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전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경기가 됐다.
스위스는 경기장을 넓게 썼다. 비드머와 로드리게스의 오버래핑은 활발했고,
그에 대한 볼 배급도 자카가 피딩을 확실히 해주고 있었다.
이재성과 이용이 합작수비를 하는 것은 예상 된 전술이었지만,
손흥민이 우리 진영 코너킥 부근까지 내려와서 수비를 하는 것은 예상한 바가 전혀 아니었다.
일단 비드머와 로드리게스의 크로스가 올라오면 187cm의 엠볼로의 머리를 향했다.
다행히 우리에겐 김민재가 있었다.
김민재는 엠볼로와의 공중 경합에서 꾸준한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스위스는 샤키라와 자카가 세컨볼을 다이렉트로 때려댔지만 다행히 정확도가 떨어졌다.
우리가 노릴 수 있는 것은 카운터 어택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로 우리 수비 진영 깊숙하게 들어와 있던 손흥민과 이재성의 출발이 너무 늦었다.
둘째로 남태희의 역습이 빠르지 않았다. 황의조가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했지만 적절한 시기에 패스가 들어가지 않았다.
전반전 유효슈팅은 0개였다. 그나마 황인범이 이 악물고 때려봤지만 골대를 외면했다.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다시 스위스에게 넘어간 주도권.
정우영은 김민재와 김영권 사이에 위치하여 마치 쓰리백인 것처럼 수비를 구성했다.
그러자 정우영과 남태희 사이 공간이 매우 넓게 벌어졌고, 그 넓은 공간을 황인범 혼자 커버하는 것은 무리였다.
로드리게스가 크로스가 아닌 낮게 깔아차는 패스를 선택했고 이 볼은 샤키리에게 흘러 갔다.
크로스에 대비하고 있던 한국 수비수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황인범이 뒤늦게 수비에 가담했지만, 한물 갔다고 한들 샤키리는 여전히 단단하고 빨랐다.
그대로 몰고오는 샤키리와 뒤늦게 달려드는 정우영.
샤키리는 정우영이 막을 수 없는 각도로 감아찼다. 먹혔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김승규가 다이빙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공을 쳐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는 엠볼로를 거의 껴안다 싶이 하면서 밀착 마크를 했다.
자카의 킥이 날카롭게 올라오고 김민재는 엠볼로가 점프를 뜨지도 못할 정도로 묶어 버렸다.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센터백 '파비안 셰어'였다.
188cm의 수비수 파비안 셰어가 황인범을 뿌리치면서 머리를 들이밀었고 그 공은 그대로 우리 골대의 구석을 향했다.
전반 38분. 나름 잘 버텼지만 그렇게 뼈 아픈 첫 실점을 한 것이다.
그것도 늘 지적 받전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다급해진 손흥민이 볼을 운반해지만 파울에 막혔고, 홍철이 올린 프리킥은 그 누구의 머리에도 맞지 않았다.
한국은 매우 답답한 상황이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수비를 하고 있었고,
계속 되는 사이드 어택에 남태희의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었다.
스위스의 집요하리 만큼 반복 되는 크로스에 정우영이 공중볼 싸움에 가세하면서
미드필더 간격은 계속 벌어지고 있었으며, 황의조는 공을 거의 터치조차 못하고 고립 됐다.
락싸는 폭발했다.
[그냥 손흥민 원톱에 박고 뻥뻥 차면 안 됨?]
[월드컵 무대에서 후방 빌드업 ㅋㅋㅋㅋㅋ]
[정우영을 저렇게 쓸 거면 그냥 정태욱을 쓰던가...]
[이승우가 그리운 건 저 뿐인가요..?]
후반전이 시작 됐고, 벤투는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끝-
누굴 교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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