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배의 의미
예배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예배란 말은 어느 한가지 뜻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용어이며, 기독교적인 의미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서 희랍어의 ψροσκινειν은 “주 하나님께 경배하고(마 4:10)” 라는 의미이다. 경배라는 말은 “허리를 굽히다” 또는 “부복하다”는 뜻이며, 또 다른 의미로서는 “섬기다”(serve)로서 노예가 그의 주인을 섬긴다는 뜻이다. Robert G. Rayburn,「예배학」김달생, 강귀봉 역 (서울: 성광문화사, 1994), 31.
구약에서 예배는 하나님 앞에서는 무한한 겸손으로 자신을 낮추고 그분의 뜻을 따라 봉사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외적 표현은 예배자의 진실한 마음과 생활의 표현이다. 구약 예배에서는 하나님이 예배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며, 인간들의 행위는 이차적인 것으로 하나님의 방법을 신앙으로 받아 순종하는 것이었다.
신약에서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실상을 예배하는 것이다. 프로스퀴네오는 구체적인 실상을 기반으로 한 경배로써 예수 당시에 많은 믿는 자들이 그에게 존경과 사랑에 찬 경의를 표하였다. 여기에서 존경은 숭배의 의미를 뜻하며 이것은 신령과 진정의 마음이다(요 4:24). 또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은 단순히 머리를 숙여 경배하는 것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가 수반되는 것으로 예배의식을 위한 구체적인 섬김과 봉사, 신앙적인 삶의 태도가 동반되어야 한다.
2. 예배의 본질과 요소
예배의 본질은 말씀과 성례전을 통한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과 그의 따른 교제의 관계이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부터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죄의 결과로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에 의한 예배행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범죄한 인간을 긍휼히 여기시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속의 역사를 이룩하신다. 곧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경배드리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은 오직 하나님의 특별 계시인 그리스도의 구속의 보혈로 죄를 씻으시고, 그로 인하여 백성들이 자신의 복을 받을 수 있게 하신 은혜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존재와 임재와 사랑의 축복을 믿음으로 응답하고 생활로써 실천하며 봉사와 헌신의 행위가 수반되어야한다. 이것이 바로 교회 공동체의 예배의 본질이며 핵심이다. 여기에서 예배의 본질은 말씀과 성례전을 통한 하나님과 예배자의 만남의 관계에서 구속사적으로 강조되는 것이다.
예배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예배는 하나님과 함께 할 때만 성립되며 예배는 위엄과 경외심으로 충만해져야 한다. 둘째로 예배는 사람에 의해서 창작되는 것이 아니며 참되신 하나님을 경배하려는 열망도 결국 성령이 사람의 마음에 역사 하시는 결과이다. 셋째는 예배는 하나님을 대상과 목적으로 한다. 오늘날 많은 예배들이 어떤 효과와 축복 등 그릇된 목적을 갖고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예배의 목적은 하나님께 대한 예배보다 자기자신에 대한 것으로 집중된 경우이다. 예배의 목적이 자신 속에 내재할 때 예배의 참 목적에 빗나가게 된다. 예배의 존재의 목적은 인간의 축복을 위해서 보다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에 있으며 인간이 예배를 통해 축복 받는 것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3. 예배의 요소
예배의 요소는 말씀선포, 기도, 헌금, 찬양, 성례전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로 예배의 중요 요소는 말씀 선포, 즉 설교이다. 이것은 성서를 읽는 것과 함께 하나의 예배 의식이었다. 종교개혁 이전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교회의 전승 속에 가두어 버렸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선포하지 못하다가 개혁자들이 바로 가르치게 되었다. 칼빈을 가리켜서 “말씀의 종으로서의 칼빈”으로 묘사한 것은 종교개혁의 성격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약 10세기 동안 평신도들에게 가려졌던 성서가 종교개혁으로 말미암아 열려진 것이다. 그래서 성서를 읽는 것과 설교하는 것이 예배의식이 되었다.
둘째는 기도이다. 기도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의지하여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아뢰며 우리의 죄를 자복하고 그 은혜를 감사하는 것이다. 기도의 내용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 즉 감사, 자복, 간구, 대도 등을 포함한다. 칼빈은 기도를 말로 하는 기도와 노래로 하는 기도로 구분하여 찬송도 기도로 간주했다. 그는 예배에 있어서 음악은 열렬하고 불타는 열심으로 하나님을 사모하고 찬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작용할 수 있는 위대한 힘과 활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셋째는 헌금이다. 초대교회의 헌금은 조직적이며 규칙적이었다. 헌금은 예배자로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순종적 응답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감사와 헌신의 표이다.
넷째는 찬양이다. 초대교회는 시편을 낭송하며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이 당시에는 생명 있는 육성으로만 하나님께 영광의 찬양을 드렸다.
다섯째는 성례전이다. 칼빈은 성례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힘썼다. 성례전에 있어서 루터가 너무 실재적이고, 쯔빙글리가 상징적인데 비하여 칼빈은 성만찬의 개혁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중간 입장을 취했다.
F. M. Segler는 신약 시대로부터 주의 만찬은 공중 예배의 많은 행위와 표현들 가운데서 중심적인 것이었다고 간주하고 있다. Franklin M. Segler,「예배학원론」정진황 역 (서울: 요단출판사, 1987), 162-163.
그리스도교의 오랜 역사 속에서 성례전 의식에 대한 교리적, 의식적 견해는 다양하였다. 어떤 교회들은 “의식”(ordinance)이라고 부르는 반면에, 다른 교회들은 “성례전”(sacrament)이라고 부른다. 신약성서는 예배의 이 예식(rite)들에 대하여 그 두 용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 성서적 용어로서는 성례전에서 성만찬은 주의 만찬이다(고전 11:20).
성서에 나타난 예배의 요소는 사도행전 2: 42에 나온다. “저희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참조: 행 2: 46, 20: 7). ‘사도의 가르침’에는 ‘성서 읽기’와 ‘강해’와 ‘권면’이 포함되었고, 떡을 떼는 것은 ‘주의 만찬(마 26:26-28)’이다. 이것은 초기 교회 예배의 핵심적 요소이다. 그 후 ‘예언’과 ‘방언’의 순서가 있었으나 교회 내의 폐단으로 폐지되었다. 또한 ‘시편의 노래’와 ‘신앙고백’이 있었다. 여기의 ‘신앙고백’은 “사도신경”이 아니라 “예수를 주라 시인하는 것이었다(롬 10:9-10, 빌 2:11). 또한 매 주일 ‘헌금’ 순서가 있었으며(고전 16:2), ‘축도’와 ‘송영’이 있었다(고후 13: 13; 고전 16: 24; 갈 6: 18; 계 22: 21). 초대교회의 송영은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한 ‘영광송’으로 축도 전에 사용하기도 했다. 김소영,「현대예배학」(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1997), 63-65.
4. 신약성서의 예배
예수 당시의 예배는 유대교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 때의 예배는 회당과 성전에서 거행되었다. 예수의 죽으심과 부활 이후에는 그의 구속을 중심으로 하는 예배로 전환되었다. 이 구속의 역사는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죽으심과 부활에 의해서 지배되었다. 따라서 신약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에서 충분하고도 완전한 예배의 생활을 맛보게 되었으며,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과거를 기념하고 그의 부활을 통하여 구속의 은총을 고백하는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후로 교회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곳에서 하나님이 찬양되고, 그의 위대한 행위들이 선포되고, 기도와 주의 만찬이 거행되었다.
초기교회 예배는 기독론적 근거와 그리스도의 임재하심과 구속의 역사를 요약하는 세 가지 특성을 갖게 된다.
① 교회 예배는 기독론적 근거를 갖는다. 예수의 생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셨다는 사실에서 완전한 예배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예배는 예수의 증인으로 예수의 생애와 죽으심과 부활이 중심이며, “그리스도께서 한 번 예물을 드리심으로 거룩해진 자들을 계속해서 완전케 하시는 것”(히 12:10)에서 정점을 이루신 그리스도에 의해 제정된 것으로 그리스도의 하신 일 전체 사건에 근거를 둔다. 예배의 기독론적 근거는 성육하신 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과 영화에 의해서 행해진 땅위의 예배와 영광 중에서 행해진 하늘의 예배(부활, 승천)의 이중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J.J. von Allmen,「예배학원론」, 17-22.
② 교회 예배에는 그리스도가 임재하신다. 예배시 그리스도의 임재는 예수 자신에 의해 약속된 것이다(마 28:20, 18:20). 그러므로 예배의 본래 모습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오시고 임재하시고 행동하시는 것이다. 또한 그의 임재는 구원의 임재로서 주의 만찬에서 절정을 이룬다(요 6:51-58). 이때 예수를 청원 내지 간구한다. 그리스도의 임재는 인간이 예배를 드리는 행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로운 은혜의 행위에서 오는 것이다. Ibid., 22-23.
③ 교회 예배는 구속의 역사를 요약한다. 구속의 행위가 신앙의 고백에서 현재에 약속되며, 동시에 미래를 지향한다. 이 예배는 구속의 과정을 요약하기 때문에 기쁨의 행위가 된다. 예배의식은 그리스도의 삼중직(예언자의 계시, 대제사장의 죽음, 왕의 명령)을 신학적으로 요약한다. 이 역사는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으며 또한 예배 안에서 계속된다. 이것이 예배가 필요한 이유이다. 예배는 성령께서 일을 수행해 가시는 하나의 도구로서 그리스도의 과거 성업을 오늘날 와서 효과 있게 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 과거의 성업을 오늘의 인간과 사건에 접촉하게 하고 구원을 가져다주므로써 은혜 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Ibid., 28-30.
초기 교회때 사도들은 성전에서 설교를 중심으로 한 예배를 드렸다(행 3:11). 그와 동시에 ‘집’에서 매일 예배를 갖고 기도와 떡을 떼는 일과 사도의 가르침이 있었다(행 2: 46-47). 예루살렘 이외의 장소에서는 개인의 집이나 그 외의 장소를 사용하여 예배가 거행되었다(행 19: 9). 그 당시의 예배는 ① 비교적 개방적이고 비형식적인 전도 형식의 예배였다. 이 예배에서는 불신자가 참석했다가 개종하고 결신하는 일이 있었다(고전 14: 23-24). ② 통상적으로 밤에 행하는 예배가 있었다. 예배는 매일 밤 가정집에서 거행되었다. 이때 제자나 성도들이 한 장소에 모이면서 각자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주의 만찬을 겸한 ‘아가페’(agape)라고 하는 식사를 함께 했다. 김소영,「현대예배학」, 23-25.
출처 : http://kcm.kr/dic_view.php?nid=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