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508m),수락산(637m),도봉산(739m),북한산(836m), 총 종주거리 40km, 총 종주 예정시간 24시간(무박 2일), 준비물: 랜턴,수통,간식,여벌옷,세면도구,장갑,윈도우자켓,우비,등등 회비: 30,000원 (식사 3번,간식 2번,하산주,입장료 포함)...17:00까지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 집합... 출발전 받아든 종주계획서의 일부이다.
이건 산행을 가자는건지...공수부대 행군 명령서인지...좌우지간... 아는 지인들중에 우리나이에 불수도북하곤 일행중 두사람이 도가니가 망가져서 그 후론 다신 산에 못간다느니, 우리나이에 불수도북은 미친 짓이라느니, 갈까? 말까? 가? 말어? 그래 동방은 그렇다치고 백두 정완도 간다는데...가다 정 힘들면 중간에 그만두지 뭐...솔직히 이런 심사였다.
오후 5시에 상계역엔 우리말고도 여러 팀이 모여들고 있었다. 얼핏 복장과 장비가 만만한 팀들은 아니겠구나 싶다. 우리팀은 용산은평산악회(용평) 김복일과 후배3명 선배한분 총 9명이 김복일을 산대로 해서 출발 했다. 4월 말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 가만 있어도 덥다. 더구나 내일은 비가 온단다. 바람 한점 없는 불암산 자락을 오르면서 이미 온몸의 수분이 거의 반 다 날아간 느낌이다. 게다가 용평회와는 첫대면 아닌가? 처음부터 호승심까지... 아무리 후배들이지만 쪽 팔릴 순 없지 않은가...? 지기 싫어하는 동방 얼굴이 땀에 일그러졌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있다. 땀 좀 식히니 그때서야 서로 통성명도 하고...
태능 방면의 커다락 암벽에 진달래가 곱게도 무리지어 피어있다...하산하니 8시가 좀 넘었다. 같이 간 선배가 낮에 온수에 손등을 데어서 더 고생스러워 한다. 동방 왈 " 데인데에는 치약이 왔다예요" "우리 집에서는 애들도 다 치약 발라서 키웠어요" 그런데 이 선배가 더 재미 있는 양반이다. 내려오자마자 식당옆 수퍼에가서 치약을 사와, 손등에 잔뜩 바르고는 "야~정말 통증이 거짓말 같이 사라지네..." 백두가 거든다..."무좀에도 왔다예요...나도 지금 사흘째 바르는 중 인데 거의 다 나았어요" 식당 주인 아주머니 "발냄새에도 효과 있어요..? 우리아들 발냄새가 장난이 아닌데..." "아~그럼요~ 발냄새에는 직방이지...이거 아주머니 아들 주세요. 효과 없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야"... 이거... 대학나오고 오십줄에 접어든 노 신사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아닌 것 같고, 어느 시골 장터 소장수들이 막걸리 사발깨나 돈 후에나 나올 법 한.... 우리는 이미 자세를 납짝 낮추고 있었다. 불수도북앞에 겁 먹고.... 있었다.
밤10시 수락산 자락엔 바람 한 점 없다. 저녁 먹은게 더위와 겹쳐 더 부담스럽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산을 오르는데 산 속에 흰점들이 오롯이들 모여있다. 다른 팀들이다. 그것도 여러팀이 같은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자도 있다! 그것도 여럿된다.한시간 너머 오르니 능선에 섰다. 바람도 조금씩 불어주는데...멀리 의정부의 불빛이 점점이 곱다. 수락산이 능선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오르락 내리락 이미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었는데, 내려갈 기미가 없다. 결국 회룡역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반. 해장국 집엔 다른 팀들로 북적인다. 누워 자는 팀, 식사 하는 팀, 그 와중에 장비 챙겨서 출발하는 팀...불수사(?)도북이란다. 사패산까지...존경스럽다. 그러다 도가니 나가지...한잠 안자고 가는 팀도 여럿이다. 우리는 뼈해장국에 소주몇잔 하다보니 그럭저럭 한 두어시간 눈 붙였다.
새벽 5시인데 날이 벌써 훤히 밝다. 서둘러 해장국 한그릇씩 비우고...백두와 정완이 아침 입맛 운운하며 둘이 한그릇가지고 나눠 먹을때 복일이 혼자말로...배고파 어쩔려고...아니라 다를까 정완은 도봉산 내내 먹는 타령이다. 배 고프겠지...5시간 이상 걸린 도봉산행이었으니... 산대의 노련함이 그대로 드러난 도봉산행이었다. 도봉산에 폭포가 있을 줄이야..(사진 참조) 포대능선을 타고 자운봉으로 해서 우이암, 우이동, 도봉산행내내 비구름과 바람, 이슬비에 더운 줄모르고 정말 쾌적한 산행이었다. 그래도 선잠을 두시간자고 오른 산이라 서서히 피로가 몰려들고...
용평회는 이번이 6차 불수도북이라 이미 약 20여명은 완주하였고 몇명정도 남았는데 유경험자들이 나누어 응원을 뛴다. 새벽에 이미 도봉산에 올라와 반갑게 맞는다. 이제부터 북한산까지 같이 뛰어주는거다. 힘든걸 알기에 응원팀 배낭 속엔 삼계탕까지 들어있다. 도봉산 밑 계곡에서 찬물에 발담구고 먹는 소주와 삼계탕 맛이라니...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점심은 우이동에서 설렁탕과 해장국으로하고 출발시간까지 30분 여유가 꿀맛같은 쪽잠이다. 동방은 그짬에 코까지 곤다.
일기예보는 제법 비가 올거라 했는데...오후가 되니 날씨는 다시 그렇게 화창 할 수가없다. 어느새 오후 두시. 도선사로 오르는 북한산로는 신도들과 등산객으로 붐빈다. 이게 마지막 산이다. 여기만 오르면 "그까이꺼" 나머지야 능선타다 내려가는거야 어떻게든 가 지겠지... 북한 산장에서 약간 풀어진 마음에 마신 소주가 결국 다리까지 풀어 놓는다. 그동안 다니던 북한산행을 역주행해 대성문, 대남문까지 소주힘으로 왔다. 이제 구기동까지 내려가기만 하면된다. 마음은 다왔는데 발걸음이 마음과 다르다. 마지막 1km 가 지금까지 온길보다 더 먼것 같더니 그래도 구기동 매표소가 보인다.
저녁 7시가 넘어 어스름해져서 최종 목적지 식당에 도착했다. 신발끈을 풀고 양말 벗고 막걸리 사발을 손에드니 이제 느낌이 온다. 그래~ 이 맛이야!!! 동방, 백두, 정완, 광동 만세다!!
이제부터 수원에서 만날일 있으면 조금 일찍 연락해라. "그까이꺼" 관악산넘어,청계산 건너 광교산 지나 수원까지 쯤이야... 걸어간다 그 말씀이지.
동방회장님 5월 5일 산행 계획 왜 안 올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