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없는 산꾼과 술꾼 사이 / 제주 한 달 방랑을 마치며
* 140911-141010
아내는 나를 '산꾼'이라 부른다.그렇다.나는 명함없는 술꾼과 산꾼 사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며 산다.그래서 인생의 경계인인지도 모른다.인생이 별것이더냐.타인한테 폐 끼치지 않고 즐기며 살면 되는 것 아닌가.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월든의 저자)가 말한 '현자'의 정의를 마음에 새기고 좋아한다.그가 말했다.
"...삶의 종착역에서 누구나 깨닫는 진리가 있다.물질의 허망함이다.그것을 빨리 깨닫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그를 현자라 부른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제주살이 한 달 동안 한라산을 여섯 번 올랐다.생태숲을 걷고 곶자왈을 방문한 횟수도 일곱번이다.제주섬안의 또 다른 섬:우도,마라도,비양도,차귀도,추자도 등도 탐방했다.올레도 열개 코스를 돌았다.그 밖에 짬을 이용하여 수많은 오름을 올랐다.간혹 관광모드로 돌변하기도 했다.하지만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 볼 요량으로 많이 걷고 보고 체험하려 했다.하루 평균 14 km 이상을 걸었다. 한 달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으니 400여 km를 걸은 셈이다.평생 줄지 않고 늘던 체중이 뱃살의 지방이 좀 빠진 탓인지 4-5kg 쯤 처음으로 줄었다.
처음 제주생활 시작 전 좀 더 느긋하게 즐기려던 계획은 몰입과 치열하게 즐기기로 나도 모르게 전환되었다.그저 산이 좋았고 곶자왈의 매력에 유혹되었다.중산간의 오름이 우릴 불렀고,섬속의 섬들이 유혹했다.우리 부부의 인생 중 최고의 삶의 여정이었다.아내가 힘들어하면서도 더욱 즐거워했다.
제주시내에 숙소를 잡은 것은 최상의 선택이었다.한라수목원이 가깝고 탐라도서관과 박물관,미술관이 모여 있어 언제든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영화도 두 편이나 보았는데 둘 다 명화다.<비긴어게인>은 지금 공전의 히트작이다.<지상의 별처럼>은 내가 본 영화 중 눈물을 훔친 영화다.롯데마트가 가까워 가끔 신선한 재료를 사와 음식을 만드는 아내를 보조하는 역할도 재미가 났다.흑돼지 삼겹살을 사다가 푸짐하게 한라산 소주와 맛 있게 먹은 기억이 새롭다.은갈치구이는 모슬포 덕승식당에서 먹어 본 것 보다 더 맛 있었다.아내의 손맛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왠만한 레스토랑 음식보다 근사했다.섬 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니 꿈만 같다.
가장 큰 수확은 이번 제주생활에서 맛 본 소꿉놀이다.작은 집,적은 생활필수품 등으로 소유의 개념을 변화시킨 점이다.우린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며 그것들을 상관처럼 모시고 살고 있다.밥그릇 두 개,코펠 하나면 부엌 살림도 해결되었다.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편한 생활에 익숙해지겠지만,이젠 정말 물질의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은 설렘이고 한편으론 조금 불편한 인생길이기도 하다.오감을 활용한 여행은 비타민 같은 존재다.다시 또 여행을 꿈꾼다.제주가 그리고 한라산과 곶자왈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내일이면 한 달간 정들었던 섬을 떠난다.오늘 오전 한라수목원을 산책하며 제주 방랑을 결산한다.즐거웠다.그리고 행복했다.내 생의 가장 기억될 만한 방랑이었음을 고백한다.매사가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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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지현황 원문보기 글쓴이: 천지현황
첫댓글 여러 친구들이 나의 제주 한 달 살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월 200 여만원에 생활에 활력소도 얻고 부부금실도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인생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실천은 훨씬 쉬울 것입니다.참고로 친구들에게 내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가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공개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싣습니다.보다 자세한 것은 윗 글 아래부분에 보면 출처:천지현황 다음에 원문보기를 누르면 나의 개인 블로그로 연결됩니다. 그곳에서 오른 쪽 카테고리의 '제주 한 달 방랑기'를 클릭하면 자세한 제주에서의 나의 일상을 훔쳐볼 수 있을 것입니다.많은 고민 끝에 공개를 결심했으니 그리 알고 흘리십시오.
나는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친구는 멋있게 완벽하게 즐기면서 살아 간다는 것이죠. 삶의 철학과 행동에 대하여 너무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직장을 그만 두면 그 길로 가고자 합니다. 친구로서 감사와 수고의 위로를 드립니다.
천지현황님 대단하십니다. 나에게 천지현황 같은 친구가 있어 행복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글구 내. 외분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담에 시간이 되는 대로 블로그로 들어가 자세히 훔쳐 보겠습니다. 즐거움을 주어 감사합니다.
저는 바람둥이 라고 부릅니다 산바람둥이 들바람둥이...도민증 없는 제주 도민으로 한달살기 멋집니다 부럽습니다
천지현황님! 인생을 달관한 현자의 경지에 오르셨군요.
바람 피워보았으니 바람둥이라고 해도 좋고 뭐라고 해도 좋지만,순자 친구 현자는 택도 없는 소리구만요.
친구가 힐링의 시간을 보냈을 발자취가 눈짐작으로 그려보며 나도 행복해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