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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나라 문화살롱 스크랩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된다고?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64 07.01.08 22:5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개를 위한 스테이크>를 읽고...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된다고?

 

마감 중이던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책

2001 10, 패션 잡지 기자로 마감 중.

잠이 부족해 모든 기자들의 얼굴이 다크서클로 인해 팬더화 돼가고 있던 무렵,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책이 한 권 있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당시 8살 개와 동거중이던 나는 개와 고양이, 기타 동물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하고 있었으니 제목에 라는 글자가 박힌 이 책을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에프라임 키숀이 노벨 문학상 후보라는 건 내가 이 책을 구입하는데 하등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치고는 참으로 저급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읽은 후의 평은? 수면부족으로 세상이 다 까칠하게 보이는 시점에서 그 부족한 잠을 쪼개어 읽었으니 평이 사근사근할 리가 없다. 그 옛날의 책을 찾아 첫 장을 펼치니 이런 글을 끄적여 놓은 게 보인다.

단지 개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구입한 책. 게다가 디자인 하우스의 거니 신뢰가 생기고. , 역시 강아지 그림은 귀엽다. 글은 뭐 그저 그럼. 2001.10.13. 마감 중 일주일 만에 다 읽다.

 

역시 평이 까칠하다. 그래도 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하나의 역사를 획득한 초콜릿에 대한 글은 두고두고 머리에 남는 명작이다. 왜냐하면 나도 가끔 쓸모 없는 선물을 받았을 때 이거 어떻게 재활용 안될까?란 생각을 했었으니까. 

 

출판 명가, 디자인하우스와 마음산책에서 나온 같은 책

그런데 얼마 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것도 다른 출판사에서. 디자인하우스에서는 절판된 모양이었다. 며칠 후 도착한 개정판. 그때는 잡지 기자였지만 지금은 꼴랑 책 한 권을 내긴 했지만 그래도 1인출판 대표로서 개정판이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며 꼼꼼히 살펴 보았다.

우연인지 디자인하우스와 마음산책은 두 곳 다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으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이다. 지난 해 웅진 출판사의 잡지 부문을 인수해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디자인하우스도, ≪편집자 분투기≫라는 책을 줄 그으면 읽게 만든 정은숙 대표의 마음산책도 책을 구입할 때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출판 일을 시작했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브랜드 신뢰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두 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책은 내 흥미를 끌었다.

 

먼저 표지. 두 책 다 프리드리히 콜사트의 원화가 표지를 장식했다. 내가 디자인은 잘 볼 줄 모르지만 2001년에 나온 디자인하우스의 표지가 심플함을 강조했다면 마음산책의 2006년 표지는 붉은 원색으로 발랄함을 강조했다.

내지 편집이야 최근의 추세에 맞춰 마음산책의 개정판이 훨씬 시원시원해졌다. 면의 여백을 줄이고 글자의 크기를 키워서 읽기 쉽게 편집되었다. 행간도, 자간도 널찍널찍. 아마 요즘 독자들에게 인문서도 아닌 소설류의 책을 빡빡하게 편집해서 읽게 한다면 첫 장도 읽기 전에 던져 버릴 테니 그런 분위기를 100% 반영한 편집이라고 할 것이다.

번역은 같은 번역가가 담당하다 보니 개정판에서 더 많이 손을 봤고 덕분에 마음산책의 개정판이 훨씬 읽는 재미가 있었다. 콩트의 맛깔스러움이 더 많이 살아났는데 아마도 세 번째 개정판이 나온다면 더 나아지겠지. 같은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 책인데 두 번째 글이 첫 번째 보다 나은 건 당연지사이다.         

내지 일러스트는 2001년의 첫 책은 컬러인 반면 개정판은 단색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첫 번째 책을 만들 때 단색인 원화를 우리나라에서 컬러링을 한 것. 컬러링이란 것이 잘못하면 촌스러워지기 일쑤인데 다행히 첫 책에서는 마치 원작가가 컬러링을 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개정판은 첫 책과 비교하면 조금 심심하다. 원화를 살리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에피소드마다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 남의 시선 의식하기이다. 남이 나를 이렇게 볼까봐, 저렇게 볼까 봐 다급해진 마음에 둘러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일이 점점 커지는 공식.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이지만 그게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는 제 각각이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 개에게 주려고…” 둘러대다가 낭패를 보는 에피소드에서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됐고, 국산 제품을 고집해서 산 세탁기의 성능이 너무(?) 좋아 세탁기가 나들이까지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작가 나름의 철학을 보기도 했다.

또한 첫 책을 읽을 당시에는 내 스스로의 글쓰기에 대해 자신감이 넘칠 때였다. 그래서 남의 글을 후졌다, 수준 미달이다…’ 식으로 주로 혹평으로 재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점점 글쓰기가 무서워지면서 이젠 웬만한 글도 다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짧은 글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게다가 각박한 세상살이에 마음이 굳을 대로 굳은 사람들을 한 번 웃게 만드는 건 아마 부시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사라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교훈이 뭐냐고?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바보다. 유머는 그저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

 

개정판아, 네가 여행을 떠나거라!

책을 덮으며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같은 책이 두 권이니 두 권을 모두 갖고 있을 필요는 없을 테고 결국 한 권은 다른 이에게로 여행을 보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개정판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책 욕심이 많아 다른 디자인의 두 책을 모두 갖고 싶지만 이중 한 권을 선택해야 한다면 2001년 잡지 마감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던 때의 추억이 담겨 있는 책을 갖고 싶을 뿐이다.

예전 서준식 선생의 <서준식 옥중서한>을 읽으며 서준식 선생이 조카에게 책을 읽은 후에는 책을 읽은 느낌과 마음에 남는 글귀를 담을 수 있는 독서노트를 작성하라고 권하는 것을 본 이후 나도 독서 노트를 마련해서 쓰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보태 책의 앞이나 뒤에는 짤막한 소감을 적는 버릇이 있다. 물론 별 느낌 없는 책에는 빠뜨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적은 것들이 훗날 다시 책을 꺼내봤을 때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지긋지긋한 마감의 추억이지만 그래도 내게 옛 시절의 추억을 꺼내게 해준 고마움. 그게 내가 두 책 중 개정판을 여행 보내기로 한 다분히 주관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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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1.09 09:04

    첫댓글 나도 읽고 싶다 나중에(게으른 탓에 당장은 아니고...^ ^) 빌려 주세요! 나이가 드니 책이 많이 읽고 싶고 많이 모자라는 것도 느껴지고 그러네 이제야 제대로된 사람이 되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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