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 밴쿠버 스탠리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눈여겨 봐 둠직 할, 그러나 언뜻 보기엔 특별할 것 없어 쉽게 지나치기 쉬운 곳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Ferguson Point 의 티 하우스 근처 오래된 커다란 돌, 바로 Pauline Johnson 의 기념비이다. 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가사와 내조만이 여성의 가장 큰 미덕이며 역할이었을 당시 시대상황도 무색하게, 시인으로서 또 연극인으로서 한 때를 풍미하며 캐나다 신문사로 부터 ‘인디언 공주(Indian Princess)’ 라 불리우고 ‘대 연극인’이라는 칭호를 아낌없이 받았던 Pauline Johnson, 그녀는 누구인가. 온갖 시련과 고뇌를 삶의 배경으로 급기야 성공한다거나, 파란만장 삶의 종지부 마지막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빛을 본다거나, 기다 아니다의 역전의 역전을 거듭한 소설같은 삶의 주인공이라거나, 등등...의 여느하지 않은 일생의 예술.문학인들이 많을진대, 이에 비교하자면 뭐 특별히 더 튈 것 없다 할 수도 있는 그녀의 삶이겠지만 스탠리 공원에 유일하게 묻힌 단 한 사람, 시집을 출판한 캐나다 최초의 원주민(native)시인 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녀의 일생을 잠시 논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Metis 인 그녀는, - Metis(메이티)란 북미원주민(First Nations)과 3개국 인(프랜취,잉글리쉬,스카티쉬)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칭함 - 아버지가 인디언 추장이었고 어머니는 영국 귀족출신이다. 1861년 그녀가 태어난 곳은 캐나다 온테리오 작은 공업도시 근처의 “Chiefswood”라 불리우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어느 ‘인디언 보호구역.’ 그녀의 인디언 이름 “Tekahionwake” 은 ‘인디언 써머의 스모키 에어’ 란 뜻이라 하는데 그 의미가 제법 시적이다.
어린 소녀시절,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던 폴린은 그녀의 인디언 할아버지 ‘Old Smoke’에게서 많은 고대 전설과 이야기들을 배우며 인디언 전통과 풍습에 크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성장한다. 폴린이 23세 되면서 부친은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나고 형편이 졸지에 궁핍해진 가족들은 거주지를 허름한 임대로 옮긴다. 수입을 돕기 위해 폴린의 언니들은 직장을 가지지만 작가가 될 꿈을 가진 폴린은 모든 관심을 끊고 오직 글쓰기에 몰두한다. 드디어 그녀의 첫 작품이 발간, 대개의 작가들의 산고가 그러하듯 그녀도 고배를 마시고 만다. 그러다가 1889년, 드디어 두 개의 시집이 큰 빛을 보게 되고 몇 년 후에는 저명 시인과 작가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 ![]()
폴린이 열정을 가진 분야는 비단 집필만이 아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연극.’ 1892년 한 해만 해도 캐나다 동부에서 약 125개의 공연을 가졌을 정도라니 도시와 도시 사이를 쉴 새 없이 가르지르는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녀 스스로의 말 “I’m so lonely...”처럼 군중속의 고독이 오죽했으랴 그 마음 헤아려 지기도 한다. 그러던 1897년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친구를 통해 서로를 소개받은 폴린과 젊은 연극인 월터 맥레이(Walter McRaye) 는 그들간의 공통분모가 너무나 많음을 서로 발견하면서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년 후 폴린과 월터는 ‘북미 10년 투어’를 감행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그들은 기차로, 증기선으로, 말로, 소달구지로, 개썰매로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 동부에서 서부 캐나다를 전전하며 쉴 틈 없는 삶을 살게 되는데, 그렇다고 결코 큰 돈을 만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오며가며 그저 사람과 사람사이 넘치는 우정과 사랑이 큰 재산이었다고나 할까. 그 당시 캐나다 동부와는 또 달리 서부 캐나다에서는 연극인이라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었던 터라 그들만이 유일한 엔터테이너인 셈이었고, 그렇기에 이듬해 밴쿠버에서 약 500마일 쯤 떨어져 있는 골드러쉬 금광도시인 바커빌(Barkerville)에 그들이 갔을 때는 광부들에게 그 환영과 인기가 가히 어떻했겠음을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1909년 그녀 나이 48세, 안타깝게도 폴린은 암 선고를 받는다. 연극계에서 은퇴한 그녀는 이곳 밴쿠버를 마지막 삶의 터전으로 삼아 신문사에 전속으로 글을 게재하고 인디언의 전통과 설화에 대한 집필.발간도 하며 그렇게 그녀의 남은 열정을 불태운다. 1913년 3월 7일, 매스컴에서 그녀의 슬픈 임종을 알린다. 그녀 나이 52세이다. “Miss Pauline Johnson passed away this morning at the Mr. Walter McRaye, who was Miss Johnson’s touring manager for some years, was with her at the last.” 한때 사랑에 빠졌었다면서 결국 둘은 결혼 하지 않고 월터를 연인이자 투어 파트너/매니저로서 남겨둔 채 폴린은 평생을 싱글로 지내왔다는 얘기가 되는가 본데...
그녀 임종 며칠 후, 스탠리 공원에서는 폴린을 위한 특별 행사가 거행되고 월터가 그녀의 시를 읊는다. The Happy Hunting Grounds Sailing into the cloud land, sailing into the sun, Into the crimson doors ajar when life is done O! dear dead race, my spirit too would sail westward unto you. - 엘리 - |