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4일(일요일) 맑음
백령고개-인대산-오항재-배티재
산행거리=약 14km, 5시간 30분 소요
어이쿠야! 바쁜 ‘올올’.
그새 사진 다 올랐다가 빨간 불 꺼졌네!
카페에서도 후미 돼버렸다
.
빡쎄게 토,일요일 연속 산행 했더니 두툼한 무쇠다리도 얼얼하다.
성당 산악회에서 “장수대-안산-십이선녀탕”(16km)에 이어, 올올 산행(14km).
피곤하지만 개운한 이 기분은 무엇인가?
왕년(?)에 무박으로 대간 길 누볐던 그 저력인 듯.
백령고개 숲길은 전날 대승령 돌계단에 비하면 보드라운 비단길이다.
딱딱했던 근육이 풀리는 듯 시원하다.
자박자박 오르며 선두 넘보는 회원들 길 막으며 십분 쯤 벌어줬다.
“앞짱들이 이 깊은 뜻을 아시려나….”
한 오름 올라 물 한 모금 마시는 사이 다 오른다.
‘징한 올올!’ ‘장한 올올!’
인대산 오르며 안산을 비교하다니.
잘 생긴 장동건이가 있고 소지섭이가 있듯이
좀 안 생긴 옥동자 옥떨메도 있을 테지.
보여주는 것만큼만 보면서 가자.
생긴 것만큼만 즐기며 가자.
오늘은 조망 없어도 잡목 숲이라 좋고 작아도 부드러워 좋다.
나물에 한눈 안 팔고 사심 없이 오르니
스피드 또한 일정하여 편하고 순하다.
역시 인대산에선 “박영규표목걸이”가 히트다.
맨입으로 이름 석자 올라버렸다.
그 연세에 그런 개그를 보여주다니. 즐거워라~.
착한 대장님들 깔개 잘 깔고 가셨더구만,
이 헬기장에서 알바생들이 나왔다구요???
사잇길마다 확실히 깔고 고맙게도 헷갈리는 곳마다
촘촘히 깔려있었는데….
그래서 산에선 방심은 금물인가?
지도 꺼내 현 위치 확인하며 물과 기운 남겨두고
언제든 빽-할 준비하시라.
오항재 언저리에서 점심식사.
남편은 꼭 밥을 먹어야 하고, 그것도 천천히.
회원들과 간식 나누어 먹으며 바쁜 사람들 먼저 일어선다.
‘산벚꽃마을’ 야산으로 들어서니
산마루님 버찌 열매 따먹으라며 한 줄기 늘어뜨려준다.
동네 길가 밟혀진 시꺼먼 열매가 버찌열매 였다고라???
그걸 먹어도 된다규~???
달큰하고 씁쓰레한 동그랑땡을 실컷 따먹었다.
삼월이 마냥 입술 까매지도록 훑으며 다 따먹었다.
버찌에도 약효가 있었나?
버찌 먹은 회원들끼리 서서히 치고 오르는 오름을
똑 같은 속도로 함께 달려가며 후반 산행을 즐기다.
가뿐하게 대둔산을 눈앞에서 조망할 곳까지 달려왔다.
처음 보는 대둔산.
뚝 잘라놓은 장막으로 펼쳐졌다.
으시땅땅하게 눈앞에 가득하다.
바라볼 때가 더 신비스러울 테지.
저 비죽비죽한 마루금을 밟으며 달려갈
다음 구간을 고대하며 일어선다.
두 두 두 두! 뛰듯이 내려와
막바지 자잘한 야산자락을 꽉 채우고서야 배티재에 다다랐다.
베티재에서는 보이는 게 다 대둔산이다.
그냥 그대로 딱 버티고 섰다.
‘너’는 항상 그대로인데 우리만 왔다가 갔다가,
보이다가 말다가 하는구나.
야생초 가득한 너른 유적지에서 희희낙락 사진 찍고 웃고 떠들고….
6월 13일 토요일
장수대-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남교리
산행거리=16km 6시간 30분 소요
몇 년 전 ‘올올’에서 장수대 입구까지 갔다가
폭우로 되돌아온 “안산”을 이렇게 화창한 날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다~, 주님의 뜻이옵니다.
성당 앞 6시 출발시간 맞추려니 새벽 준비가 ‘올올’ 보다 더 바쁘다.
성~스런 ‘성가정산악회’.
“성”자 들어가면 다 착해진다. 잠시라도 착해지려고 애를 쓰는거지.
가는 길 묵주기도 울려 퍼지고 장수대 팀 이십여 명,
역 산행 복숭아탕 팀 이십여 명으로 나뉘어 산행시작.
회장님, 안산은 출입통제구역이니 포기하라 하셨지만,
“네~!” 대답은 하고 대승령 계단 길을 차례로 오른다.
남편은 형제 자매님들이 낯선지 핑~하니 앞서 나가고
마라톤맨 루돌프는 뛰어가고,
산악잔차 레오는 내 뒤로 바짝 붙는다.
이미 선수는 파악되었고
대승폭포에서 서로 소개 겸 인사 나누다.
요셉 총무는 “모아모아” 오르려니 더디기만 하다.
몇 번 오름 쉼터에서 모아질 때까지 기다려 오르고.
장수대-대승령 코스도 돌짝 길로 다 정비되어 관광길이 되었다.
남편은 안산을 거쳐갈 작정인지,
루돌프, 레오, 겨누와 징녀, 넷이서 슬쩍 안산 행.
숲길을 잠시 벗어났더니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루돌프는 신이 나서 뛰고,
레오는 신기해서 감격의 환호성.
하늘 속에 들어와 거대한 정원 앞에 선 듯 신비롭다.
새파란 하늘아래 이렇게 평온한 라인은 드물었는데
오늘 보여주는구나.
나지막한 야생초가 물결치고 있는
이곳은 은은한 야생화 천국인가?
햇빛 쏟아지는 이렇게 청명한 날에
팔뚝에 닿는 냉한 바람 맛이 알싸하다.
이 아까운 풍경을 남편은 콕콕 찍어 담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서둘러 하산.
마라톤과 자전거는 역시 선수들이다.
두 두 두 두! 뛰어내려가고,
남편은 발목 시원찮은 마누라 기다리며 쉬엄쉬엄.
계곡 옆 그늘에서 넷이 먹는 점심식사도 푸짐하게 차려졌다.
인상 좋은 사람들끼리 편하고 즐겁게 식사 끝내고
이제 열두 선녀들만 찾으면 된다.
선녀탕계곡은 수마의 상처로 얼룩졌지만,
옥색 물빛은 그대로인 듯.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언제나 통하는 진리.
뒤처진 글라라 일행과 너른 암반 계곡물에 발 담그다.
차가운 선녀탕 물맛에 발목이 시리다.
발목 두꺼운 이 여인네들은 선녀 일리 없고,
다시 찾아 나서자. “선녀를 찾아주세요~♬.”
구멍 뚫린 복숭아탕 속에서나 만날 수 있으려나.
그러나 그녀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내친김에 샛계곡을 찾아 남편은 알탕을 즐기고
나는 물 찍어 바르며 와들와들 떨다.
돌아오는 버스 풍경은 "우짜라짜 삐약삐약 노래방 쿵짝!"
여기도 선수는 있었네.
후반부로 가면서 선수들이 슬슬 목청 풀더니
급기야 남편의 ‘내일이 찾아와도’가 휩쓸고 간 자리엔 달랑 87점.
그러나 아줌마들 잠 다 깨워 놓았다.
직녀 올림.
첫댓글 안 가도 가 본 듯 눈에 선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선두의 비밀을 캐 보려고 오항재에서 시작했음에도 후미로 쳐졌으니.....
더덕 욕심이지 뭘~~~~
표현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네요,사이사이마다 물흐르듯 생동감나는 문장표현은 실물을 보는듯 느낌이 은은히 눈앞에 펼쳐지는군요.정맥산행은 물론 십이선녀탕도 전에 가보았던 풍광과그때의감정이 솔솔느껴지네요 살아숨쉬는 산행기 잘읽고 갑니다.
토, 일 연타석 산행하시랴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