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8)
2008-02-18 13:10:48
180차 맹산-불곡산 종주산행
1. 일시 : 2008. 2. 17(일)
2. 곳 : 맹산-불곡산
3. 코스 : 야탑역 2번 출구(09:45분 시작)-맹산-태재고개-불곡산-죽전 횟집(15:30도착)
4. 참가 : 상국(대장), 광용, 인섭, 문수, 규홍, 길래, 해정(7명) +뒷풀이에 부종 참가
개학하고 일주일 내내 바빴다. 금요일, 마침내 졸업식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3학년부 회식을 하면서 많이 취했다. 토요일 저녁에는 우리 식구만 간단히 내 생일 파티를 하려했는데 예상치도 못했던 손님이 6분이나 더 오게 되어 밤늦도록 소주, 양주, 맥주, 와인... 아이고 나중에는 머리가 뱅뱅 돈다. 내일 산에 가야되는데...
일요일 아침, 해장국을 달라고 아우성인 뱃속에 염치없이 국도 없는 맨밥을 밀어 넣고 집을 나선다. 약속장소 야탑역 2번 출구, 6분 늦었다. 이번엔 산우회 블러그가 아주 썰렁하더니만 이리 저리 세어봐도 달랑 여섯명, 8회 연속 출전중인 규홍이와 이를 축하해 주러 동반산행을 약속했던 길래, 그리고 1공에서 4공까지.
더 올 사람 없다고 바로 출발하잔다. 아직 술이 깨지 않아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가자고 늑장을 부렸으나 이것들이 옛날 3공 대장은 이제 완전 누가 먹다버린 뼈따귀로 아는지 대꾸도 안하고 휑하니 출발한다. 게다가 오늘따라 선두는 왜 그리 내빼는지 나는 맨뒤에서 혀를 길게 물고 거의 초죽음상태로 산행, 고행을 계속 했다.
맹산 정상에서 해정이를 만나 이젠 7명이 되었다. 4공 문수는 10명 채울 때까지 산행대장 한 번 더 해야 된다고 겁을 준다. 누가 정상석 앞에 새 먹이로 호박씨를 갖다 두었다. 그래서인지 나뭇가지에 참새만큼 작은 몸의 박새들이 많이 보인다. 재미삼아 손바닥에 호박씨를 놓고 새를 불렀더니 한 마리씩 다가와서 물고 간다. 가느다란 발가락을 통해 손바닥에 전해오는 새의 가벼운 몸무게. 삶의 무게가 그만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정상에서 태재고개쪽으로 내려가는 길, 두 갈래 길에서 또 반대를 위한 반대를 재미로 일삼는 안티 광용이가 한 무리를 끌고 내려간다. 점심 먹을 장소 고르는데도 반대를 하더니 밉다고 또 내 옆자리에 앉는다.(나중에 횟집에서도 옆자리더라) 문수가 준비해온 케이크에 촛불, 불 붙인다고 야단법석을 떨고는 밥을 먹고 일어섰다. 아직까지 술 생각이 없다.
-누구 생일인지 모르겠다. 생일 촛불도 셀프-써비스하나?
불곡산까지 종주 산행을 한다고 공지를 해두었지만 친구들은 설마 그대로 할까? 물도 다 떨어져 가는데 중간에서 새자고 슬슬 부추기며 또 반란의 기미를 보인다.
들은 척 만 척, 계속 길을 가고 태재고개에 당도하니 그제서야 몸이 조금 풀린다. 해정이는 아까부터 집에 갈 끼라고 꽁지를 내렸는데 억지로 끌려 올라갔다. 하산주 할 자리 몇 군데 추천을 해준다. 이상하리만큼 맛있다는 음식점에 대해 많이 알고는 있는데 그 맛에 동조해주는 친구들이 없자 계속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어? 나는 맛있던데...”
불곡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이리 가자, 저리 가자 말도 많았지만 처음 생각했던 대로 죽전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해정이는 이제 죽전에 있는 ‘대패 삼겹살집’을 추천한다. 그것도 묵살하고 횟집으로 간다니까 뒤에서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씨... 맛이 없기만 해 봐라!”
9시 45분에 산행 시작하여 횟집에 닿으니 오후 3시 30분. 밥 먹는 시간 빼고 꼬박 5시간 걸었다. 산에는 안 나왔지만 하산주 하는 데 동참해준 부종이. 거의 7-8년만에 자기집 베란다 청소를 하고 왔는데 그 약속을 안 지켰으면 바로 오늘부터 개가 될 뻔 했다.
낮에 술 마시러 나간다는 말은 못하고 적당히 둘러댔는데, 곧 고등학생이 된다고 그러는지 요즘 부쩍 어른스러워진 그 집 맏상주가 “아버지, 일요일인데도 많이 바쁘시네요?” 그러더란다.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데... 그참 알 수가 없다며 많이들 웃었다.
진홍이가 요즘 영화산업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첩보가 들어와서 확인해 보았다.
흘러간 명화의 명장면들만 골라 CD로 구워 선물한다는데 중간중간 불꽃놀이가 나오는 게 아주 예술적이라, 그 혜택을 좀 골고루 나눠줄 수는 없는지, 동창회차원에서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먼저 나온 과메가 한 점 먹어보던 해정이, “어... 이거 디기 맛있네? 한 접시 더 시키몬 안되까?”
나중에 나온 숭어회 먹어보고는, “ 어? 숭어도 억수로 맛있네? 대패삼겹살보다 더 맛있네?”
결국 맛있다고 과메기 한 접시 더시키고, 계산까지 몰아서 해버린 해정이. 수고 많았다. 신고 안하고 산에 나온 인섭이와 광용이는 자진해서 벌금을 만원씩 내는 모범을 보였다.
펭귄이 없는데도 생일 자축하는 마음에 호프 딱 한잔씩만 했는데 펭귄 귀가 좀 간지럽지는 않았을까.
서현역에서 길래랑 규홍이랑 당구 한판 치고, 작년도 졸업생들이 반창회 한다고 초청하는 자리에 나가 이제 스물 한 살 되는 아이들 20명 만나 술 몇 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혼자 집 지키고 있던 강아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