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경험이 선생이여
생각보다 근육통이 덜하다. 단지 오른쪽 어깨, 목, 팔에서만 약한 통증이 느껴진다. 어제 종일토록 작업한 성과를 확인하러 밭으로 나간다. 씨감자를 깊이 심고 비닐까지 덮었으니, 장화를 신을 필요도 없다. 이론상으로는 20~30일 지나야 땅 위로 싹이 돋는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로 왔다 갔다가 하면 되는 건가.
그냥 봐도 그들은 감자 농사의 달인이다. 육칠십의 연배를 가진 고수 세분이 두둑에 감자를 심는다. 아주 빠른 속도로 잠깐만에 아홉 이랑을 해치운다. 멋지다. 옆에서 눈으로 입으로 감탄하고 있으려니 한 마디 건넨다. “이랑에 비료 뿌리면 안 돼. 가스 때문에 싹이 죽어.”
얼마나 답답했으면 한마디 던진 것일까. 농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둣하다. 가스가 빠지지도 못하게 비닐까지 덮었으니 얼마나 우스웠을까. 비료는 로터리 작업 전 흙에 뿌리는 거라고 한다. 비료가 녹을 때 나오는 가스가 연한 싹에 해로우니 비닐을 씌우면 감자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씀! 어쩌라고. 내가 한 짓이 감자 농사 망치는 짓이라고? 몰라도 너무 모른다. 잘못한 것이야 인정하면 된다. 문제는 해결 방안이지. “비 온 다음에 비닐 덮어.” 월요일, 화요일 이틀 동안 비가 온단다. 그 비에 비료가 녹고 땅도 물을 먹어 부드러워지니 농사에 좋다고 한다. 그때 비닐을 덮으면 수분도 보호할 수 있고 싹도 힘 있게 올라온다니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
이랑 앞에 서니 고민스럽다. 똥 빠지게 일한 걸 하루도 안 돼서 걷어치운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 입술을 깨물 만큼 망설여진다. 멀리서 지켜보던 체류형 지원사업 담당 주무관이 비닐을 걷어 폐기물 수집장에 버리라고 힘주어 말한다. 본디부터 귀도 얇고 아는 지식까지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머리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결국 한 번이면 될 일을 두 번씩 한다. 몸은 고되고 얻는 건 경험뿐이다.
주말에는 비가 넉넉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덕분에 구례 삼 백리벚꽃길이 하얗게 하늘거리기를 염원해 본다. 고수 세분이 한마디씩 던진다.
“농사일은 경험이 선생이여,”
"암, 일은 해봐야 빨리 알지."
"촌에서는 성실하믄 배는 안 골아."
첫댓글 하하하하 재미지다
똥빠지게 라고 표현한거보니
좀 화났네 ㅋㅋ
글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울한거여.강사가 아푸리 똑똑해도 동네 할매가 더 정확한거여.
난, 할매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