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계약자, 보험료 납입자 그리고 보험금 수익자가 모두 다를 경우 향후 관련 과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사전증여’ 과세를 처분 받은 자녀들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부모가 자금관리 편의를 이유로 임의로 자녀를 수익자로 하는 연금보험에 가입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H씨는 고령에 오랜 지병을 앓고 있어서 자신의 병원비와 사후 배우자 Y씨의 생활비가 걱정이 되어 연금보험을 들기로 했다.
거동이 힘든 H씨 대신 은행에 방문한 배우자 Y씨는 ‘비과세되고 공시이율이 은행이자보다 높으며 가입 후 10년 동안 이자를 연금처럼 수령하다가 10년 만기 후 원금을 찾을 수 있는 보험’을 은행직원에게 소개받아 가입했다.
Y씨는 보험 만기 후 수익자를 H씨의 자녀 4명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직원의 권유에 후에 상속분쟁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아 자녀들 모르게 본인이 임의로 자녀명의로 보험을 계약했다.
또 자녀들이 보험을 해지하지 못하게 사고등록을 요청했고, 보험료는 H씨 계좌에서 매월 빠져나갔으며, 이자통장과 보험증권은 Y씨가 직접 보관하며 연금이자를 인출해 생활했다.
이듬해 H씨가 사망하고 자녀들은 연금보험으로 받게 된 돈을 상속재산으로 판단해 상속세 신고를 했으나 처분청은 이를 ‘사전증여재산’으로 판단하고 과세했다.
처분청은 “H씨의 명의로 계약했어도 동일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자녀 및 배우자를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로 한 것은 사후 상속분쟁을 막기 위해 연금보험을 도관으로 하여 현금을 사전증여한 것과 경제적 실질이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H씨가 연금보험료를 불입한 것은 자녀와 배우자에게 현금을 증여한 것과 동일하고, 연금보험은 자녀들이 언제든지 해약해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H씨의 보험료 불입액은 사전증여재산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자신의 병원비와 배우자 생활비를 고려해 배우자로 하여금 자녀들 명의로 연금보험에 가입한 것은 사전증여가 아니라 배우자에게 자신의 자금을 위탁관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H씨 자녀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배우자 Y씨가 증여세를 피할 목적이 아닌 관리목적으로 본인이 임의로 계약자를 자녀명의로 했는데 향후 과세관계를 면밀히 확인하지 못한 단순 계약자 지정오류로 판단된다는 것.
이어 “금융거래시에는 거래자 실지명의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는 금융기관이 누구를 그 금융거래의 상대방으로 볼 것인지에 적용되는 원칙일 뿐, 보험계약에 정한 명의상의 보험금 수취인을 곧 그 보험금에 대한 실질적 권리자로 볼 수는 없는 것”이라는 고등법원 판례를 덧붙였다.
무엇보다 Y씨가 사고등록을 요청해서 자녀들이 보험을 중도해지 하지 못하게 했고, H씨 자녀들이 연금보험을 사용 수익한 사실이 없는데다가 상속재산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사전증여로 보지 않고 상속세를 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조심2013중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