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로켓스토브 매력에 푹 빠졌다. 전남 장흥으로 귀농한 김성원씨가 계간 <귀농통문>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개량 화덕. 실제 이를 만들고 또 사용해보니 그 효과가 놀랍다. 이 경험을 정리해서 내가 연재하는 잡지에 실은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과 그림은 아래 링크)
시골 농사에서는 집밖에서 불을 때며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럴 때 로켓스토브가 아주 좋다. 그런 일 가운데 하나가 가마솥을 오래 써야하는 조청 고우기다. 올 햅쌀은 나왔는데 지난해 쌀이 남아돌아 골칫거리. 그래서 올해는 조청을 완전히 자급자족하기로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물엿은 대부분 옥수수를 원료로 해서 만든다. 또한 대량으로 만들다 보니 우리가 잘 모르는 정제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견주어 집에서 쌀로 손수 조청을 만들면 최상의 쌀엿이 된다. 단맛은 시중 물엿에 견주어 조금 약하고, 빛깔도 어둡게 느껴지지만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조청인 셈이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단맛과 자연스러운 엿 빛깔이다.
쌀 조청을 만들자면 먼저 밥이나 쌀가루를 엿기름 우린 물에 삭혀서 엿물을 만든다. 이 엿물을 베 보자기에 걸려 다시 여섯 시간 이상 달이면 조청이 된다.
이렇게 오래 달이자면 집 밖에 가마솥이 좋다. 집안에서 가스불로 하면 편하기는 하다. 그러나 오래 끓이다보면 집안에 습기도 많이 차고, 가스도 많이 든다.
로켓스토브 최대 장점은 나무가 적게 들고 연기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마솥으로 조청을 고우며 나무 하나가 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를 재보았다. 로켓스토브에 때기 좋은 나무는 지게작대기 정도 굵기의 나무다. 화구에 넣기도 좋고, 나무를 거꾸로 넣으니 자주 손을 볼 필요도 없다. 지게작대기 정도 길이라면 타는 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다. 얼마나 불을 세게 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조청을 고우면서 재보니 일 미터 20센티 나무 하나가 한 시간 20분가량이나 탄다. 연소실에 잔가지로 잉걸불을 만들고 나서 한번에 작대기 두세 개 정도를 함께 때면 잘 탄다. 그러니까 조청을 고우는 데 6시간 정도 걸리니까 산술적으로 계산을 하면 지게작대기 정도 나무가 열 두어 개면 된다는 거다.
만일 이 나무를 전통 아궁이에 땐 다면 다 타는 데 한 시간꺼리도 안 될 것 같다. 그만큼 로켓스토브는 불을 집중시키고 연기가 거의 나지 않으며 열효율이 좋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소실이 더 뜨거워지고 또 잉걸불이 좀더 쌓이면 사진에서 보듯이 어른 발목 굵기 정도의 굵은 장작 하나만으로도 잘 탄다. 이 때는 가끔 손가락이나 젓가락 굵기 나무를 한두 개씩 장작 곁에 끼워주기만 하면 된다. 이 장작 역시 길이가 50센티 정도면 한 시간 이상을 탄다. 얼마나 신기한가. 그러니까 장작 여섯 개면 가마솥으로 여섯 시간 불을 지피는 조청을 고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