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좋은 사진으로 좋은 디카시를 쓰는 법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을 보는 두 가지 방법을 말하였다. 하나는 사진을 액면 그대로 보는 것, 또 하나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 보는 것을 스투디움이고 자신의 입장에서 보는 것을 푼크툼이라 하였다. 디카시는 사진을 액면 그대로 보는 스투디움에서 한 치더 안으로 파고들어 푼크툼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5줄 이내의 언술(짧은 시)로 쓰는 것이 디카시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주관대로 사진의 대상(주제)을 해석하여 대상의 확산과 창의적 발상과 발상의 전환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때 짧은 시가 사진과 어울려야 하는 점이다. 짧은 5행 이내의 언술과 사진과 서로 육화되지 않으면 디카시는 어색하고 불구의 디카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제일 과오를 저지르기 쉬운 것은 디카시의 시가 짧다 해서 표현들이 관념적이면 디카시의 맛이 떨어지고 디카시의 구체성이 떨어지므로 쉽게 공감하거나 감동을 주지 못한다. 언술은 짧지만 구체적이어야 한다. 좋은 디카시를 쓰기 위해 부단히 시집을 펼치고 일본의 하이쿠도 접해보고 문학적 역량을 길러야 덩달아 수준 높은 디카시가 나온다. 겉만 살짝 스쳐 반짝하는 느낌이 나는 디카시가 요즘 많은데 깊이가 없으므로 읽고 나면 가나에 남는 것이 없는 디카시가 되는 것이다. 괴테가 경험한 것을 문으로 나타내나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문학이 아니라 했듯 대상에 대한 창의적인 발상과 발상의 전환과 대상의 확산이 있어야 좋은 디카시를 얻을 수 있다.
1) 좋은 디카시는 순간 포착으로
백척간두에서
보라, 동행하는 돌의 사랑을
견디며 천년을 함께 가자는 사랑을
- 김왕노
이것은 아침에 달리기 중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문득 본 개울에서 얻은 사진이다. 핸드폰을 늘 들고 다니기에 얻은 사진이다. 돌에 이끼와 함께 자리 잡은 식물과 그 뒤에 하트 모양의 돌은 절묘하다. 식물이 서 있는 곳을 백척간두라 하고 돌이 식물과 동행한다고 하니 나는 돌에게도 사랑이란 생명을 부여하였다. 디카시를 쓰는 사람은 돌과 나무와 비와 바람과 자연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귀와 눈과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무생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면 드디어 무생물이 생물이 되어 우리에게 많은 노래와 말과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다. 의인법을 사용하라는 것이고 찰나 찰나마다 시간의 페이지 페이지마다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사진이 영상기호가 숨어 있는 것이다.
떠도는 환유
물의 노마드가 아니다.
떠도는 섬이 아니다.
안드로메다에서
푸른 넋이 타고 온 우주선 한 척
- 김조민
김조민 시인의 떠도는 환유는 절창이다. 순간 포착의 백미다. 자칫 포토포엠 같은 디카시, 즉 사진 설명으로 그치는 디카시가 많은 시기에 시 제목과 언술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지를 잘 보여 준다. 순간 포착으로 얻은 사진에 촌철살인처럼 일필휘지처럼 선언하듯 한 시어는 사진과 어울려 한 옥타브 더 높은 울림을 만들고 있다. 짧은 시가 어떻게 써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에 떠내려가는 풍선 하나로 우주까지 노래하는 시인이 대상의 발상 전환과 확산이 대단하다. 물의 노마드란 말로 디지털 유목민이 무수한 세상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순간포착
우리는 수많은 경계를 만들어
이쪽과 저쪽은 다르다 믿어 버렸다
매듭은 풀리기 위해 있는 것
그래, 풀기 위해
-소하
제목마저 순간 포착이다. 까치에 투영한 인간의 모습은 매듭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시로 나타내 삶의 의지를 북돋운다. 이것이 디카시의 힘이다. 둥지를 지어놓고 둥지 안에 깔 부드러운 깃털을 얻기 위한 다급함이 까치에게 보이나 이것을 매듭을 풀기 위한 대상의 발상 전환과 확산으로 얻은 좋은 디카시의 예인 것이다.
공생
빚이 되기도 하고
빛이 되기도 하는
서로의 관계로 돌아가는 세상
서로를 위해 꽃은 피고 진다
- 박주영
좋은 피사체를 얻기 위해 도시로 벌판으로 숲으로 가는 박주영 시인의 발소리가 세상을 보듬어주는 것 같다. 디카시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빚이 빛이고 빛이 빚이고 서로 빚지는 세상이라 서로에게 빛이 되어달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시다. 하얀 꽃 위에 까만 개미 한 마리, 가장 부조화일 수 있으나 가장 조화롭게 이끌고 공생이란 공멸을 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당신께 닿아야 해요
꿈이 잘려나간 자리
묵언으로 말을 고르고
눈물로 마음을 헹궜죠
쓰러진 자리가
다시 일어서는 자리
- 손계정
이 한편의 디카시가 현대인의 갈증과 해소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쉽게 좌절하는 현대인에게 모든 것을 떨치고 일어나라는 소리 없는 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것이 디카시의 힘이다. 왜 디카시가 일반 독자의 일상 속으로 쉽게 스며드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디카시는 결국 사람과 연관 지어져야 하고 인간의 삶을 베이스로 인간이 휘두르는 깃발이어야 함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디카시의 멋과 맛을 한껏 뽐내는 시다. 현대의 상징이 된 우울한 회색 톤의 색이 흐르는 도시에서 꿈을 한껏 펌프질해 주는 -당신께 닿아야 해요- 이다. '쓰러진 자리가 다시 일어서는 자리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끝없이 전해 주고 있다.
24. 7. 31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