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외 입국자에게 적용했던 시설 격리를 다음 달 8일부터 폐지한다.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격리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어서 지난 3년간 억눌렸던 14억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업계의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27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쇼핑몰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년 가까이 지속해온 해외 입국자의 시설 격리를 다음 달 8일부터 전면 폐지키로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 27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방역통제기구는 전날 코로나에 적용해온 ‘갑’류 방역관리를 해제하고 주요 조치로 출입국 절차를 최적화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해외 입국자는 5일 동안 지정된 시설에서 격리하고 3일간 자택격리를 해야 하는데 다음 달 8일부터는 건강 관찰만 하게 될 전망이다. 또 출국 48시간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인되면 중국에 입국할 수 있고 재외 중국공관에 별도의 건강 코드를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입국 후 PCR검사 없이 일상적인 건강 신고와 검역 절차를 거치면 공항을 빠져나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때 해외 입국자를 최장 두 달 동안 격리하고 항문 검사를 하는 등 고강도 방역을 시행했다. 건강상 이유나 업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중국을 오가지 못하게끔 만드는 장애물이었다. 중국이 입국 장벽을 완전히 허물면서 3년간 유지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코로나19 공식 명칭도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에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변경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주종이 된 뒤로 폐렴까지 악화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대신 “모든 사람은 자기 건강의 첫 번째 책임자가 된다”며 개인 방역을 강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6일 애국위생운동 70주년을 맞아 “인민대중이 주도적으로 개인위생 습관을 길러 전염병 예방 및 통제를 위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크게 늘고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2190만명의 베이징에선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속속 일상에 복귀하고 있다. 국가이민관리국은 이날 홈페이지에 “해외여행, 친구 방문을 이유로 한 보통여권 신청 접수 및 심사·허가를 (다음 달 8일부터) 질서 있게 회복할 것”이라고 밝혀 정상화를 예고했다.
중국신문망은 당국 발표 직후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국제선 항공편 검색량이 7배 이상 늘었고 인기 목적지는 한국 일본 태국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과 일본의 여행주와 화장품 기업 주가가 뛰어올랐다. 방역 조치 탓에 한국을 오가지 못했던 주재원과 유학생들도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고 반겼다. 한·중은 주당 65편 수준인 왕복 항공편을 100편으로 늘리기로 해 다음 달 노선이 추가될 전망이다. 중국이 입국 장벽을 철폐한다는 소식에 아시아 증시가 상승하고 국제유가도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98%, 선전성분지수는 0.88% 상승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장보다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내년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오전 전장보다 1.89%(1.50달러) 상승한 81.06달러까지 올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