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를 마시는 밤
김옥전
밋밋한 상처는 강한 상처로 소독해야 한다
가스레인지위에서는 물이 끓고
찻 잔속에서는 분말의 향들이 몰입을 준비 중이다
티스푼에 이끌려 느리게 원을 그려가는 밤기운
바람은 뜨거운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견고할수록 잘 녹아내리는 향기
밤하늘로 진하게 풀어진다
밤보다 더 검은 블랙이
허연 구름의 흔적을 꼭꼭 눌러닦는다
어제보다 짙은 어둠이 어제의 아픔을 지운다
오늘은 또다시 어제가 된다
남자가 커피를 마신다
상처를 상처라고 느끼지 않을만큼의 짙은 향
찻 잔 가득하던 어둠이 사라진다
새까맣게 선명해지는 내일의 손이
마음을 끌고 간다
공중으로 사라진 습기들이 밤 하늘을 섞는다
구석구석 캄캄해지는 밤
바람의 주전자에는 블랙의 하늘이 가득차 있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달그락 거리며
내일의 찻잔을 준비하고 있다
어둠이 아름다운 이유다
첫댓글 작가연대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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