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텔은 너무나도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기 때문에 제가 쓰는 분석이
라는 것도 뻔한 소리가 되기 십상일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시라면 누구라도 메텔이라는 존재에 대해 항상 비슷한 것을 느끼실
겁니다. 특히나 저처럼 유년 시절에 메텔에 대해 동경을 품었던 분들
은 말입니다. 히로인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일본 만화의 여성 캐릭터
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메텔만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는 전에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하네요.
TV 판의 메텔은 확실히 -극장판에 비해- 나이들어 보이고 차가워
보이고 강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메텔과 철이의 연인적인 이미
지 역시 상당 부분 나타나 보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전에 얘기
했으므로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자, 그럼 먼저 TV 판의 메텔에 대해 먼저 설명합니다.
메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메텔의 트레이
드 마크인 긴 금발 머리, 그리고 검은 상복입니다. 덤으로 우수에 찬
슬픈 눈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외관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위의 두 가지입니다.
금발머리와 검은 상복은 정말 전무후무한 특이한 개성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굉장히 매치가 잘 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선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도록 눈에 확 띄는
데다가 화려한 금발에 무겁고 어두운 보이는 상복이 조화를 이루어서
너무 요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중충한 분위기도 나지 않게 잘 조
화를 이룹니다. 마쓰모토 레이지의 히로인들이 전부비스무리하다고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메텔만큼 캐릭터 디자인에 성공한 케이스는 찾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으.. 극장판 철이의 디자인.....)
메텔은 TV 판 극장판 전편을 통해 단 한 번도 상복이 아닌 다른 옷
을 입고 나온 적이 없습니다. (안녕 은철에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그림으로나마 나오긴 합니다.) 메텔이 이렇게 상복을 입고 다니는 이
유에 대해서 스스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이것 저것 흩어져 있는 단서
들을 종합해 보면 메텔이 이제까지 안드로메다로 데려갔던 소년들에
대한 죄책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락현님의 은하철도 999 9대 미스테리 참조) 그렇다고 해도 전편을
통해 단 한 번도 팬 서비스(?)차원에서라도 다른 옷을 입어본 적이
없는 메텔은 정말 심심하면 옷갈아 입는 대표적인 린 민메이, 베르단
디 등등의 (레이같은 경우의 예외도 있군요.. -_-;;;) 아이돌 캐릭터들
과는 다른 고전적인 히로인의 표상이라고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
요.
외모의 이야기가 나오니 하는 말인데 메텔은 모자를 잘 벗지 않습니
다. (실내에서도 잘 때를 빼고는 잘 벗지 않습니다.) 은철 대백과를
보면 메텔이 모자를 벗었을 때와 썼을 때의 모습의 스케치가 나오는
데 이를 잘 살펴보면 두 상태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자를 썼을 때의 메텔은 차가워 보입니다. 모자를 벗은
메텔은 가냘퍼 보이고 나이가 적어 보입니다. 이것은 비단 스케치 뿐
이 아닙니다. 실제로 애니에서도 메텔이 우리가 많이 보았던 예의 그
슬픈 눈빛을 하고 철이를 바라보는 메텔의 얼굴은 클로즈업 되어서인
지 몰라도 모자 윗부분은 다
잘리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왜 그럴까하고 한참 생각했
었었는데 메텔의 사진이 있으신 분은 손으로 모자 윗부분을 가려서
보고 안 가린 상태로도 보시길.. 분위기가 차이가 납니다.
즉 메텔의 표정연기는 모자의 유무에 상당히 영향을 받습니다. 그것
도 이마를 덮은 모자보다는 모자 윗부분의 각진 사각형이 훨씬 영향
을 줍니다. 어쩌면 메텔의 그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얼궁의 1.5배...)
큰 모자는 마치 메텔의 괴로운 인생의 실마리를 잡고 있는 그 임무처
럼 메텔을 누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별 쓸데없는
소리를 다 쓰네요.)
얘기가 이상한 곳으로 빠졌는데 다시 메텔의 내용물(?)을 분석해 봅
니다.
이전에 어떤 분이 메텔의 매력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관능미라고 하셨는데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철 TV 판
에는 거의 심심하다 싶으면 메텔의 나체씬이 나옵니다. (개인적인 생
각인데 '호기심의 별'에서 그 별은 어쩌면 은철을 보는 관객들을 겨
냥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노 감독이 이카리 신지
를 오다쿠들에 빗댄 것처럼 호기심의 별은 메텔의 정체에 대해 한참
궁금해하던 팬들에 빗댄 것이 아닌가 하고요. 오... 역시 마쓰모토 레
이지는 대단해... ^^;;)
이러한 메텔의 관능미는 메텔의 수수께끼 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이가 처음 메가로폴리스에서 메텔과
호텔에 묵었을 때 목욕하고 있던 메텔이 의문의 사나이와 전화를 하
고 있다가 문을 연 철이를 본 모습, 이것 자체가 바로 메텔에게 얽힌
미스테리를 단 한컷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
다. (재방영 세대는 예외없이 mbc가 뭉텅 잘라
내는 바람에 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뒤로 가서 아지랑이 별의 도사
편을 가면 메텔이 도사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주자 그 질기던 도사가
원 콜에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거의 노골적으로 '자, 이래도
안 궁금해할래?'하는 부분입니다. 그외에도 안타레스에게 신체검사받
는 장면, 모양이 없는 혹성 누르바에서 껌딱지(-_-;;) 아빠가 '저 메텔
이라는 여자는 말이야'하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기적이 울리는 등, 작
가가 노골적으로 메텔의 정체에 대해 팬들에게 궁금증을 던져주는 부
분이 많습니다.
결국 메텔의 몸에 대한 비밀은 작가가 워낙 판을 크게 벌려 놨기 때
문에(-_-;;) 잘 맞지 않는 부분도 더러 생기고 말았습니다. 메텔의 몸
이 철이 엄마의 몸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 불가사
의한 치유력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지금까지도 잘 알 수 없는 것들입
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도 작가의 무책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메텔의 몸의 생식기가 어쩌고 하는 설명을 들으
면 정말이지 메텔에 대한 환상이 아자작 깨져나가는 소리가.... 비밀은
비밀인 것이 좋습니다.....
메텔은 기계화 제국의 프로메슘 여왕의 딸로서 자질은 충분했으리라
봅니다. 프로메슘이 딸을 그만큼 아끼고 사랑했던 것은 어쩌면 자신
의 천재적인 능력을 메텔 역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였
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로메슘이 딸에 대한 얘증이 교차하여 그
러한 고통스러운 임무를 주었다면 메텔이 그것을 이용하여 어머니를
배신하고 파멸시킨 것은 정말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메텔은 철이에게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해 보이는
존재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
때문에 우주 전체에 메텔의 적들이 산적하게 되고 맙니다. 메텔은 어
머니를 싫어했지만 어찌보면 어머니와 비슷한 자신의 모습에 더더욱
혐오감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메텔의 자책적이고 자학적인 행동의
이면에는 이러한 심리가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말에 여유가 잠시 생긴 만치 안녕 은하철도 999를 다시 보았습니
다. 아마 정식으로 다 본 것만 해도 20번 정도 될 겁니다. 일본어라고
는 고멘나라든가 손나 빠가(^^;;) 정도 밖에 모르는 저이지만 들어 볼
수록 안녕 은철의 성우진은 드림팀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 같
습니다. 데쯔로와 메텔의 황금 콤비에다가 차장, 기관차, 파우스트, 메
텔메나, 프로메슘, 먀우타, 유격대 할아버지 등등 거의 흠잡을래야 흠
잡을 수 없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사실
유령 열차의 목소리입니다. 정말 그 기분나쁜 분위기의 열차 모습, 듣
기만 해도 느끼해 지는 탁한 목소리를 들으면 은철 드라마의 음반의
'도깨비 열차' 생각나서 한숨만 푹푹... (^^;;)그렇다고 제가 국내 성우
분들께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정말 같잖은 여건
속에서 그만한 연기를 해 주는 것이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진짜 문제
는 만화 영화에서의 성우 문제를 대충 대충 더빙하면 된다는 식의 제
작자들의 인식일 겁니다. 그러니까 김민종이나 채시라 따위가 나와서
같지도 않은 목소리를 내고는 거액의 개런티를 홀랑 가져가는 웃지
못할 현실이 나오는 겁니다.
엉뚱한 얘기가 나왔네요. 자, 이제 메텔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 짓겠습
니다.
원래는 TV 판과 극장판의 메텔을 분리하여 설명할 생각이었는데 그
렇게 하면 별로 얘기거리가 주제를 가지지 못할 것 같네요.
TV판과 극장판의 메텔의 차이는 사실 비교하여 설명하기가 힘듭니
다. TV 판의 메텔은 무려 113화나 되는 엄청난 편수를 통해 나옵니
다. 반면에 극장판의 메텔은 불과 두 편의 극장판에서 출연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극장판 두 편에서도 메텔의 이미지가 차이가
많이 나긴 합니다만..)
그러나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보자면 우선 얼굴선이 가늘어지고 전
체적으로 여려보입니다. 그리고 머리카락 색이 상당히 ㅇ어졌습니다.
눈썹 바로 밑 부분의 쌍커풀도 각이 많이 동그래졌고 알아채기 힘드
시겠지만 키도 많이 작아졌습니다. (차장과 비교해보시면 쉽게 알 수
있지요.)
뭐 극장판에서 메텔이 철이의 연인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고 하긴 하
지만 사실 그렇게 부각되는 점은 많지 않습니다. 몇 군데 지적하자면
철이가 '너만 괜찮다면 같이 있고 싶은데'라고 말하는 점, 혹성 메텔
에서 죽어라고 둘이 달리다가 손을 잡는 장면, 뭐 그정도일니다. 마지
막의 두 사람의 뽀뽀씬 (^^;;)은 TV 판에서도 나오니 신기할 것은 없
습니다. 하지만 차이나는 점은 바로 그 때 999호의 자명종 소리 (따르
릉..) 가 울리면서 시계 바늘이 12시를 가르킨다는 것입니다. 즉 메텔
이 신데렐라라는 얘기지요. 뭐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오히려 두 사람의 연인적인 이미지는 안녕 은철에서 본격적으로 드러
난다고 봐도 될 겁니다. Galaxy Express999는 어쩔 수 없이 TV판의
중요한 장면 장면을 많이 따와야 했습니다. 때문에 메텔이 철이를 코
트로 감싸는 부분이라든지 하는 장면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안녕
은철에서 메텔은 더 이상 철이의 어머니 같은 존재가 아니게 됩니다.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어째서 마,레의 작품에는 미스매치 커
플이 많은지... 야요이와 하지메는 그렇다고 해도 토치로와 에메랄더
스는..... 원참 그 차가운 이미지의 에메랄더스가 토치로와 키스하는
모습이라도 상상해 보시길.. -_-;;;
얘기가 옆길로 새었군요.
메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아마 그것이 은철 전체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만큼 비중이 크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메텔은 철이
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에는 어쩌면 부적합한 대상이 아니었을까 합니
다. 메텔은 그렇게 도덕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2중 혹성의 라라에서
는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별 하나를 아작내는 만행(-_-;;) 을 저지르
기도 하며, 철이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에 대해 선뜻 동조해 주는 경
우는 보기 힘듭니다. 거의 방관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어찌보면 철이
를 시험하는 듯한 행동도 합니다. 철이가 좋아하고 추구했던 진정한
여성상은 오히려 크레아나 프레야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텔은 철이의 이상형처럼 비쳐집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
지만 아마 메텔이라는 인물 자체가 은하철도 999와 동일시 되기 때문
이 아닐까 합니다. 즉 철이가 메텔을 향해 품었던 동경의 많은 부분
은 사실 999호와 안드로메다 그리고 기계몸에 대해 가진 이상이라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메텔이 철이의 꿈 그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열
쇠를 쥐었기 때문에 철이는 메텔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
으며 메텔에 대해 가졌던 많은 의심들도 억지로 누르려 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메텔의 여행'편의 나레이션이야말로 메텔에
대한 철이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
다. 메텔이라는 존재는 우주를 여행하는 수많은 소년들의 환상이며
사실은 소년들 혼자서 여행한 것이라는..... 그랬기에 여행이 끝났을
때의 철이의 이상과 꿈과 동경은 사실상 사라졌으며 메텔이 떠나는
것은 바로 그것의 상징적인 행동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은철의
내용은 그 내용 자체만으로 자평까지 끝낸 셈입니다. 은철의 관객들
은 그것을 발견하는 데에 여태까지 애를 썼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