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일지매
일지매는 의로운 도적이었다. 욕심 많은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과 양식을 나누어 주곤 했다.
그는 부잣집 재물을 털고 나올 때면 꼭 매화꽃 한 가지가 그려진 그림을 남겨 두고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일지매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일지매가 마침내 포도청에 붙잡히게 되었다.
“저놈이 틀림없는 도적 일지매일 것이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죄상을 밝혀 극형에 처하도록 하라!”
포도대장은 포도부장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일지매는 칼을 쓰고 옥에 갇힌 몸이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일지매는 옥사장을 불렀다.
“그대 의복은 왜 그리 남루한가. 실로 가련하이. 내가 그동안 훔쳐 모은 은자 삼백 냥을 감춰 둔 곳을 일러 줄 터이니, 그대가 찾아서 옷도 사 입고 또 생활에 보태 쓰게나. 나야 며칠 안에 죽을 목숨이니 그깟 은자가 몇 백 냥이면 무엇하겠는가.”
그러면서 일지매는 돈을 숨겨 둔 장소를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옥사장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러 준 장소에 가 보았는데 과연 은자 삼백 냥이 묻혀 있었다.
그날 이후로 옥사장은 일지매를 친절하게 대하고, 애로 사항이 있으면 대신 해결해 주곤 했다.
하루는 옥사장이 일지매에게 귀띔했다.
“여보게! 형조에서 판결이 내려졌는데, 내일 정오에 자네를 참수형에 처한다네.”
그 말을 들은 일지매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옥사장에게 말했다.
“오늘 밤 잠시만 나를 풀어 주오. 파루를 치기 전까지는 꼭 돌아올 터이니 옥사장 외에는 누구도 모를 것이오.”
옥사장이 그 까닭을 물었으나 일지매는 후에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그 동안 일지매로부터 돈도 받고 했던 터라 옥사장은 꼭 파루 전에 돌아오라는 다짐과 함께 옥문을 열어 주었다.
일지매는 그 길로 포도대장의 집 담장을 뛰어넘었다. 안방에 들어가서 귀중품을 들고 나오면서 역시 매화꽃 가지가 그려진 그림을 남겨 두었다.
일지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옥으로 돌아가 옥리를 안심시켰다.
이튿날 참수형을 당한다던 일지매는 무죄 선고를 받고 방면 되었다. 이유는 진짜 일지매는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포도청에서는 간밤에 포도대장 집에 침입한 ‘진짜 일지매’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첫댓글 흄 친다는 행위 자체는 정당화 될수 없지만 살기힘던 세상에서 그래도 흐뭇한 마음과 인정을 배푸는 일지매 같은 인걸의 아쉬움을 느낌니다, 신선한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회원분들의 심신건강을 위하어,,,,,,
좋은 이야기라 하시니 고맙습니다. 힘을 내어 또 올릴게요.
지금 세상에 꼭 있어야할 도둑이네여!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