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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똥구녁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추억으로 빚은 먹고사는 이야기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글, 신영식 그림 / 열림원 / 244쪽 / 9,500원 / 2005
짱뚱이’ 작가 오진희의 첫 산문집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이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똥구녁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추억으로 빚은 먹고사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산문집은, 그리운 밥상 추억들을 한 그릇 한 그릇 떠올리면서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어려운 시절을 헤쳐나가는 지혜와 희망을 ‘맛있게’ 이야기하는 특별한 산문집이다.
‘상추쌈 명상’은 ‘입 안에서 시작되는 명상’의 대명사이다. 싱싱한 상추 위에 밥 한 술 놓고 조개젓 얹어 우물거리면서 명상에 잠긴다……. 맛도 향도 별나지 않으면서 모든 쌈에 빠지지 않는 상추, 다른 음식을 부드럽게 잘 감싸주고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주는 상추, 나도 상추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를 늘 배려하고, 어눌한 사람의 말에도 귀기울이고, 모난 사람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사람……. 이렇듯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밥상 음식들, 작물들, 간식거리들을 계절별로 언급하면서 이들을 모티브로 지난날(작가의 어린 시절인 1960~70년대를 중심으로) 가족들 이웃들과의 재미나고 훈훈한 이야기, 강화도 시골에 흙집을 짓고 사는 현재의 생생한 먹고사는 이야기를 구성지게 풀어낸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은 다양한 먹거리의 조리법들 또한 풍성하게 담고 있음에도, 근래 쏟아지고 있는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사뭇 다른 기발하고도 알찬 읽을거리다. 자연친화적 삶, 생태주의적 삶을 이야기의 중요한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마음의 양식뿐 아니라 몸의 양식도 한꺼번에 아우르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다룸으로써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측면이 부각된 ‘남다른’ 에세이다.
만화와 그림동화로 널리 알려진 ‘짱뚱이 시리즈’는 동화작가 오진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만화가 신영식의 그림으로 태어난 ‘국민 캐릭터’ 짱뚱이를 주인공으로 한 부부 공동 창작물로, 지난 1998년부터 꾸준히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밀리언셀러이다.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은 어른이 된 짱뚱이가, 짱뚱이의 어린 시절을 통해 자신의 추억과 새롭게 재회하는 세대들에게, 그리고 짱뚱이의 어린 시절을 통해 가난하지만 인정으로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을 추체험하는 세대들에게 들려주는 짱뚱이의 첫 성인물 단행본으로, 모든 세대 독자들을 포괄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책이다. 자연 에세이 ․ 추억 에세이가 지닌 서정성에, 짱뚱이가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활보하며 만들어내는 서사성이 노련하게 녹아든 이 책은, 지금은 아줌마가 된 짱뚱이가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낸 밥상의 레시피, 삶의 레시피까지 담고 있어 실용성도 겸비하고 있다.
나물 캐러 가는 이야기, 감자 껍질 긁던 이야기, 콩나물 콩깍지 벗기던 이야기, 엄마 몰래 생가지 따먹던 이야기, 한가운데 구멍이 난 김에 울상이 되던 이야기, 이웃에서 시래기 얻어먹는 이야기, 떡을 잘 먹어 예쁘다는 조카 이야기, 아빠가 동태 눈알 발라주던 이야기, 아침에 두부 심부름 나가던 이야기, 동지에 팥칼국수 만들어 먹는 이야기 등 지금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고소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을 듬뿍 채우고 있다. 소박한 윤기가 넘쳐흐르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 오진희는 ‘삶의 진정한 건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계절이 주는 것을 맛나게 먹는다는 ‘먹거리 철학’을 바탕으로 작가는 오늘날의 물질적 ․ 정신적 황폐함을 그녀만의 ‘말발’로 꼬집어낸다. 사람 사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을 강조하면서 참다운 행복의 근간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어려운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작가는 솔직하고 힘 있게 말한다.
소위 여자에게 흔하디흔하다는 밥상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은 여자와 밥상의 관계를 전통적인 고정관념에 따라 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부엌의 힘, 밥상의 힘을 강조하고 그를 바탕으로 삶을 재구성함으로써 여자는 ‘밥 신(神)’으로 자리매김되고, 밥상 차리는 일은 ‘은혜 내림’이 되며, 차려준 밥을 먹는 가족은 그녀의 ‘백성’이 된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되는 음식들은 요사이 음식 관련 책들에 나오는 ‘눈길 갈 정도로 아름답고, 보기에도 먹기에도 신기하고, 세련되게 조리되는’ 요리가 아니다. 이 책은 ‘건강한 여자’이자 ‘게으른 여자’가 들려주는 밥상 이야기다.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이제는 낡고 평범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심지어는 사라져가기까지 하는 풋풋하고 소박한 먹거리들의 이야기다. 작가 오진희는 이 먹거리들을 추억과 자연과 인생 이야기를 담는 한 그릇 한 그릇으로 삼음으로써 밥상도 살리고 추억도 살리고 인생도 살릴 뿐 아니라 각각의 먹거리에 숨어 있는 ‘귀하고 고유한 생명성’도 다시금 살려낸다.
오진희 특유의 박자감 있고 힘이 느껴지는 문장들, 전라도 사투리들이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며 이어지는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은 아름다운 우리말, 특히 부엌과 밥상에서 여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단어들도 풍성하게 담고 있다. ‘조물조물’, ‘자박자박’, ‘드글드글’ 등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입맛을 다시게 하는 단어들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가을에 부르는 ‘김치 타령’, 짱뚱이네 ‘계절별 식단’, 책 말미를 장식하는 ‘천연양념통’도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특별 선물이다. 환경만화가로 알려져 있는 신영식의 그림은 여러 가지 우리 작물, 우리 음식을 소담하고도 감칠맛나게 그려내고 있으며 군데군데 등장하는 짱뚱이 캐릭터와 가족들 이웃들의 모습에서도 따뜻한 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짱뚱이의 어렸을 때를 찍은 빛바랜 옛 사진, 남편과 흙집에서 함께 찍은 현재 사진도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밥상에서 그리고 삶 전반에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줄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을 통해 ‘밥상에서 만나는 추억, 밥상에서 만나는 희망’을 다시금 되새겨보자.
요즘 사람들이 다 잘 먹고 잘 산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못 먹고 못 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틀리게 먹고 틀리게 싼다. 요사이 식품들은 방부제나 농약에 노출되기 쉽고 원재료에서부터 갖고 있던 영양소가 파괴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왜곡된 과정을 거친 잘못된 먹거리를 먹게 되니 싸는 것 또한 누런 황금 똥이 아닌 푸르뎅뎅한 똥이거나 줄줄이 나오는 설사거나 그것도 잘 안 나와서 부글부글 가스만 차오를 수밖에. 참 우습다.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이 쌀보다 시래기나 풀을 많이 먹으니 똥이 너무 거칠어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껍데기 훌렁 다 벗겨낸 쌀이나 밀가루 음식에 고기만 기름지게 먹으니 변비가 걸려서 똥구멍이 찢어진단다._본문 중에서
◆ 1백만 부수의 ‘국민 캐릭터’ 짱뚱이
널리 알려졌다시피 ‘짱뚱이 시리즈’는 동화작가 오진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만화가 신영식의 그림으로 태어난 부부 공동 창작물이다. 지난 1998년부터 만화와 그림동화로 꾸준히 출간되어 어느덧 백만 부라는 판매 부수를 기록하면서, 이제 짱뚱이는 명실 공히 ‘국민 캐릭터’가 되었다.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외에도 《짱뚱이의 보고 싶은 친구들》 《짱뚱이의 우리는 이렇게 놀았어요》 등 6권의 만화책과 그림동화 《짱뚱아 까치밥은 남겨둬》 안에서, 가난하고 소박하면서도 즐거움과 인정이 넘치던 1960~70년대 시골 생활을 이모저모 펼쳐보이는 짱뚱이는, 모든 것이 궁금하기만 한 장난꾸러기, 먹성 좋은 육남매 사이에서 자란 남자애 같은 여자아이, 볼때기가 커서 남들보다 한입도 큼직한,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특별한 우리 모두의 주인공이다. ‘한국판 말괄량이 삐삐’인 듯하면서도 어디로 보나 순 ‘토종 한국’ 여자아이인 짱뚱이가 아줌마가 되고 나서 들려주는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에서 짱뚱이의 이 ‘고유한’ 면모가 그대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맛있냐, 짱뚱아?” “응, 엄마, 나는 이다음에 커서 돈 벌면 첫 월급 타갖고 꽈배기를 몽땅 사서 실컷 먹어볼 거여.” “아이고, 아예 꽈배기 장수한테 시집을 가라.” “싫어, 딸기사탕도 사먹어야는디.” ……내가 현미 뻥을 주워 먹으면서 옛날 얘기를 신나게 늘어놓는데 남편이 갑자기 그릇을 빼앗아간다. “여보, 천천히 먹어. 난 손가락으로 집어먹는데 당신은 한 주먹씩 쥐고 먹잖아.” “아이고, 별걸 갖고 다 타박을 하시네. 내 참 서러워서, 뻥튀기 장수한테 시집갈걸.”_본문 중에서
◆ 아줌마 짱뚱이와 밥상에서 함께하는 ‘그때 그 시절’ 여행
똥구녁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그러나 인정이 넘치고 소박한 자연이 함께했던 시절, 입은 근질근질 궁금해 죽겠고, 무엇이든지 참 맛있던 시절…… 전봇대라도 씹어 삼킬 것 같던 그 어렸을 적 먹성을 요새 아이들이 이해할까……? 지영이 엄마는 친정엄마와 다투고 나면 계란프라이를 열 개쯤 해먹는단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막내딸인 자기에게는 한 개도 안 해주면서 오빠의 도시락에만 날마다 계란프라이를 덮어줬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빠가 중학교 때 대처로 유학을 갔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오빠가 오면 엄마는 일주일 동안 암탉이 낳은 달걀을 모았다가 몽땅 삶아서 오빠에게 먹였단다……. 쌀 방아를 찧고 난 후 남은 쌀겨를 방앗간에서 사다가 고운체로 내려서, 절구에 넣고 찧은 쑥과 버무려 손으로 두덕두덕, 넓적넓적하게 만들어 솥에 넣고 찌는 것이 쑥개떡이다. 색깔도 거무튀튀한 데다 떡을 베어 물면 쑥의 섬유질이 주욱 늘어졌다. 그래도 얼마나 맛있던지 급하게 한 입 덥석 베어 물어 꿀꺽 삼키면, 목이 메어 눈물이 질금질금 나고 또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렸을 때 우리 집 샘가 옆에는 큰 돌확이 있었다. 엄마는 여기에 찬 밥 한 덩이와 마늘과 장을 붓고 엄마 손으로 쥐면 딱 손에 잡히는 동그란 돌공이로 고추를 갈았다. 엄마는 돌로 마늘도 콩콩 찧고 밥도 착착 이겨서 고추와 함께 갈았다. 간 고추를 퍼내고 나면 구멍이 뽕뽕 난 틈사이로 끼인 고추 찌꺼기를 물을 살살 부어 헹구어내고 그 물로 그날 저녁 배춧국을 끓였다…….
겨울 아침, 엄마는 이불 속에서 꿈지럭대며 나가기를 싫어하는 나를 불러 두부 심부름을 보냈다. 대문을 나서면 벌써 두부를 사러 온 아이들이 소죽 끓이는 불가에 모여 있거나 평상 가에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내게 ‘끄트머리’ 것을 달라고 하라고 시켰다. 맨 귀퉁이 것은 광목 천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꼬옥’ 눌러지기 때문에 단단하고, 언뜻 보기에 작은 것 같지만 두부가 훨씬 더 무거웠다……. 따끈한 두부를 잘라서 밥상에 올려놓고 김장 때 담근 겉절이 김치에 싸서 먹으면 너무너무 고소하고 행복했다._본문 중에서
◆ 철학이 담긴 짱뚱이의 밥상 노하우: 계절이 주는 것을 맛나게 실컷 먹는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입맛을 맞추었지, 자연을 사람의 입맛대로 조종하지 않았다……. 새 배추가 나오는 추석 무렵까지 김치를 대신할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참 용케도 먹을거릴 찾아서 김치를 담갔다. 그게 뭐냐면, 장마에도 끄떡 없이 무성한 넝쿨을 뻗는 고구마 줄기다. 고구마 줄기로 담그는 고구마순김치……. 강화의 흙집에 사는 짱뚱이 아줌마네 밥상도 봄이 되면 온통 푸른 풀밭이고, 여름이 되면 호박이 물리도록 오르고, 가을이 되면 버섯 천지다. 그리고 철학이 담긴 풍부한 밥상 노하우. 장아찌를 먹고 나서 남은 간장은 버리지 말고 냉장고에 두고 여러 가지 요리에 양념으로 쓰면 더욱 좋고, 순무김치 담글 때는 약간 싱거운 듯 담가야 맛있고, 시금치는 익히지 않고 생무침을 해도 먹을 만하다는 지혜 등.
무를 보자마자 입에 단물이 고인다. 잎을 잡고 쑤욱 뽑아 올렸더니 얼마나 탱탱하고 매끌매끌한지, 흙도 안 붙어 있다. 소매 끝에 쓱 문질러서 닦고, 가져간 칼로 껍질도 아까워서 살살 긁어낸 뒤 한입 베어 물었다. 아! 과일의 단맛과는 다른 땅의 단맛. 사과, 배가 뜨거운 햇볕이 만들어내는 단맛이라면 무는 흙이 만들어내는 단맛이다._본문 중에서
◆ 우리 자연과 함께 가는 길
근래 ‘자연밥상’이 한창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엔 모든 것이 자연밥상이었다. 해가 바뀌고 또 한 해가 지나면서 먹거리에 대해서도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이것이 촌사람으로 자리잡는 수행의 시작이다. 세상 사는 게 사람에게서는 한 푼어치도 공짜가 없는데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낌없이 나눠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독특한 맛으로 익어가는 자연처럼 우리 인생도 나이가 들수록 매력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이제 너른 들판이 바라다보이는 흙집 마당에 서서, 처음 자연으로부터 받은 온전함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거름 안 주어도 어디서나 자라는 참나무에서, 가을비 한번 내리고 난 후 갑자기 굵직한 알맹이들이 마술처럼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놀라운 광경은 마치 신의 선물을 듬뿍 받는 순간인 듯하다. 그래, 인생이란 게 어쩌다 이렇게 값없이 얻는 선물도 있어야 살맛이 나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_본문 중에서
◆ 가족들, 이웃들, 함께 나눠먹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누구든 부드럽고 편안하게 감싸주는 상추 같은 사람들, 겉으로는 울퉁불퉁하지만 속이 단단한 깊은 맛을 지닌 감자 같은 사람들, 화려한 치장 없이 자기 색깔을 은은히 드러내는 순무 같은 사람들…… 옛날 어른들이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먹고 살기 위해서 그랬다” “다 잘 먹고 잘 살려다 그랬다”이다. 이 말이 정답이다.
“아줌마, 엄마가 김장했다고 잡숴보시래요.” “아이고 맛있다, 잘 먹겄다고 해라잉.” 정으로 담그는 김치를 이웃과 몇 쪽 나눌 수 있는 사람, 배추처럼 모든 재료를 다 품에 꼬옥 감싸고 안는 맘 넉넉한 사람들이 많아서 가난한 사람들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_본문 중에서
◆ 아줌마 이야기꾼의 특별한 글쓰기
지난 시절의 재미난 에피소드들, 먹거리와 관련된 추억들, 입맛 다시게 하는 음식 조리법들……. 타고난 이야기꾼인 짱뚱이 아줌마 오진희의 필력과 어휘력은 옛날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이 시대 삶의 진정한 건강함을 이야기하는 데 탁월한 힘을 지녔다. 또 하나의 특별하고 대안적인 여성적 글쓰기…….
삼월 봄바람 살살 분다. 먹던 김치 군내 나네.
살살 씻어 물기 꼭 짜서 드글드글 볶아먹지만
그래도 이 프로가 부족한 것 같다.
봄동 겉절이로 입맛 한번 돋우어보자.
_본문 중에서(김치 타령)
◆ 작가 소개
글 오진희
‘짱뚱이 시리즈’ 작가로 활동 중인 오진희는 시골 마을 선생님의 딸부잣집에서 말썽 많은 둘째딸로 자랐다. 노동운동, 환경운동에 몸담았던 시절에 만화가 신영식과 결혼하여 현재 강화도 야트막한 산 중턱에 소담하게 지은 흙집에서 살고 있다. 가을에는 깊은 국물 우려내는 버섯을, 봄엔 보송보송한 나물을 피워내는 뒷산을 곳간 삼아 개 두 마리, 솟대를 지키는 새 두 마리와 함께 그림처럼 살고 있다. 펴낸 책으로 ‘짱뚱이 시리즈’ 외에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시리즈’ 등이 있다.
그림 신영식
반핵 환경만화가로 잘 알려진 신영식은 1980년대 중반, 환경운동에 뛰어든 이래 어린이 환경교육을 위한 만화 자료 만들기, 핵 폐기장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만화 《하나뿐인 지구》 등의 책을 펴냈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짱뚱이 시리즈’를 8년간 연재했다. 지금은 부인 오진희와 함께 강화에서 ‘세상에서 지친 몸 자연에서 회복하기’를 하면서 그리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열림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