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 문
개소식_고천문_20170825.hwp
유세차 건국 사천삼백오십년 정유년 팔월 이십오일, 교육민주화 선언 30주년에 대한민국 서울의 교사인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교육권과 교사의 노동기본권에 바탕한 ‘서울교사노동조합’을 창립하고, 우리 교사들의 뜻을 모아 하늘과 땅 천지신명과 천지간의 일체 중생께 삼가 고합니다.
30년 전의 바로 이 땅의 교사들이, 더 이상은 ‘부끄러운 방관자’로, 정권의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고 비인간화된 교육 현실을 개혁하는 전선에 나서는 결의를 ‘교육민주화선언’으로 하늘과 땅과 모든 인간들에게 밝혔습니다.
바로 우리와 선후배 동료 교사들이 가슴을 뜯으며 다지고 외친 결의요, 바람이었습니다. 그 때 그 정신을 놓지 않고 살아온 교사들은 이제 반백의 늙은이가 되고, 학교를 떠나고, 하늘로 오른 이도 여럿이건만,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결코 변치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 살인적인 ‘교육현실’, ‘교육모순’이란 놈입니다.
입시경쟁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우리 아이들이 성적이 나빠, 엄마에게 미안해서,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 없다며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매일 책상에 엎어져 잠자다 지친 놈은 잠 깨우는 교사의 손길에, 놀란 멧돼지처럼 달려들어 제 선생님을 들이받고 욕하고 주먹질까지 해대고, 여교사를 희롱하며 학폭위, 선도위 온갖 징계위를 채우며 이 학교 저 학교 방랑거사가 되고, 교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성추행범으로 뉴스거리가 되어 뭇입에 씹힐거리가 되더니 급기야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무참함에 목을 매고 세상을 뜬 이도 있으니 이제 이 하늘 아래 선생 노릇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에고에고 교사, 학생 사제 간의 제자리는 어디고 제역할은 무엇인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가 다함께 성공하는 교육을 이루어 나가려는 교사들이 모여 ‘서울교사노동조합’을 창립하고 오늘 이 자리에 둥지를 틀고자 존경하는 귀빈들과 여러 동지들을 모시고 개소식을 합니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하늘과 땅 사이 모든 삶의 무리들이시여, 그리고 교육에 마음을 태우다, 공부에 마음을 졸이다 하늘로 가신 선생님과 학생들의 혼령이시여!
다함께 성공하는 교육으로 새 세상을 열어갈 ‘서울교사’들의 둥지에서 삼연 삼무 교육의 희망과 우리 노조의 번성을 바라는 뜻을 모아 하늘에 고하노니 우리 소망 들으시고 꿈을 이루게 하소서.
정성을 붓고 마음을 살라 올리니 우리 정성과 마음을 갸륵하게 여기시고 흠향(歆饗)하소서. 상향
2017. 8. 25.
서울교사노동조합원 일동
* 김범렬 대변인이 작성하였습니다.
첫댓글 명문입니다
글이 무언가 뽄대나고 엣지가 있다! 앞으로 하늘에 바치는 고천문 작성은 김범렬 형님의 몫이 되었음을 삼가 하늘에 고하나아다!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