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일 서울에서 서커스를 함께 보기로 했던 은아와의 약속을 나는 왜 22일로 메모해 놨을까?
10/20일 (목) 한주의 모든 일정들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10/21일 (금) 슬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잠옷도 챙기고 지하철 노선도도 챙겼다.
물금발 3시 반 새마을을 타고, 서울역에 내리니 8시가 거의 다 되었다. 4시간 반만에 내렸다.
추석전에 해운대에 왔을 때, 하룻밤 좁은 숙소에서 같이 멀쩡히 잘자고 일어나서 기장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사위란 늠의 막 되먹은 행동에 지금도 화가 나있는 터라, 연락도 안하고 조용히 올라갔다.
마음 같아서는 영원히 안 만나고 싶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그까짓 사위는 안보면 그만이지만,
내 사랑, 내딸이 그리워서 올라갔다. 앞으로 나의 처세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적어온 메모지를 보면서, 중로3가 6번 출구로 나와서 익선동 피맛골을 찾아갔다.
갈매기살 골목이 나오며, 서대포집, 광주집.. 등 안면이 있는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차없는 거리에 끝없이 놓인 테이블에 앉은 젊은 청춘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근처 마장동에서 잡아온 돼지 생고기를 굽는 냄새와 테이블마다 놓인 소주병..
삼삼오오 시끌벅적한 종로골목, 그 어디에도 혼자 온 나그네를 받아 줄 만한 곳은 없어보였다.
그도 그렇지만, 어차피 파장시간도 다된 9시 무렵이었다. 맹물에 순두부만 쏟아붓고 끓인 듯한 밍밍한 저녁을 먹고는
인근에서 잘 곳을 찾았다. 24시 찜질방. 저 곳이 어떤 곳인지 나도 한번 가보자하고 갔다가, 결론적으로 이틀을 그 곳
신세를 지고 왔다. 서커스공연이 있는 잠실운동장까지 가서야 공연이 이번 주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왕 이래된 것~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이라지만, 이번만은 달라지기로 하고, 새벽 5시반에 눈을 떠서
첫날은 삼청공원을 돌아서 청와대관람,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잠실운동장까지 갔다가 서울숲으로 향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는 지연이를 몇달만에 서울숲에서 만나, 근간의 안부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이번에는 어느 누구의 신세도 지지않고, 자립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서울을 살펴보고자 올때부터 마음을 먹었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여느 때보다 똘똘하게 행동하고 다녔더니, 없던 자신감마저 생기며 피로한 줄도 모르고 다녔다.
제대로 된 나홀로 서울여행은 몇달 전 창신동 봉제골목과 낙산공원, 동대문 광장시장 투어와 이번 궁 돌아보기로서
두번 째가 된 셈이다. 첫 시동걸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시동이 한번 걸리면 잘 꺼지지도 않는다는 얄궂은 기질이
이번 참에 되살아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돌아가는 날은 일요일~ 전날 못다본 창덕궁과 창경궁까지 소상하게 둘러보고 완행열차를 타고 집에 오니, 저녁 7시.
이번 기회에 종로에서 궁은 실컷 봤으니, 다음에 가면, 또 어디를 가봐야할지,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
첫댓글 ㅎㅎ 공룡선생 서울 입성기같아요. ㅎㅎㅎ 나도 마찬가지지만 , 곰님이 한양에서 위축되시는 듯해서 웃음이 났어요.
나도 묻고 또 묻고 겨우 서울을 탈출해옵니다. 그나 약속을 기억못해 한번 더 여행을 하시는 군요.
다 복입니다. 독서, 여행, 운동 을 가까이 하는 것은 어떤 모양이던지 축복이지요. ㅎㅎ
굿밤 되세요.
서울 여행은 잘 다녀오셨지요? 이태원 압사 사고로 서울 말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겠어요..하루하루 건강하게 무탈하게 사는게 참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