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붕괴의 시작
일본에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동경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시간 11분이었다고 한다. 우리보다도 대중교통 수단을 더 많이 이용하는 일본에서 그처럼 출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다름 아닌 부동산 가격 때문이었다. 동경 시내의 집값이 너무 비싸서 다들 집값이 비교적 싼 도시 외곽의 10평 안팎의 작은 아파트에 겨우 들어가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것은 부동산 가격만이 아니었다. 당시 세계에서 제일 물가가 비싼 나라가 일본이었다. 일본에 여행을 가면 생수 한 병에 600엔(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6천 원), 초밥 한 개에 2천 엔(2만 원)이어서 그 유명한 일본의 초살인적인 물가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려 이처럼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1989년에 2.5%였던 기준금리를 6.0%로 대폭 인상하게 되었다. 바로 버블이 붕괴되는 첫 신호였다. 금리 인상에 이어서는 신규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금지조치까지 이루어져 일본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위기의 신호가 감지된 곳은 금융기관이었다. 당시 17개의 은행과 14개의 신용금고를 포함해 124개의 금융기관이 연쇄 도산하였으며, 이로 인해 급격한 경기침체가 도래했다. 당시 도산한 일본 기업의 총수들이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TV를 통해 등장하곤 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