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에서 만난 별난 인연
- 관세음보살 안내로 찾아간 거룩한 경계
1967년 10월 25일 일어난 일이다.
그날 나는 마이셰엔사 미륵동굴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나를 떠밀어 앞으로 걸어가게 하였다. 이때 나는 좀 취한 사람처럼 얼떨떨해서 무슨 까닭인지 묻지도 않고 바로 절을 나섰다. 다만 내 마음 속에는 내가 이즈음 푸지엔성 더화현에 가서 떠돌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걷고 또 걸었지만 가는 동안 조금도 힘든지 몰랐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다만 목이 마를 때는 두 손으로 샘물을 떠서 몇 모금 마셨을 뿐이고, 몇 날 몇 밤을 걸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길을 가는 동안 쉬거나 잠을 잘 필요가 없었으며,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그때는 모두 밝은 대낮이고 맑게 갠 날이었다. 더화현을 지나 쌍용에 있는 쥐시엔산이 멀지 않은 곳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길가던 사람이 “오늘은 10월 25일”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다음날 새벽 3시로 기억한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노스님 한 분을 만났는데(나중에야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분의 옷차림이 나와 똑같았다. 우리는 본디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바로 서로 두 손을 모아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서로 이름을 댔는데, 그 노스님은 나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였다.
“내 법호는 웬관이오. 오늘 우리는 서로 인연이 있어 만났으니 쥐시엔산이나 찾아가 함께 돌아보는 것이 어떻겠소?”
마침 같은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머리를 끄떡여 좋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렇게 우리는 걸으면서 이야기하면서 함께 길을 같다. 길을 가는 동안 그분은 마치 나의 오랜 과거의 내막을 환하게 꿰뚫어 보듯이 수많은 인과를 애기해 주었는데, 마치 신화를 애기하듯이 나의 지난날 전생, 곧 어느 생에는 어느 곳 어느 지점 어느 때 태어났는지 고스란히 털어놓았다. 아주 신기하게도 그 분이 말해 주는 한마디 한마디를 뚜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쥐시엔산에 이르렀다. 이 산 위에는 미륵동굴이라는 큰 동굴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우리가 본디 가려고 하는 목적지다. 동굴 안은 방 한 칸 크기 밖에 되지 않지만 미륵불상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미륵동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가 쥐시엔산에 이르러 산을 반쯤 올라갔을 때 기이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눈앞에 보이던 길이 갑자기 바뀌어 버렸는데, 이미 바뀐 길은 이전 쥐시엔산에 나 있던 길이 아니었다. 새로운 길은 돌을 다듬어서 만들었는데, 어슴푸레한 빛을 띤 것이 아주 특이했다. 산 끝에 이르러 바라보니 원래 그 산에 있던 ‘미륵동굴’이 아니고 완전히 딴 세상에 와 버린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큰 절인데, 대단히 장엄하고 화려했으며, 큰 절의 양쪽에는 두 개의 보 탑이 더 있었다. 얼마 걷지 않아 우리는 바로 산문에 이르렀다. 문득 보니 흰 돌로 쌓은 산문은 구조가 매우 웅장하고 아름다웠으며, 큰 문 위에는 금으로 새긴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겉면에 쓰인 커다란 금빛 글씨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산문 앞에는 스님 4명이 있었는데, 몸에는 붉은 장삼을 걸치고 허리에는 금띠를 둘렀으며 모습이 점잖고 엄숙했다. 우리 두 사람이 온 것을 보자 모두 몸을 굽혀 절하며 맞이하였고 우리도 얼른 답례를 하였다. 이때 내 마음 속에 ‘이곳 스님들의 옷차림이나 치렛거리는 본 적이 없는 것인데, 라마승 같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웃음을 머금고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라고 말하며 우리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산문 안으로 들어가 몇 개의 전각을 지나는데, 참 신기하게도 이곳 건물들은 모두 빛을 내고 있었고, 모든 건물들이 장엄하고 화려해 볼 만하였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주 긴 복도만 보이는데, 복도 양쪽에는 이름도 알 수 없고 빛깔도 다른 갖가지 신기한 꽃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고,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보탑이나 크고 화려한 집 같은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얼마 뒤 우리 일행은 첫 대전에 이르렀다. 대전 위에는 금으로 쓴 4글자가 번쩍이고 있었는데, 중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라 알아볼 수가 없어 웬관 노스님에게 이 4글자가 무슨 뜻인지 여쭈어 보았더니, 노스님은 ‘중천나한이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나한이란 이름을 부른 것 보고, 나는 바로 이곳은 틀림없이 아라한들이 수행하여 얻은 경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오니 나는 어슴푸레하게나마 이곳은 이미 우리들 인간의 세계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글자 가운데 현재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한 글자는 「 」이고, 나머지 3글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와 웬관 노스님이 우연히 만났을 때가 새벽 3시였기 때문에 이때쯤 아마 동틀 무렵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이는 것은 큰 집 안팎뿐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는데, 노랗고 하얗고 누렇고 검은 갖가지 살빛이 모두 있었고, 그 가운데 누른 빛이 가장 많았으며 사내 . 계집 . 늙은이 . 젊은이가 모두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은 멋있고 특별했으며 모두 빛을 내고 있었다. 서너 사람이나 대여섯 사람이 떼를 지어 무술을 닦는 사람들도 있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도 있고, 바둑 두는 데 골몰하는 사람들도 있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도 있고, 조용히 앉아 호흡을 조절하고 정신을 통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모습들이었다. 우리가 온 것을 보자 모두 상냥하게 머리를 끄덕이고 웃으며 기꺼이 맞이하는 뜻을 드러냈지만 우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큰 글자 네 자가 보였는데, 웬관 노스님이 “저것은 ‘대웅보전’이란 네 글자다”라고 알려 주었다. 두 분의 노화상이 와서 우리를 맞이 하였는데 그 모습을 살펴보니 한 노화상은 수염이 하얗고 아주 길었으며, 다른 한 노화상은 수염이 없었다. 그들은 웬관 노스님이 온 것을 보자마자 바로 몸을 굽혀 오체투지로 큰절을 올렸다. 중천나한에서 웬관 노스님에게 이처럼 큰절로 예를 갖추는 것을 보고, ‘웬관 노스님은 결코 예사롭지 않은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우리를 손님방으로 맞이해 갈 때 대웅보전 안 곳곳을 둘러보니, 문득 향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그 맑은 향내가 코에 스쳤으며, 땅바닥은 모두 은은한 빛이 나는 흰 돌로 깔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법당 안에 불상은 한 분도 모시지 않았는데 공양물은 아주 많았다. (그 가운데) 산꽃은 마치 고무공만큼 컸고 모두 둥근 북처럼 생겼는데, 꾸며 놓은 온갖 등은 빛깔이 가지가지로 많고 찬란하게 빛났다.
손님방으로 들어가자 노화상은 아이가 가지고 온 물 2잔을 받아주었다. 그 아이를 살펴보니 머리꼭지에 2가닥 쪽을 찌고, 몸에는 초록색 옷을 입고, 허리에는 금띠를 둘렀는데, 아이의 차림새가 아주 보기 좋았다. 잔에 담긴 물은 흰빛이고, 맑고 시원하고 달았다. 내가 반잔쯤 마셨을 때 웬관 노스님도 함께 마셨는데, 마시고 나니 정신이 훨씬 맑고 시원하게 느껴지고, 온 몸이 산뜻하여 피곤한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웬관 노스님과 노화상은 귓속말로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난 뒤, 노화상이 아이 더러 나를 데리고 가서 몸을 씻도록 안내하라고 일렀다. 얼핏 보니 맑은 물이 가들 찬 하얀 구리 동이가 이미 그 자리에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바로 얼굴과 몸을 씻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나를 위해 미리 마련해 놓은 깨끗한 잿빛 승복을 입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훨씬 맑고 시원하고 산뜻해졌다. 이때 ‘내가 오늘 정말 거룩한 경계에 들어 왔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속에 우러나오는 기쁨을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손님방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바로 노화상 앞에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한 뒤 가르침을 청하고, 장래 불교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물었다. 노화상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붓을 들어 종이 위에 여덟 글자를 썼는데, 그 8자는 이렇다.
불자심작(佛自心作) : 붇다는 스스로 마음이 만드는 것인데
교유마주(敎由魔主) : 가르침은 마라가 주인노릇 하네
노화상이 그 종이를 건네주어 두 손으로 받아 들고 8글자 속에 들어 있는 뜻을 이리저리 꼼꼼하게 따져 보고 있는데, 다른 노화상이 나를 위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주었다.
:이 8글자를 가로세로 . 세로가로 . 왼쪽오른쪽 . 오른쪽왼쪽 . 위 아래 . 아래 위로 마지막 글자를 나누어 36구절을 읽어내면 앞으로 100년 안의 불교 정황을 알 수 있고, 만일 다시 이 36구절로 840구절을 이끌어내면 온 세계 불교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하는 정황과 불교가 중생제도를 마칠 때까지도 알 수 있게 된다.”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뒤 노스님은 나를 불러 방에 가서 쉬라고 하였다. 아이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가 보니, 방안에 침대는 없고 아주 우아한 걸상 몇 개만 놓여 있는데 걸상 위에서 아주 보들보들하고 질 좋은 비단이 깔려 있었다. 나는 바로 그 가운데 큰 걸상 위에 고요히 앉아 있어보니, 앉자마자 온 몸이 아주 편안해지고 가볍게 나를 것 같아 내 엉덩이를 어디다 대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머지않아 웬관 노스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바로 내려와 방을 나섰다. 웬관 노스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그대를 데리고 도솔천에 가서 미륵보살과 아울러 그대의 스승인 쉬윈 노화상을 만나 뵈려 합니다.”
나는 대답하였다.
“정말 좋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대웅보전을 떠날 때 나는 그 두 분 노화상께 작별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관 노스님이 바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이번에 우리들이 가려는 목적지는 도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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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무량공덕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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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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