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반도 포구 나루길 트레킹코스 개발 현장답사
김포반도는 예로부터 섶골나루. 감암나루. 운양나루. 전류정나루. 마근포. 조강포. 강령포. 갑곶나루. 원모루나루. 신덕포나루. 대명포구로 둘러쳐져 있다. 과거 내륙교통 수단이 발달하기 전 갖은 문물의 주된 운송수단을 뱃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이곳의 포구와 나루터에는 수많은 애환과 환희의 숨결들이 배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국토분단이라는 철의 장벽으로 인해 마금포. 조강포. 강령포 등 몇몇 곳은 민간인이 접근하기 조차 어려운 군사지역으로 묶여 그 자취조차 잊혀가며 또한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감수하여야만 하는 실정이다.
김포시는 75km에 달하는 김포반도 트레킹코스를 단계적으로 개발코자 계획하고, 1차 4월 초순 문수산 진달래 축제계획에 맞추어 2010년 3월 10일 포구 나루길(필자가 가칭함) 트레킹 코스 개발을 위해 1조는 애기봉-문수산 산림욕장, 2조는 대명항-문수산 산림욕장을 현장 답사하였다. 그 중 필자가 동행한 애기봉-문수산 산림욕장(보구곶리) 코스에 대한 답사내용을 소개한다.
08:45 / 김포시청 출발
간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때늦은 눈은 폭설로 변해 아침까지 계속되어 현장답사의 진행여부를 고민케 하였지만 빠듯한 추진일정관계로 강행키로 하고 결연한 의지로 9명으로 편성된 일행은 출발한다.
09:26 / 한재당
일행을 실은 차량은 시내구간을 벗어나 김포제방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는 일산신도시와 김포의 용화사가 차례로 파노라마처럼 하얀 눈발과 함께 스쳐 뒤로 밀려간다.
봉성리 친환경관광농업테마파크를 지날 즈음, 봉성산을 밝히던 한 가닥 햇살은 점차 눈구름을 저만치 밀쳐내 준다. 거침없이 달리는 차량은 전류정나루를 지나고 마곡 4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들어 하성면사무소를 거쳐 본격적으로 애기봉길을 달린다. 이어 개곡초교를 오른쪽으로 끼고돌아 한재당앞을 지난다.
09:27 / 애기봉 검문소
애기봉 입구로 접어들어 검문소에 닿을 때까지의 노면에 쌓인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음이 꼭두새벽부터 수고한 해병용사들의 제설작업에 의함이었음을 검문소에 닿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들 해병용사들의 고마움이 어찌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잠잘 수 있음뿐이겠는가?
09:52 / 3거리 갈림길 (L-조강포. R-애기봉휴게소)
사전 관계 군부대와 업무협조가 모두 이뤄졌으나 폭설로 인하여 차량진입은 물론 도보진입(원래는 도보 및 자전거 진입금지)도 곤란하단다. 10여분 넘게 지체하다가 당직하사관(?)의 양해로 10여 cm 넘게 쌓인 길을 도보로 진입하여 3월의 설경을 만끽하며 애기봉 휴게소 못미처 3거리 갈림길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하게 되니 정말로 감회가 새로워진다.
09:56 / 조강포로 내려가는 길
일행은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와 깨끗하게 덮은 눈길을 따라 조강포를 향하다가 눈앞에 포근하게 안겨오는 옛 조강포마을(현재는 논으로 변해 있음)과 설원 그리고 멀리 강령포의 모습이 드넓게 펼쳐지는 환희를 맞이한다.
10:04 / 조강포 검문소
검문소를 빠져나온다. 오른편에 자리한 초소의 우측이 당산으로 조강포의 동쪽에 해당하며, 나루를 무사히 건너다니게 해 달라는 기원과 풍농. 풍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지내던 곳이다. 이곳에도 토정 이지함선생이 족적을 물씬 남긴 곳이라고 함께한 정현채선생이 귀띔해 준다.
팔 뻗으면 닿을 듯 철책 넘어 하얗게 눈 뒤집어 쓴 곳은 - 가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 북녘의 땅이다.
10:06 / 조강2리 마을회관 가는 길
검문소를 뒤로하고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천천히 하얀 눈으로 덮인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감상한다. 잡힐 듯 한남정맥의 끝줄기인 문수산이 자리를 하고, 논바닥 위엔 겨울의 진객 쇠기러기떼, 지금은 한가롭기 그지없지마는 지금의 모습들이 가슴 저려오는 숨은 옛이야기들을 알고나 있으려는지....
이어 왼편으로 움푹 들어간 곳이 안골. 이곳은 이제나 저제나 하며 쑥개머리산(지금의 애기봉)에 올라 님 그리며 울다가 지쳐 죽은 기생 애기가 병자호란 당시 홀로 조강을 건너 머물렀던 곳이다. 죽은 이는 북을 향해 눕혀 묻지만, 유언에 따라 애기의 시신은 곧게 세워 묻었다고 전한다.
/ 에서 바라본 문수산
/ 에서 본 논 위의 겨울 철새
/ 애기가 머물었던 안골
10:16 / 조강2리 마을회관
듬성듬성 자리한 가옥을 지나 마을회관에 도착한다. 말끔한 용모의 70 후반의 노인회장님께서 반갑게 일행을 맞아주신다. 안으로 드니 1945년 5월 조강포 가옥 배치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융성했던 옛날의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조강포구향우회에서 준비한 자료다. 노인회장은 치군(무등도 태우고 농악놀이도 하는 이 마을의 전통 놀이로써 남사당놀이와 유사하다고 한다.) 용왕제. 53년 11월 내려진 소개명령으로 집을 버리고 허허벌판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했든 눈물겨웠던 추억들도 상기하신다. 특히 연평도 조기 이야기를 꺼내시곤 신이 나서 얼굴엔 홍조를 띄시기도 한다. 이곳에는 황대어 숭어 황복 뱀장어 등 생선이 많이 잡히어 선덕(1426-1435)년간 중국왕의 명으로 사신이 황대어를 구하러 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 비린내 나는 곳에 갈매기만 끼이랴! 갖갖 인간 다 꼬일 테고, 그러면 주막 생길 게며, 바늘 따라 실이라고 술청엔 예쁘장한 샥시 눈웃음 날릴 일은 뻔할 뻔자로다.
인간사 이러할진댄 불타는 청춘남녀 여기저기 못 이룰 사랑. 잘 맺은 사랑 있었을 테니 시끌벅적 바로 여기가 흥청흥청 조강포로다.
이처럼 이곳이 조수 간만의 차와 내륙교통수단의 불비 등 여건 때문에 모든 김포반도 문물의 교역 창구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은근히 자랑을 하신다.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에는 이곳의 관리가 한양으로 올라가는 세공을 빼돌리는 웃지 못 할 비리를 저질렀다고 조선실록에선 전해 준다. 예나 지금이나 탐관오리는 어쩔 수 없나보다. 정말 허탈....
* 접근교통정보 : 하성면소재지(기점 약 6km 시내 순환버스102 1시간 간격)와 월곶면 군하리(기점 약 3km 시내 순환버스102 1시간 간격)를 잇는 56번 지방도로(일명 애기봉길) 중간 조강포구 입구에서 도상거리 약 1.8km. (통진읍 마송리-조강리 간 마을버스 2시간 간격 시간 부정확)
/ 1945년 5월 조강포 가옥배치도
/ 증언하는 노인회장 조강포이야기. 치군. 용왕제. 소개명령. 조강포구향우회
10:54 / 출발
자리 털고 일어남을 아쉬워함이 우리 일행뿐이겠냐 마는 시간관계상 작별을 고하고 답사길을 재촉한다.
11:07 / 조강저수지
일행은 가지런히 뻗은 포장길을 따라 조강저수지에 이른다. 수문과 물레방아. 둘레둘레 준비된 정자들이 적당한 크기의 저수지와 잔잔한 물결과 함께 한적함의 의미를 길손들에게 일러준다. 모퉁이에는 수줍은 여인의 가슴처럼 봉긋하게 솟은 태봉이 자리하는데 이곳 정상에는 왕손의 태를 묻은 곳이라 하는데 도굴 되었고, 이곳 조강1리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 비를 세웠으나 이 비로 말미암아 조강2리 주민과 크게 마찰이 일기도 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