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2:1-11
찬송가 찬송가 300장 “내 맘이 낙심되며”
에스더 1장에서 묘사된 바사 왕 아하수에로는 온 천하를 다스리는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신하들과 백성들 앞에서 위엄을 보이는 아하수에로는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왕후 와스디를 보여주어 권위를 자랑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왕후는 최고 권력자의 권위에 정면으로 불순종했고, 신하들은 왕에게 간청하여 조서를 내리게 하였고 결국 그녀를 폐위시킵니다.
오늘 우리는 아하수에로의 왕후가 될 인물이 필요할 당위를 얻은채 본문을 마주합니다. 본문 속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누구를 통해 어떻게 역사하실지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오늘 본문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우리는 어떤 새힘을 얻을 수 있는지 기대하며 말씀을 마주해보길 원합니다.
새로운 왕후 선발 제안(1-4절)
(1-4) 그 후에 아하수에로 왕의 노가 그치매 와스디와 그가 행한 일과 그에 대하여 내린 조서를 생각하거늘 왕의 측근 신하들이 아뢰되 왕은 왕을 위하여 아리따운 처녀들을 구하게 하시되 전국 각 지방에 관리를 명령하여 아리따운 처녀를 다 도성 수산으로 모아 후궁으로 들여 궁녀를 주관하는 내시 헤개의 손에 맡겨 그 몸을 정결하게 하는 물품을 주게 하시고 왕의 눈에 아름다운 처녀를 와스디 대신 왕후로 삼으소서 하니 왕이 그 말을 좋게 여겨 그대로 행하니라
에스더 기자는 ‘그 후에’라는 말로 2장을 시작합니다. 와스디를 페위시키기로 결정한 후에 있었던 일이라고 말할 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얼마가 지난 후에 새 왕후 뽑기가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1장에 기록된 와스디 폐위 사건은 아하수에로 즉위 3년째의 일이었고(에 1:3), 에스더가 왕후로 간택되었을 때는 아하수에로 즉위 7년째의 일(에 2:16)임을 고려하면 약 4년간의 시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시기에 아하수에로가 그리스 정복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돌아왔다고 봅니다.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한 후 돌아온 아하수에로는 왕후 와스디와 그녀의 일로 인해 내렸던 폐위 조서를 생각했습니다. 국고를 탕진하며 백성들의 원성을 받았을 그는 홧김에 조서를 내려 왕후를 폐위한 일에 대해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왕의 조서는 되돌릴 수 없었고, 신하들은 와스디를 대신할 새로운 왕후를 선발할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제안한 방법은 전국 각지에서 아리따운 여인들을 도성 수산으로 모아 후궁으로 들이고 정결하게 하여 왕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여인을 고르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참가자들 모두 즐겁고 행복한 미녀 선발대회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왕의 후보로 선발이 되면 고향으로 갈 수도 없고, 왕후로 간택되지 못하면 평생 궁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모든 여인들은 소위 말해 ‘모 아니면 도’라는 각오로 왔을 것입니다. 선발된 후보들은 궁녀를 주관하는 내시 헤개의 손에 맡겨져 관리를 받게 했고, 그 후 왕이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여 간택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당시 바사의 왕들은 첩으로 약 360명을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던 당시 왕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했던 그들의 폭력성과 절대적인 힘을 보여줍니다.
4절에 “와스디 대신 왕후로 삼으소서”를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와스디 대신 왕처럼 다스리게 하소서”가 됩니다. 이는 물론 새로 선출된 왕후에게 부여되는 국모로서의 권한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에스더 전체 맥락을 보면 다른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와스디는 아하수에로의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그를 다스리려다 버림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새 왕후가 될 에스더는 아하수에로를 ‘다스릴’ 것입니다. 이 표현은 에스더서 전체에 흐르는 세상의 권위가 하나님의 손길에 의해 역전되고 뒤집어지는 중요한 함의를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에 대한 소개(5-7절)
(5-7) 도성 수산에 한 유다인이 있으니 이름은 모르드개라 그는 베냐민 자손이니 기스의 증손이요 시므이의 손자요 야일의 아들이라 전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고냐와 백성을 사로잡아 갈 때에 모르드개도 함께 사로잡혔더라 그의 삼촌의 딸 하닷사 곧 에스더는 부모가 없었으나 용모가 곱고 아리따운 처녀라 그의 부모가 죽은 후에 모르드개가 자기 딸 같이 양육하더라
에스더 기자는 왕후 선발 대회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킵니다. 바로 모르드개와 에스더입니다. 모르드개는 베냐민 지파 사람이었으며 기스의 증손이었습니다. 모르드개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된 것으로 보아 상당히 유력한 집안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문은 모르드개를 유다 왕 여고냐와 함께 사로잡힌 자라고 소개하지만, 히브리 원문에는 모르드개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의 증조할아버지인 기스가 끌려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당시 흔한 이름이었던 모르드개에게는 하닷사라는 사촌이 있었습니다. 하닷사라는 이름의 의미는 도금양이라는 나무입니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에스더인데 샛별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앞으로 그녀가 유다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참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어떤 이유로 그녀가 고아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모르드개는 그녀를 딸처럼 대한 것으로 보아 사촌이지만 어느정도 나이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더는 용모가 아름다웠고 아리따운 여인으로서 왕후 선발 대회에 나갈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에스더가 궁녀가 됨(8-11절)
(8-11) 왕의 조서와 명령이 반포되매 처녀들이 도성 수산에 많이 모여 헤개의 수하에 나아갈 때에 에스더도 왕궁으로 이끌려 가서 궁녀를 주관하는 헤개의 수하에 속하니 헤개가 이 처녀를 좋게 보고 은혜를 베풀어 몸을 정결하게 할 물품과 일용품을 곧 주며 또 왕궁에서 으레 주는 일곱 궁녀를 주고 에스더와 그 궁녀들을 후궁 아름다운 처소로 옮기더라 에스더가 자기의 민족과 종족을 말하지 아니하니 이는 모르드개가 명령하여 말하지 말라 하였음이라 모르드개가 날마다 후궁 뜰 앞으로 왕래하며 에스더의 안부와 어떻게 될지를 알고자 하였더라
왕의 조서와 명령이 반포되고 수많은 여인들이 도성 수산에 모입니다. 규모가 얼마였는지 본문이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꽤 많은 숫자의 여인이 참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더가 자원해서 간 것인지 강제로 끌려간 것인지, 본문은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8절에 ‘이끌려 가서’라는 표현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을 이미 아는 우리는 그 힘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에스더는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헤개의 총애를 받게 되었습니다. 헤개는 에스더에게 은혜를 베풀어 필요한 것과 일곱 궁녀들을 붙여 주었는데, 이들은 왕비로 뽑힐 여인을 위해 준비해 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거처로 에스더를 옮겨주었습니다. 에스더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내시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은혜’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헤세드 인데, 단순한 호의, 친절을 넘어선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단어이기에 헤개가 에스더에게 베푼 은혜는 하나님이 하신 일임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한편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유대 사람임을 밝히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바사 제국 내부에 이미 잠자해 있는 반유대주의적인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르드개는 날마다 후궁 뜰 앞으로 왕래하며 에스더를 살폈습니다. 이와 같이 모르드개가 후궁들의 거처를 왕래했다는 것은 이미 그가 바사 제국의 정치에 관여하는 관직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모르드개는 아마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랑하는 사촌 동생인 에스더를 지키고자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듯이 모르드개가 철저히 숨기고자 했던 민족과 출신은 결국 밝혀지게 되고, 모르드개 자신은 물론 유대 민족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게다가 모르드개 자신의 힘으로 지키려 했던 딸과 같은 에스더는 자신의 자리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민족을 구원하는 일에 쓰임을 받게 됩니다. 이들에게 닥친 환난과 고난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세상을 주관하시고 자기 백성을 구원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합니까? 나의 손에 주어진 힘으로 나와 우리 가정을 지키려하지는 않으십니까? 세상 경험과 자문을 통해 나의 사업과 일터를 지키려하지는 않으십니까? 결국 우리 손으로 지키려했던 것들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망하고 좌절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겪는 고통과 환난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이지않는 하나님께서 은혜로 이끌어주실 섭리를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욱 의지하는 우리가 되길 원합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고통스러운 우리의 인생길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주님의 신실하신 손길을 잠잠히 의지하는 우리가 되십시다. 우리가 이처럼 보이지 않는 주님의 섭리를 믿는 믿음의 창문을 열때 우리의 삶은 주님의 위대한 경륜의 일부가 될 것이며, 하나님의 일하심이 세상 가운데 드러날 것입니다.
기 도
하나님 아버지, 모르드개는 자신의 출신을 숨기려했지만 결국 들통났고, 자신이 지키려했던 에스더를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목도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방법과 세상의 지혜로 지키려했던 대서 환난과 고난이 닥칠지라도, 불평과 원망이 아닌 보이지 않는 주님의 섭리가 드러날 기회라는 것을 믿음의 창문을 열어 확인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4절에 ‘와스디 대신 왕후로 삼으소서’는 ‘와스디 대신 왕처럼 다스리게 하소서’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에스더가 다스릴 존재는 누구였습니까? 오늘 우리가 다스려야하는 세상은 어떤 곳입니까?
2. 에스더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이었습니까? 에스더의 삶을 볼때 이름값을 한 사람임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값을 감당하는 나의 삶은 어떠해야합니까?
3. 에스더는 왕후 선발 대회에 무엇에 이끌리어 갔습니까(8절)? 이것은 누구의 이끌림이었습니까? 오늘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이끄심이 느껴질 때가 언제입니까?
4. 모르드개는 자신의 힘으로 에스더를 지키려했지만, 결국 민족이 위기에 처하는 환난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이 환난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일하실 기회이자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마주했던 환난이 하나님이 일하실 기회였던 적이 있습니까?
(작성: 김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