!”
아기 돼지들의 노랫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어요.
즐거운 즐거운 크리스마스.
우리들 마음은 두근두근.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
신기한 일이 생길거-예요.
우리 우리 크리스마스.
신나는 신나는 크리스마스.
늑대는 절둑절둑 다리를 절면서 느릿느릿 걸어갔어요. 그리고 입에 감긴 붕대를 풀고는 나직히 말했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는 아기 돼지 열두 마리의 상냥한 마음과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받고 달라졌어요. 늑대의 마음이 움직인 거-예요. 신기한 일이 생긴 거죠. 사랑은 신기한 일을 이루어냅니다. 이 사랑이 시작된 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날,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을 위한 날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