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울산에 새 사무실 개소를 위해 부산 집에 와 있는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버지, 저녁에 시간 되세요?”
ㅋㅋㅋ
당근.
없는 시간 만들어서라도 아들 만나지.
누구나 그렇겠지?
자식이 함께하자는데 마다할 부모 있을까?
그렇게 저녁 7시께 마산버스터미널이 있는 합성동에서 아들과 함께했다.
내 아들은 필리핀유학원일을 하는데 이번에 울산에 새 사무실을 개설한다고 집에 와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호주,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사실은 공부가 싫어 놀러 간 셈이지만.ㅎㅎ
그리고 몇 달 후 돌아 와 군에 자원입대하고.
한 두어달 집에 머물다 지금의 일을 시작하면서 필리핀과 서울에서 주로 생활해왔다.
그러니 이번 약 두 달 가까이 집에 머무는 건 약 7년 만의 일.
날도 차가와지는데 늘 걱정이던 넘을 주말에라도 볼 수 있다니 나,
참 즐거웠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에 집에 온 녀석을 거의 보질 못했다.
내가 집에 가는 주말마다 여자친구랑 여행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솔직히 서운한 마음이 컸는데 불쑥 아비를 찾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리.
그렇게 아들과 모처럼 고깃집에 앉아 아들이 구워주는 고기 안주 삼아 술 한 잔.
참 행복했다.
그런데 아들이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갑작스레 유학원 사정으로 약 6개월 얘정으로 필리핀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아버지 승락 받으러 왔노라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키워 온 탓에
내 생각을 강요한 일은 거의 없는 편.
그래도 아이는 내게 자신의 진로나 살면서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일은 곧잘 의논을 한다.
이번에도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아버지 서운할까 의논차 찾아뵜노라고.
이런 아이에게 내가 뭐라고 하나.
결국 그럼 조금 늦게 나가는 쪽으로 잡아 보라고.
모처럼 가족여행이라도 한 번 하자고.
아들도 그렇게 해 보겠노라 약속했는데...
이제 다 큰 자식,
언제까지 내가 붙들어 둘 수는 없는 일.
아이가 가는 길에 힘겨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2년 전,
제주가족여행 때의 아들 모습이다.
먹기 좋게 잘라주는 아들의 마음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