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3년을 모범적으로 다닌후 대학에 들어가서 거짓말의 유형은 딱 한가지만 했다.
사실 한가지의 유형만 거짓말을 했다는것도 거짓말인지는 세월이 오래되어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닌 독일어교육과는 정원이 20명인데,남학생과 여학생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다.
이상하게도 독어교육과에는 예쁜 여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혹시 이글을 읽는 그때의 여학생들이 있으면 나를 욕하겠지만 사실이니.
교육학과나 가정교육과,보육학과에는 외모가 뛰어난 여학생들이 많았다.
가정교육과나 보육학과는 당연히 여학생들만 있으니.
그래서 주제를 모르고,눈만높은 나는 다른과에 가서 강의를 받았다.
나의 행동반경은 나중에는 더욱 넓어져 음악교육과이나,연극영화과까지 반경을 넓혀가서 강의를 받았다.
한번은 음악교육과 교수님중의 한분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유일하게 다른과에서 음악수업을 받으러 온 내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교수왈,자네는 독어과에서 왜 음악수업을 받으러왔나?
나는 거침없이 수많은 여학생들이 바라보는곳에서 이렇게 대답을했다.
독일이 유명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나라이라 당연히 독일의 음악을 알아야하고,독일어와 음악은 바늘과 실같은 공동운명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해 나의 음악수업은 당연히 A학점이 나왔고,여학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사실은 여학생들의 화려함과 외모에 빠진것인데,거짓말을 한것이었다.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면,쓴웃음도 나오며
양심에 찔린다.
그당시에 음악교육과나 연극영화과를 다녔던 여학생들은 집안이 경제적사정이 좋아 나같은 흑수저출신과는 노는물이 달랐다.
점심을 비싼 제과점에 먹거나,방학이 되면 스키장에 놀러가는 학생들도 많았으니 애초에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같이 가난한 학생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거나,기껏먹어야 가끔 칼국수를 사먹고,막걸리에 오징어튀김을 먹으면 그날은 호강한 날이었다.
그것도 여럿이 추렴을 해서.
나는 음악교육과나 연극영화과의 여학생들과 어울리고는 싶었지만,어차피 나의 분수와는 맞는것같지않아 수업만 같이 받는것으로 만족하고 그들을 부러워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치졸하고 ,유치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데,독어교육학과는 어찌된일인지 유난히 지방에서 온 학생들과 가난한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었다.
어째튼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니 각설하고,나는 눈이나빠서 병역면제를 받아 다른 남학생들과 달리 군대를 가지않고, 4년간을 여학생들과 같이다닌
유일한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같은과의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들과 친했다.
그중에서 자신의 외모에 열등감을 갖는 여학생들이 있었는데,그때 새빨간 거짓말들을 많이 했었다.
못생긴 여학생들도 자신을 안다
대화를하다가 나에게 자신의 외모를 한탄하면,마음이 약한 나는 내가 무슨 남진이라고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마음이 예뻐야 여자지,얼굴만 예쁘다고 여자이냐?
이런말을 여학생들에게 18번처럼 줄창 떠들었으니 정말 거짓말중에도 상거짓말이었다.
속으로는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여자지 하면서 머리는 비어도 일단 예뻐야되.
이런 젠장! 겉과 속이 다른 사기를 친것이었다.
굳이 변명한다면,그럼 솔찍히 말을해서 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려야했을까?
너같은 얼굴로는 누가 데리고 가겠니?
이런말을 했다가 그말을 들은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했다면 마음이 약한 나는 양심의 가책으로 살아갈수 없었을것이다.
이런 거짓말을 제외하고는, 대학생활때 거짓말을 한 기억은 없다.
그래도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니 세월이 거의 50년이 흘러 이제야 속죄를 한다.
거짓말의 공소시효도 지났고,그때의 여학생들이 이제는 할머니가되어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고.
여학생동창들은 졸업후 몆년간은 가끔 봤지만,그후로는 40년이상을 단 한명도 만난적이 없다.
지금도 대학동기모임을 자주하지만,10명의 남학생동기들중에 오랜전에 2명은 이승을 달리해 8명만 모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친한 여학생들은 다른과의 학생들이었다.
나는 결코 외모지상주의는 아니다.
다만 한때는 그런적이 있었다.
웃자고 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외모보다는 그사람의 인성을 본다.
늙으면 남녀가 대부분 외모가 평준화되는것같다.
가끔은 독어과의 여학생들이 보고싶을때가 있다.
그여학생들이 내가 쓴 잡글을 볼리가 없겠지만,거의 50년이 지난후에 고백을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나는 이렇게 마음이 여리다.
우리나라 미인도.
중국 4대미인이 왕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