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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강좌 22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는 지난 12월22일 부산디카시인협회 세미나의 이상옥 교수님 발표자료로 대체합니다. 차주부터는 디카시치료에 대한 강좌를 정재순 디카시 위원장님이 연재해 주실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금주의 디카시 한 편]은 기존대로 정유지 회장이 맡아 소개할 예정입니다.
【디카시 강좌】
"국제도시 부산, 글로벌 생활문학으로서의 디카시의 허브 도시로."
이 상 옥 대표
(한국디카시연구소)
1. 언어의 불완전성을 넘어서려는 새로운 모색
시는 언어예술이지만 언어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왔다. 동양의 시서화나 서양의 구체시 운동 같은 것이 그것이다. 시인들은 누구보다 언어의 불완전성 앞에서 절망하는 운명을 걸머지고 산다.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찾는 것도 언어의 불완전성이 그 원인의 하나다.
제나라 환공과 수레바퀴 깎는 노인의 에피소드는 언어의 불완전성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 제나라 환공이 책을 읽고 있고, 대청 아래는 윤편이라는 노인이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윤편은 환공에게 물었다.
"왕께서는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습니까?"
"성현의 말씀이다"
"그 성현이 지금 생존해 계십니까?"
"아니다.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왕께서 지금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환공은 화가 나서 말한다.
"네 이놈, 수레바퀴나 깎는 주제에 옛 성현의 말씀을 찌꺼기라고, 네가 무엇을 알기에 함부로 그 따위 말을 지꺼리느냐. 만약 그 말을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면 너는 죽는다."
윤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수레바퀴를 깎는 노인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 일에 비추어 그 말을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수레바퀴 구멍을 깎을 때 망치질을 너무 느리게 하면 헐렁해서 살이 꼭 끼지 않고, 또 너무 재게 하면 빡빡해서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느리지도 재지도 않고 알맞게 깎는 이 기술은 손에 익고 마음으로 아는 것이어서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묘한 기술이 있지만, 저는 자식에게 가르칠 수가 없고 자식도 그것을 제게서 배울 수가 없으니, 나이 70이 되도록 이렇게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저의 이 기술은 죽으면 저와 함께 무덤으로 갑니다. 옛 성현도 저와 마찬가지니, 그 깨달은 바를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성현과 함께 무덤으로 갔을 것입니다. 그 성현이 무덤으로 가지고 갈 수 없었던 것을 글로 써 놓았을 것이니, 그 책은 성현의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동양적 전통에서도 제화시 같은 것을 시도했다. 제화시는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작가의 정신세계까지 표현하는 경우이다, 마찬가지로 시로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그림으로 함께 작가의 의중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신윤복의 「미인도」의 제화시는 일품이다. “반박흉중만화춘 필단능언물전신(盤薄胸中萬化春 筆端能言物傳神)”, 즉 “화가의 마음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를 그려낸다”
20세기 들어와 시와 그림 못지않게 시와 사진의 조합도 시도됐다. 언어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구체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20세기 스위스의 시인 곰링거로 시작해서 독일어 문화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됐다. 구체시는 문자들의 순서, 위치, 크기 등을 바꾸거나 색깔을 넣기까지 하면서 형태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사진을 도입하기도 했다.
독일의 시인 브레히트는 1955년 사진시집 『전쟁교본』을 출간함으로써 사진과 시의 결합으로 주목을 끌었다. 브레히트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사진을 오려 그것을 대상으로 4행 시를 써서 사진시집을 출간한 것이다. 사진 한 장 그 옆에 4행시 한 편을 병렬 배치하는 방법이었다. 그의 사진시집은 전쟁에 대한 사진들로 시를 주석처럼 썼다. 브레히트는 그 잡지나 신문에 실린 뉴스성의 사진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4행 시를 붙인 것이다.
브레히트의 사진시는 사진과 시의 하이브리드이다. 신문이나 잡지의 사진이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의도로 사진을 대상으로 4행 시를 쓴 것은 결과적으로 사진이라는 기호의 불완전성을 말하는 것이다. 언어도 그렇고 사진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진기호와 언어기호가 상호텍스트성을 구축할 때 그 불완전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브레히트는 사진시를 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브레히트의 사진시는 사진과 시의 화학적 결합에는 이르지 못하고 사진과 시의 틈은 여전히 존재했다. 1980년대 황지우 같은 시인이 전통 시형식의 해체와 전복을 시도하며 사진을 시에 도입하기도 하는 등 한국에서도 대중문화의 수용적 의미로서의 구체시의 일종인 형태시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레히트 류의 이런 시도들은 개인 실험으로 그쳤고 광범위한 대중적 호응도 받지 못했다.
뉴미디어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언어의 불완전성을 넘어서고자 한 오랜 비전은 영상기호와 문자기호의 멀티언어로 표현하는 디카시의 출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 프로슈머로서의 호모스마트쿠스의 디카시
프로슈머는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80년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프로듀서(producer, 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 소비자)의 합성어이다. 기존의 소비자와 다른 생산자이면서 소비자고 소비자이면서 생산자다. 소비자이면서도 제품기획, 디자인, 광고, 판매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생산 소비자다. 오늘의 문학에 있어서도 독자이면서 작가이고 작가이면서 독자인 프로슈머가 등장했다.
오늘의 독자는 침묵하는 수동적 독자가 아니다. 블로그,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쉼 없이 의견을 올리고 작품에 대한 리뷰도 올린다. 작가들은 이런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독자들은 리뷰를 넘어 아예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디지털 정보화 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스마트폰을 장착한 신인류 호모스마트쿠스가 출현했다. 호모스마트쿠스는 종이책을 읽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유목민처럼 걸어다니면서도 끊임없이 SNS를 활용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도 소통한다. 호모스마트쿠스는 글자를 읽기보다는 영상과 문자의 멀티언어로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걸어다니는 1인 미디어 시대에는 삶의 방식이나 문화예술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이런 디지털 정보화 시대가 열리면서 출현한 것이 바로 디카시이다. 디카시는 2004년 4월 2일 디지털 한국문학도서관에 「봄밤」으로 그 첫 선을 보였다. 디카시의 등장은 2004년 2월 4일 하버드대학교 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시점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2004년에 뉴미디어의 서막을 알리듯이 페이스북과 디카시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디카시가 디지털 정보 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등장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운명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쓰기의 도구로 활용하며 디지털 정보고속도로를 타고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고 짧게 언술하여 SNS를 활용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극순간 멀티언어예술로 그 정체성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집필하고 있는 『디카시창작입문』 개정증보판(카페 디카시마니아에 연재 중)의 「디카시의 지평(2)」에서 아래와 같이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해 영상기호와 문자기호의 멀티언어예술로 기존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하여 잡스 말마따나 각각 다른 제품이 아닌 하나의 제품, 하나의 멀티언어텍스트로 표현하는 시로 재발명해낸 새로운 시를 우리는 디카시라고 부른다. 디카시는 디지털 정신을 반영하며 본격문학이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향유하는 시이고 시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이기를 소망하는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프로슈머들이 주체가 되는 디지털 시대 최적화된 새로운 시,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는 시로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길 위에서 시를 찍고 써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는 SNS를 활용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디카시의 꿈은 스티브 잡스의 고속도로를 타고 한국에서 개화해 K-리터러처로 한글과 한글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도약하고 있다.
100세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은퇴 후 제2의 삶으로 성인 프로슈머들도 글쓰기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대학 평생교육원 등에 등록해서 작가 수업도 받는 등 그 열기 또한 뜨겁다.
경남정보대학교에서 성인 중심의 디지털문예창작과를 개설한 것도 프로슈머들을 겨냥한 새로운 시대정신의 탁월한 반영이라 하겠다. 경남정보대가 2024학년도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디지털문예창작과’를 신설하면서 디카시문화콘텐츠학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로 하고, 지난 8월 한국디카시인협회와도 MOU를 체결해 상호교류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나아가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와 함께 국제도시 부산을 글로벌 생활문학으로서의 디카시의 새로운 거점 역할을 하도록, 부산디카시인협회도 창립해 정유지 교수가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도 “국내 최초로 성인 학습자 중심의 디지털문예창작과가 경남정보대에서 신설된다. 이에 발맞추어 문화의 도시 부산에 한국디카시인협회 지부가 창립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총장은 “성인들의 생활문학이 대학의 정규 과정으로 들어오는 첫 번째 사례로, 디지털 세상에서 누구나 파워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도록 경남정보대 디지털문예창작과에서 글쓰고, 사진찍고, 삽화 그리는 생활문학의 저변을 넓혀 나가겠다”고 경남정보대학교가 성인 프로슈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도시 부산 소재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과와 부산디카시인협회는 글로벌 생활문학으로서의 플랫폼 역할을 할 준비를 이미 구축한 상태다. 부산디카시인협회는 스마트폰을 장착한 프로슈머는 누구나 회원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파격을 보이며, 지난 8월 12일 창립총회를 한 지 4개월 만에 벌써 협회 밴드 한국디카시의 회원이 230명을 돌파했다. 부산디카시인협회는 밴드를 통해 디카시 경시대회를 매달 여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초에는 글로벌 디카시 생활문학의 전초기지가 될 계간 《한국디카시》도 창간한다.
한편 경남정보대학교는 평생교육원에 성인 프로슈머들을 위한 디카시문화콘텐츠학 강좌도 개설하고 한국디카시인협회와 함께 디카시창작지도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정유지 교수가 발의하여 고성박물관에서 문학진흥법 일부를 개정해서 디지털 문학으로서의 디카시를 문학의 한 장르로 등재를 위한 1차 공청회가 열린 바 있는데, 내년에는 이를 보다 심도있게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와 부산디카시인협회를 중심으로 새롭게 추진될 것이다.
3. 기대와 전망
시인들은 언어의 불완전성에 대해 고심하며 언어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자 다양한 실험들을 해오면서도 늘 한계에 직면해 왔다.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출현한 디카시에 이르러 시인들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행도 과언은 아니다. 디카시는 디지털 정보 고속도로를 달리며 시의 지평을 멀티언어예술로 확장하였다. 디카시는 본격예술을 지행하면서도 프로슈머로서의 호모스마트쿠스가 쓰는 새로운 시, 남녀노소 누구나 향유하는 생활문학으로도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와 부산디카시인협회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국제도시 부산을 글로벌 생활문학으로서의 디카시의 허브 도시로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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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로 빚어낸 디카시 한 편"
정 유 지
(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
[금주의 디카시 한편]에 이계주 님의 <쏟아붓듯>과 김선미 님의 <목화 이불>을 소개한다. 디지털영상을 촬영하면서 동시에 디지털글쓰기, 디지털제목 모두를 연동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영상(사진), 디지털글쓰기, 아울러 디지털제목의 3종세트가 사유의 세로토닌을 제공하고 있다.
#디카시
이계주 님은 정지된 사물(계곡)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있으면서, 디지털영상이 이를 뒷받침하고 디지털글쓰기로 사유의 그림을 덧칠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 / 한 웅큼인데 / / 세상은 떨고 / 나는 얼었다/'는 시적 언술 속에 겨울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있다. 놀라운 시적 역량이다.
#디카시
- 김선미
김선미 님은 '엄동설한에 감기들면 안된다'면서 '어젯밤 어머니가 / 새 이불을 덮어주고 가셨다'라고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더구나 먼 하늘 나라에서 챙겨주는 어머니를 회자시키면서 끈끈한 모정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깊은 사색과 성찰이 빚어낸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디지털영상과 디지털글쓰기로 융합된 디카시 사유의 울림은 잔잔한 감동의 꽃향기를 토한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의 뜨거운 감자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알람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사랑하는 존재다."
“디카시는 디지털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멀티언어다. 2004년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디카시를 발명했고 대한민국이 디카시의 종주국이다."
디카시는 K-컬쳐 한류 열풍을 이끄는 디지털문학의 아이콘이다. 디카시를 아끼고 사랑하면 할수록 디카시 세계화는 앞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