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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무개의숲생태노트 스크랩 명함없는 산꾼과 술꾼 사이 / 제주 한 달 방랑을 마치며
천지현황 추천 0 조회 75 14.10.20 13:16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명함없는 산꾼과 술꾼 사이 / 제주 한 달 방랑을 마치며

 

* 140911-141010

 

아내는 나를 '산꾼'이라 부른다.그렇다.나는 명함없는 술꾼과 산꾼 사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며 산다.그래서 인생의 경계인인지도 모른다.인생이 별것이더냐.타인한테 폐 끼치지 않고 즐기며 살면 되는 것 아닌가.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월든의 저자)가 말한 '현자'의 정의를 마음에 새기고 좋아한다.그가 말했다.

 

"...삶의 종착역에서 누구나 깨닫는 진리가 있다.물질의 허망함이다.그것을 빨리 깨닫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그를 현자라 부른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제주살이 한 달 동안 한라산을  여섯 번 올랐다.생태숲을 걷고 곶자왈을 방문한 횟수도  일곱번이다.제주섬안의 또 다른 섬:우도,마라도,비양도,차귀도,추자도 등도 탐방했다.올레도 열개 코스를 돌았다.그 밖에 짬을 이용하여 수많은 오름을 올랐다.간혹 관광모드로 돌변하기도 했다.하지만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 볼 요량으로 많이 걷고 보고 체험하려 했다.하루 평균 14 km 이상을 걸었다. 한 달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으니 400여 km를 걸은 셈이다.평생 줄지 않고 늘던 체중이 뱃살의 지방이 좀 빠진 탓인지 4-5kg 쯤 처음으로 줄었다.

 

처음 제주생활 시작 전 좀 더 느긋하게 즐기려던 계획은 몰입과 치열하게 즐기기로 나도 모르게 전환되었다.그저 산이 좋았고 곶자왈의 매력에 유혹되었다.중산간의 오름이 우릴 불렀고,섬속의 섬들이 유혹했다.우리 부부의 인생 중 최고의 삶의 여정이었다.아내가 힘들어하면서도 더욱 즐거워했다.

 

제주시내에 숙소를 잡은 것은 최상의 선택이었다.한라수목원이 가깝고 탐라도서관과 박물관,미술관이 모여 있어 언제든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영화도 두 편이나 보았는데 둘 다 명화다.<비긴어게인>은 지금 공전의 히트작이다.<지상의 별처럼>은 내가 본 영화 중 눈물을 훔친 영화다.롯데마트가 가까워 가끔 신선한 재료를 사와 음식을 만드는 아내를 보조하는 역할도 재미가 났다.흑돼지 삼겹살을 사다가 푸짐하게 한라산 소주와 맛 있게 먹은 기억이 새롭다.은갈치구이는 모슬포 덕승식당에서 먹어 본 것 보다 더 맛 있었다.아내의 손맛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왠만한 레스토랑 음식보다 근사했다.섬 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니 꿈만 같다.

 

가장 큰 수확은 이번 제주생활에서 맛 본 소꿉놀이다.작은 집,적은 생활필수품 등으로 소유의 개념을 변화시킨 점이다.우린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며 그것들을 상관처럼 모시고 살고 있다.밥그릇 두 개,코펠 하나면 부엌 살림도 해결되었다.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편한 생활에 익숙해지겠지만,이젠 정말 물질의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은 설렘이고 한편으론 조금 불편한 인생길이기도 하다.오감을 활용한 여행은 비타민 같은 존재다.다시 또 여행을 꿈꾼다.제주가 그리고 한라산과 곶자왈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내일이면 한 달간 정들었던 섬을 떠난다.오늘 오전 한라수목원을 산책하며 제주 방랑을 결산한다.즐거웠다.그리고 행복했다.내 생의 가장 기억될 만한 방랑이었음을 고백한다.매사가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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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4.10.20 13:25

    첫댓글 여러 친구들이 나의 제주 한 달 살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월 200 여만원에 생활에 활력소도 얻고 부부금실도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인생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실천은 훨씬 쉬울 것입니다.참고로 친구들에게 내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가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 작성자 14.10.20 13:26

    그렇다고 공개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싣습니다.보다 자세한 것은 윗 글 아래부분에 보면 출처:천지현황 다음에 원문보기를 누르면 나의 개인 블로그로 연결됩니다. 그곳에서 오른 쪽 카테고리의 '제주 한 달 방랑기'를 클릭하면 자세한 제주에서의 나의 일상을 훔쳐볼 수 있을 것입니다.많은 고민 끝에 공개를 결심했으니 그리 알고 흘리십시오.

  • 14.10.20 13:40

    나는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친구는 멋있게 완벽하게 즐기면서 살아 간다는 것이죠. 삶의 철학과 행동에 대하여 너무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직장을 그만 두면 그 길로 가고자 합니다. 친구로서 감사와 수고의 위로를 드립니다.

  • 14.10.20 15:42

    천지현황님 대단하십니다. 나에게 천지현황 같은 친구가 있어 행복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글구 내. 외분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담에 시간이 되는 대로 블로그로 들어가 자세히 훔쳐 보겠습니다. 즐거움을 주어 감사합니다.

  • 저는 바람둥이 라고 부릅니다 산바람둥이 들바람둥이...도민증 없는 제주 도민으로 한달살기 멋집니다 부럽습니다

  • 14.10.20 21:08

    천지현황님! 인생을 달관한 현자의 경지에 오르셨군요.

  • 작성자 14.10.21 11:56

    바람 피워보았으니 바람둥이라고 해도 좋고 뭐라고 해도 좋지만,순자 친구 현자는 택도 없는 소리구만요.

  • 14.11.16 18:59

    친구가 힐링의 시간을 보냈을 발자취가 눈짐작으로 그려보며 나도 행복해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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