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80대 어머니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1년 전 코로나로 인하여 양성 판정을 받고 힘들었던 것 때문에 상담을 받고 가셨던 그 어머니셨다.
어머니를 알아 본 나는 “어머니 여기에 오셔서 저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데 오셨네요?" 라고 하자 풀리신 눈으로 “그러게요.” 라며 힘없이 응수하였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랬다.
몇 달 전 한의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넘어졌다. 크게 염려하지 않고 그저 침만 몇 번 맞으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척추 2번이 문제가 생겼고, 수술해야 했다. 그래서 근 3개월을 입원해 있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병원 문턱은 높았고 면회 또한 자유롭지 못하였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것은 괜찮았다. 그런데 퇴원하고가 문제였다.
근처에 살고 있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어머니 우리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머니를 돌봐 드릴 수 없어요. 그래서 어머니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으면 말씀을 해 주세요. 요양 병원으로 가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라고.
어머니는 아들의 이 말에 속병이 나 버렸다. 마음의 병이.
통 입맛이 없고, 눈은 풀리고 몸은 자꾸만 힘 빠지고... 도저히 살맛이 안 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이러다 정말 요양 병원 가시게 생겼다며 상담 예약을 해 주어 오게 되었다 하였다.
어머니에게 잘 오셨다 말씀 드린 후 “무엇이 그렇게 서러우셨느냐?”고 여쭙게 되었다.
눈시울을 붉히신 어머니는 “내가 지네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조금 아프다고 나를 요양 병원에 보낼 생각을 합니까? 내가 남편 죽고 주위에서 내 명의로 하라는 집을 옆에서 잘 모시겠다고 해서 아들놈에게 넘겨주었는데... 요양 병원으로 가면 이제 죽는 것 만 남은 것 아닙니까? 그러니 서럽지요.“
그렇다. 어머니 입장에서야 너무나 많이 서럽다. 서러워서 결국 상담실까지 오시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앞으로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요양 병원 가면 나보고 죽으러 가라는 것인데 요양 병원에 안 가야지. 무슨 소리야. 요양 병원 갈 생각만 하면 내가 아주 서러워서 미칠 지경인데.” 그래서 어머니에게 요양 병원 가지 마시라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요양 병원 가시지 말란 나의 말에 솔깃하셨는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내게 물으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다시 되려 묻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요양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 어머니는 대답 대신 두 눈을 깜빡거리시면서 내 입만 쳐다보고 계셨다. 빨리 답을 달라는 표현이셨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아프시지 않고 건강하게 사시면 요양 병원에 갈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닐까요?”라고 하자, 금 새 풀이 죽은 듯 “내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예부터 내려오는 속담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호랑이 굴은 어디겠는가? 바로 자식들이다. 그 자식들 앞에서 아픈 모습 보이고 아파하는 소리 하게 되면 호랑이인 자식들은 바로 요양 병원을 떠 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요양 병원으로 가는 길밖엔 없다. 바쁘다, 맞벌이해서 어렵다. 등 등 어머니를 돌 볼 수 없다는 이유가 넘쳐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식들 앞에서 정신 차린다는 것은 어머니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신 줄을 놓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 단단히 먹고 정신 줄을 놓지 않기 위해선 건강한 마음을 갖고 바른 생각을 하며 맛있는 음식 억지로라도 먹으면서 정신 차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해 드리자, 금 새 어머니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요양 병원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아셨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실 때까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를 여러 번 되새기면서 나가셨다.
그리고 오늘 상담에 오셨는데 지난주와는 다르게 생기가 돌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오셨다가 가셨다.
우리는 호랑이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호랑이 굴에서 나오기도 하고 들어 갈 때도 있다. 그럴지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정신만 차리면 되는 문제이니까.
옛 선인들의 말씀은 어느 것 하나 흘려버릴 말씀이 없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