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場春夢) 일장춘몽
백화 문상희 (콩트)
"따르릉따르릉, 따르릉따르릉"
일요일 아침 영태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액정에 표시된 이름은 참으로 반가운 분이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나정옥 선생님!
"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예, 나선생님 덕분에 무탈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
"요즘 밴드에 남선생님 글이 안 올라와 궁금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나저나 재혼은 안하세요?"
"아이고 저 같은 오지랖에게 올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러지 마시고 남선생님에게 딱 맞는 여자가 있답니다.
제가 중매를 서 볼 테니 한번 만나보세요!"
"허허 참, 제가 예전에 나선생님 좋다고
대시했다가 대참에 딱지를 맞았잖아요! 하하하하"
"아이고 남선생님!
제가 분명히 전 애인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나선생님이 예쁘시고 또 내 스타일이라서
제가 뺏으려고 했지요! 하하하하"
"아이고 남선생님!
농담하지 마시고 계속 혼자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만나보세요!"
"아이고 나정옥 선생님!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재혼입니까!"
"그래도 그게 아닙니다 남선생님!
애들 키우고 뒷바라지하느라 이십 년 가까이
혼자 살았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보세요!"
"말씀이야 고맙지만 해저문 인생에 웬 재혼입니까!
또한 저는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누가 저 같은 사람을 좋아할까요?"
"그래도 지금껏 제가 이때까지 중매한 사람들
모두가 잘 살고 있답니다.
그러니 한번 만나보세요!
"글쎄요, 나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또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그려!"
"에이, 지나간 얘기는 그만하고 그냥 바람 쐔다고
섕각하시고 포천에 놀러 한번 오세요!"
"뭐 나선생님이 술 한잔 사주신다면 가겠습니다."
" 그럼 다음 주 일요일 11시쯤 차는 두시고
포천 버스터미널로 오세요!
그럼 제가 차를 가지고 모시로 갈게요!"
"허허, 느닷없는 바람몰이에 포천을 가게 생겼네요!"
"뭐, 남선생님은 글 쓰려고 일부러 산행도 여행도
잘 다니잖아요?"
"알겠습니다 나선생님!
우리 나선생님 고집도 황소고집입니다. 하하하"
"네~, 그럼 담주 일요일에 뵐게요!"
"예~,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태는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 뭐, 일부러 여행도 가는데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보자!"
영태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하루 전에 앱으로 승차권 예약을 했기에 바로
탑승을 했다.
영태는 오랜만에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자연을 만끽하며 포천 터미널에 내렸다.
영태는 약속한 시간이남아 포천 터미널 근처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때 여러 번의 경음기 소리가 들렸다.
영태는 왜 그럴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남영태 선생님 아니세요?"
"아, 예~!
누구신가 했더니 나정옥 선생님 이셨군요! 하하하"
"옆모습이 어디서 본듯해서요!"
"아이고 나선생님 눈썰미도 좋으시네요!
어떻게 저를 단번에 알아보셨나요?"
"아~, 밴드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잖아요!
그래서 알아봤지요! 호호호호"
"여하튼 대단하십니다. 하하하하"
"어디까지 걸어서 가실 거예요?
얼른 차에 타세요!"
"예, 알겠습니다."
나정옥은 고급 승용차에 보석으로 번쩍거리는
장신구를 하고 있었다.
"나선생님 사진보다 훨씬 젊고 예쁘시네요!"
"아이고 또 바람 잡지 마세요! 호호호호"
"정말입니다.
그나저나 나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예~, 저는 작년에 재혼을 했답니다.
재혼전문 소개 앱에 프로필과 사진을 올렸더니
연결이 되었답니다."
"아이고 나정옥 선생님은 이쁘니까 남자들이 서로 달려들지요!"
"에이 뮈, 그런 건 아니고요!
육군 준위로 퇴직한 분이 한번 만나자고 해서 그게
인연이 되어 재혼을 했어요!"
"준위 출신이면 연금도 많이 나오고 뭐 좋겠네요!"
"아이고 그런 얘기 그만하세요! 호호호"
영태는 얼핏 봤지만 나정옥은 아담한 체구에
긴 파마머리로 예쁜 얼굴에 동안의 미인이었다.
"남선생님!
운악산은 가 보셨나요?"
"아니요?
서울 근처 산은 거의 산행을 했지만 어째
운악산만 쏙 빼고 다녔답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제가 얘기한 여자분이 지금 운악산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앉아계셔요!"
"예~, 여하튼 멋진 구경 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정옥이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는 약 이 삼십 분 후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 주차장엔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차로
꽉 차 있었다.
나정옥과 영태는 산장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여기예요 나 선생님!"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가 벌떡 일어나서
나선생을 불렀다.
그곳에는 영태보다 제격이 훨씬 큰 여자가
손짓을 하며 나선생을 불렀다.
그 여자는 살만 찐 게 아니라 170cm 정도의
키에 뼈대도 튼튼했다.
"오랜만예요 혜진 씨!"
"나선생님!
어쩜 오늘은 더 멋지게 하고 나오셨네요!"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그냥 남편도 서울로 출장 가시고 시간이 남아서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왔지요! 호호호
그때 육중한 체구의 여자가 자리에 앉을 때
의자의 한쪽 다리가 부러지며 여자가 옆으로
꽈당하고 넘어졌다.
"아이고 혜진 씨! 괜찮아요?"
"아니, 무슨 의자가 이렇게 부실해서 원!"
나정옥이 부축하려 했지만 왜소한 체격이라서
역부족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영태가 다가가서 부축을 했으나
여자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다.
그때 이것을 보고 주인이 달려왔다.
"어이쿠, 손님 괜찮으세요?"
"네~, 의자가 좀 부실하네요!"
"죄송합니다.
10년이 넘어서 겨울 휴가기간에 리모델링하면서
바꾸려고 했는데 미리 탈이 났네요!"
"아이고 제가 날렵했기에 망정이지 허약한
사람 같으면 병원에 갈 뻔했네요!"
"여하튼 죄송합니다.
그 대신 오늘 드실 음식값은 안 받겠습니다."
"맞아요!
우리 동생이 튼튼해서 다행입니다."
영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참, 인사해요 동생!
경황이 없어 이제야 인사를 시키네요! 호호호
이분은 서울에서 작가 생활을 하시는 남영태
작가이고 나이는 나와 동갑이야!"
"예~, 안녕하세요!
남영태라고 합니다."
"예, 나정옥 언니에게 말씀은 들었습니다.
저는 서혜진이라고 합니다."
"여기 혜진이는 한우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서
재력도 있고요!
포천에 텃밭이 딸린 커다란 집도 있답니다. 호호호"
나정옥은 중매를 서겠다는 여자의 자랑을
한참 동안 늘어놓았다.
나정옥은 서로의 인사가 끝나자 음식 주문을
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참, 이 집은 바게트와 파스타 요리를 잘해요!
남선생님은 어떠세요?"
"저야 뭐,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그때 서혜진이 말했다.
"아무리 오늘 음식값은 안 받는다고 했지만
비싼 요리를 시키면 눈총 받을 것 같아요!"
"그래, 그 말도 맞아! 호호호"
나정옥은 수제 바게트와 파스타 요리를 시켰다.
"혜진 씨도 차 가지고 왔나요?"
"예, 여기는 차 없이 올 수가 없는 곳이라서
차를 가지고 왔지요!"
"음~, 그래요!
우리 둘 다 차 때문에 술은 못하겠네요! 호호호
남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예, 저도 낮술은 안 좋아한답니다."
세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동안 말을 이어갔다.
식사가 끝나고 나정옥이 다시 물었다.
"후식은 뭘로 할까요?"
"예 ~, 저는 그냥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아이고 나는 넘어져서 열받았더니 무지하게
덥네요!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할게요!"
"그래요 그럼, 잠시만 앉아계셔요!"
나정옥은 카운터로 가서 커피를 주문해서
쟁반에 들고 왔다.
세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다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이어갔다.
한참 후 나정옥은 일어나면서 인사를 했다.
"난 이쯤에서 빠질 테니까 두 분이 재미있게
이야기하세요!
두 분이 잘되면 협의해서 2부 다이아 목걸이 하나 해주세요! 호호호호"
나정옥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
서혜진은 체격도 우람했으며 목소리도 우렁찼다.
"저~, 사실은 나정옥 선생님이 좋은 사람 있으니
하도 선을 보라고 해서 성화에 못 이겨 나왔답니다!
"네~, 그러시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저는 선생님처럼 문학적 소질보다는
저보다 덩치도 크고 농사짓는 사람을 원했답니다!"
서혜진은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영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저는 별 할 예기도 없으니 서울 나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드리겠습니다!"
서혜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태 역시 앉아있을 이유가 없어 따라나섰다.
서혜진은 체격에 어울리는 렉스턴 칸을 몰았다.
서혜진은 영태가 차에 타자마자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나정옥 언니는 알고 보면 이번이 세 번째 재혼이랍니다.
사치가 하도 심해서 웬만한 남자는 거느리지도
못한답니다!"
"아~, 그래서 팔찌며 귀걸이며 비싼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 다니는군요!"
"맞아요!
그리고 저 말고도 중매를 여러 번 했지요!
그리고 그때마다 중매 수수료를 받는답니다!"
"차도 최신형 승용차이던데요?"
"예~, 신랑은 구닥다리를 타는 검소한 분이신데
나선생이 재혼하면서 졸라서 산 거예요!"
"네~, 그러시군요!"
"사실 저는 재혼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나선생이
좋은 사람 있다고 바람을 잡아서 억지로 나왔답니다.
솔직히 저는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답니다!
나정옥 언니가 하도 선을 보라고 해서 나왔지만
남선생님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아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나왔답니다.
여하튼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서선생님, 별말씀을요!
저 역시 나선생님 얼굴도 오늘 처음 봤답니다.
밴드에서 댓글로 주고받았으니 저도 나정옥
씨의 실체를 알 수가 없었답니다."
"예,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잠시 후 서혜진은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웠다.
"저는 저기서 좌회전을 해야 집이랍니다.
여기에 서울 가는 좌석버스가 많으니까 노선을
보시고 타고 가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네, 남선생님 조심해서 가세요!"
영태는 걸어가며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남영태 선생님!
저는 비싼 거 바라지 않아요!
그냥 2부 다이아 목걸이 하나면 됩니다. 호호호호"
영태의 중매 에피소드는 그렇게 허무한
여운을 남긴 채 끝이 났다.
영태는 쓴웃음을 지우며 버스를 기다리기도 뭐해서
다음 버스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었다.ㅁ
첫댓글
소설은 픽션 논픽션 모두 혼용해서
쓸수가 있구요, 콩트는 주로 본인이나
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재입니다.
향시 고전 유머나 공트는 그냥
재미로 보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